[단독 입수] 제주연구원 외국인노동자 실태조사...10명 중 4명꼴 ‘최저임금’ 미만 부당대우

제주도내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대우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합법적 외국인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사진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섞여 일하고 있는 제주도내 한 건설현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내국인들이 꺼리는 3D 경제활동을 지탱해 온 제주도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대우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 이슈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합법적 이주노동자 역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지난해 말 제주연구원이 수행한 '제주지역 외국인근로자의 경제·사회분야 실태조사 및 대응전략'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연구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것으로, 도내 외국인근로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를 강구하기 위해 실시됐다.

제주지역 등록외국인은 2019년 6월말 기준 1만87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남성이 7885명(여성 2988명)으로 전체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국적의 노동자가 약 30%에 이르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인도네시아 15.1%, 베트남 11.5%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주(F-1)비자를 제외하고 취업비자 중 비중이 높은 체류자격은 비전문취업인 E-9 비자가 15.59%로 가장 높게 파악됐다. 뒤를 이어 특정활동 비자인 F-7이 14.08%, 선원취업 비자인 E-10이 7.48% 순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전문인력에게 발급되는 비자의 수는 적었다.

연구진은 외국인노동자 중 권역별, 국가별 표본구성을 반영해 총 550명의 표본을 추출하고, 이들에 대한 1대1 직접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직접 사업장을 찾아가서 조사하거나 일과 후 시간을 조율해 면접조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2개월 여에 걸쳐 진행됐다.

응답한 외국인노동자의 제주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70점 수준으로 분석됐다. 주거환경만족도는 74.8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소득에 대한 만족도는 60.8점으로 떨어졌다.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73.8점, 직업에 대한 만족도 68.8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 대다수가 산업현장에서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정해진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체류자격에 따른 업무의 차이로 조금씩의 차이는 보였지만, 외국인노동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8.4시간으로 집계됐다. 특히 어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어업의 경우 조업일수는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 주로 선상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취침시간을 제외한 하루 평균 휴식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43.7%에 달했고, 휴식시간이 없다는 답변도 23%로 나타났다.

외국인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시급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10명 중 2명은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열명 중 두명 꼴인 전체 19.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체불 기간은 1개월 이하가 21%로 가장 많았지만 2개월 10%, 3개월 4%, 4개월 9%, 5개월 이상도 5%로 분석됐다. 평균 체불기간은 2.5개월이다. 평균 임금체불금액은 412만원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근로시 부당대우를 경험했냐는 질문에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았다'는 응답이 38.2%에 달했다. 열명 중 네명 가까이가 외국인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초과근무를 요구했다는 응답도 14.7%,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핬다는 응답은 13.3%, 약속한 근무시간보다 일찍 근무를 요구했다는 응답은 10.9%였다. 심지어 부당한 업무지시를 요구받았다는 응답도 5.6%, 일을하던 중 갑자기 해고당했다는 응답도 4.0%로 파악됐다.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침해를 묻는 질문에는 언어적 조롱 36.2%, 언어폭력 12.2%, 각종 차별행위 10.5%순으로 나타났고,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는 답변도 7.5%, 성희롱 및 성추행도 5.6%로 집계됐다. 

업무환경이 열악함은 물론 부당대우와 인권침해 사례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대처방법을 묻는 질문에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36.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외국인지원센터와 상담을 나눈다는 응답이 20.5%, 사업주에게 알리고 시정을 요구한다는 응답도 16.1%로 조사됐지만, 이 같은 답변은 특정 국적(베트남)·업종(선원)의 경우에 쏠려있었다.

국가별로 분류하면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스리랑카(48.3%), 필리핀(47.1%), 중국(45.6%) 순으로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제주지역의 경우 타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섬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고, 비교적 외국인들의 출입이 자유로워(무비자 입국) 외국인들이 근로하기에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역 산업구조가 농축어업,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으며 내국인들이 소규모 영세기업체에 근무하기를 꺼림에 따라 외국인들이 빈 자리를 메우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대다수가 제주지역에 거주하며 노동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1차산업 현장에서 평균 8~9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높은 노동강도에 노출돼 있다. 정해진 휴식시간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사업장을 벗어나기도 힘든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제주에서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인권과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주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비롯한 외국인근로자 관련 유관기관에서 협력해 노동 및 환경을 개선하고, 인권보호 증진을 위한 법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합법적 이주노동자는 물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주요 산업현장에서 노동과 인권 문제 등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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