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요일별 배출제의 공과] 1. 머리말부터 시행 배경까지

제주도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쓰레기 처리. 이를 해결하고자 2016년 12월 1일 제주시에서 시작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시민들 피부에 와 닿는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3년 넘게 지난 시점에서 요일별 배출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환경윤리의 실천’의 저자 김일방 제주대학교 교수(사회교육과)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공과’에 대해 살펴보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환경총량제, 환경교육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제주의소리]는 세 차례에 걸쳐 논문 전문을 소개한다. 해당 논문은 한국환경철학회의 '환경철학' 제28집(2019. 12. 31)에도 수록됐다. [편집자 주]

I. 머리말

쓰레기는 언제나 인간 삶의 흔적으로서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 다닌다. 그러기에 인류 역사는 곧 쓰레기의 역사와도 겹쳐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동굴 바닥에 오물을 버렸다가 공간이 비좁아지면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났다. 그 후 정착생활을 하게 된 인류는 오물을 땅에 묻거나 가축의 사료로 활용하면서 잔여물을 처리하는 수고를 자연에 맡겼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고 점점 덜 유기적으로 변해가는 잔여물 탓에 결국 자연스럽던 물질의 순환은 중단돼버렸다. 이제 잔여물은 쓰레기가 된 것이다(드 실기, 2014: 22-23). 

문제는 쓰레기가 문명화될수록 점점 더 불어만 간다는 사실이다. 문명화란 사회의 물질적․기술적 발전 수준이 세련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인류의 삶은 높은 수준으로 격상되었지만 거기엔 반대급부가 있었다. 쓰레기량의 증가이다. 점점 쌓여가던 쓰레기더미는 생산, 소비, 폐기의 순환 주기가 짧아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물밀듯이 쏟아지는 쓰레기야말로 이 시대 최대 현안 중의 하나로 부상하였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이지 않다. 목하 대한민국은 쓰레기 대란의 와중에 있다. 전국에 쌓여 있는 쓰레기 규모는 120만 3000톤에 이르며, ‘불법투기 쓰레기’ 야적장만 235곳이나 된다 한다(오마이뉴스, 2019. 7. 2). 일명 ‘쓰레기 산’이라 불리는 쓰레기더미가 전국에 230여 개나 널려 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쓰레기더미는 급기야 세계적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2019년 3월 CNN이 “한국의 플라스틱 문제는 엉망진창이다”라는 리포트 제목 하에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을 보도한 것이다. 국내의 쓰레기 문제가 외신까지 주목할 정도이니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고도 남는다.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산재하는 쓰레기 산은 일인당 132.7㎏(2015년 기준)이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쓰레기 산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수입 중단을 선언(2018. 1)하면서부터이다. 이에 한국은 궁여지책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국가에 쓰레기 수출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유독 재활용되지 않는 한국산 플라스틱 폐기물은 동남아국가에서도 처치 곤란으로 취급되는 수가 많다. 2018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쓰레기가 현지 시민단체에 의해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 불법 쓰레기는 반송 처리되었고, 확인해본 바 그 진원지는 제주도임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는 제주도가 늘 외쳐온 ‘청정과 공존’의 슬로건에도 위배됨은 물론 제주도민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힌 사건이었다. ‘자원순환형 사회’, ‘카본 프리 아일랜드’ 등을 내세우며 국내의 다른 어떤 지자체보다 환경정책면에선 앞서나가는 줄 알았으나 실상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제주도의 무책임한 폐기물 처리 방식을 보면서 드는 깊은 의심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제주도가 역점과제로 시행해오고 있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_① 관련 문제이다.


각주 ①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란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품목별 지정 수거함에 배출할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플라스틱류는 월, 수, 금, 일요일에, 종이류는 화, 목, 토요일에, 불연성 쓰레기는 화, 토요일에, 캔․고철류와 가연성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배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배출시간은 오후 3시부터 익일 새벽 4시까지인데, 음식물 쓰레기만큼은 RFID 종량기를 이용하여 24시간 배출이 가능하다.


시행된 지 약 3주년을 맞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그 동안 많은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묵묵히 이행해온 시민들 덕에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상황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쓰레기 불법 수출’의 당사자가 제주도라는 소식은 도민들을 아연실색케 할 뿐이었다. 도민들에겐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엄격히 이행하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제주도는 오히려 쓰레기 불법 수출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도민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앞뒤가 다른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제주도의 행위는 폐기물 관리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라 판단된다. 이제 우리는 제주도의 폐기물 관리 정책의 문제를 진단하고 획기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시점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의도에서 이 글은 제주도의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공과를 분석하고 그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범운영 첫 날인 2016년 1일 제주도심 한 클린하우스 앞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Ⅱ.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 배경 및 과정

1.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 배경

제주도의 요일별 배출제는 2016년 12월 1일부로 제주시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당시 이 제도의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을 보면 그 시행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구와 관광객 증가로 인한 쓰레기 발생량 급증으로 처리시설 용량 한계점 초과 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직면함에 따라 가정에서부터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나가기 위해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제주시 생활환경과 새소식, 2016. 11. 24).

위 내용에서 보다시피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을 들어보면 이러하다. 
첫째는 클린하우스_② 넘침 현상뿐만 아니라 해안 및 관광지에서의 쓰레기 무단 투기 행위 역시 급증해왔다는 점이다.


② 클린하우스(Clean House)란 공원, 놀이터, 주차장 등 일정한 거점 수거지에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 등 생활쓰레기 분리수거용기를 갖추어 자동 상차식 차량으로 수거, 처리하는 쓰레기 수거방식을 말한다. 재활용률 제고, 도시미관 개선, 행정비용 효율화 등을 위해 제주시가 200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이다.


클린하우스에 생활쓰레기가 넘쳐나 악취를 풍기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현상이 비일비재함은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경험했던 바일 것이다. 무단 투기 적발 건수 역시 2011년 429건에서 2016년 1047건으로 618건이나 증가했는데(김은수, 2017: 84) 이는 무단 투기 행위 자체에 대한 의식조차 없음을 반증해주는 결과로 판단된다.

둘째는 폐기물의 포화상태이다. 지금 제주는 이미 만적된 쓰레기 매립장이 20곳, 사용 중인 매립장이 9곳이 있으나 이 9곳도 만적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소각장은 하루 종일 가동해도 용량 초과로 근처 야적장에는 소각하지 못한 가연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수종말처리장 역시 처리 능력의 한계로 악취 발생은 물론 오폐수가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방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는 쓰레기종량제_③가 시작(1995년)된 지 20여년, 클린하우스제도가 도입(2006년)된 지 10여년이 지나고 있으나 종량제 봉투에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혼합 배출하는 현상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점이다.


③ 쓰레기 배출량에 대해 배출자부담의 원칙을 적용하여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그 처리비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정확한 정책명은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이며 1995년 1월부터 시행됐다. 종량제 적용 대상 폐기물은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로, 배출자는 규격봉투를 구입해 이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일반 쓰레기를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종량제 봉투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배출하는 행위, 무단 투기 행위 등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김은수, 2017: 78).

위들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진 데는 나름의 원인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주목받는 것이 유입인구 및 관광객의 증가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유입인구의 추세부터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제주도의 인구가 50만5000명으로 50만 시대를 돌파한 것이 1987년이었고, 이 50만명대를 꾸준히 유지해오다 60만명 시대를 연 것이 2013년 8월이었다. 그 후 인구는 급증하여 2018년 현재 69만2032명에 이르렀다.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50만 명에서 60만 명에 이르는 데 소요된 기간이 26년이었던데 비해 60만 명에서 69만 명에 이르는 데 소요된 기간은 5년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급등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구추이에서 보다시피 2015년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가 둔화되는 추세이긴 하나 전국적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어서 관광객 유입 추세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표 2> 참조).

<표 2>에서 보다시피 입도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해오다 2016년에 사상 최초로 1580여만 명을 돌파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렇게 급등세를 보이던 관광객 수가 2017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이는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든 효과로 판단된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객 수가 14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유입 인구 및 입도 관광객 수의 급등세는 쓰레기 발생량과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3>에서 보다시피 생활 쓰레기 발생량이 꾸준히 증가해오다 일일 배출량이 1300톤을 넘은 것이 2016년부터이다. 2016, 17, 18년 각각 1300톤을 넘어설 정도로 사상 최대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사실들에서 유입인구 및 관광객 수의 급등세가 과다 쓰레기 발생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한 판단으로 간주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한림읍 금릉리 소재 서부매립장에 매립을 위해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 쓰레기 발생량이 급등한 또 한 가지 원인으로는 도민들의 시민의식도 빼놓을 수 없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렇게 쓰레기에 대한 도민들의 의식수준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의 클린하우스제도 운영상의 미비에서 오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의 클린하우스 제도는 도민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365일 24시간 생활폐기물을 배출하도록 하는 완전 자유배출제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오히려 방만한 무단 투기 행위, 혼합 배출 행위 등은 물론이고 클린하우스 수거함의 세척․관리 등의 어려움도 초래하였다(김은수, 2017: 78). 또한 쓰레기는 수거함에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버려도 무방한 것으로 여기게 함으로써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한 아무런 반성적 의식도 낳지 못했다. 그 결과 매립장 포화, 소각장 용량 초과 현상 등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 김일방 교수는?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분야는 환경철학·사회철학·사회과교육이며 현재 제주대 사회교육과에 재직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환경문제와 윤리》, 《환경윤리의 쟁점》, 《환경윤리의 실천》, 《모럴 아포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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