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음지의 이웃, 외국인노동자](1) 3D노동·차별·조롱 보다 제주살이 가장 어려운 점 ‘언어, 외로움’ 우선 꼽아

 

제주사회의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약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내국인 노동자들이 회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현장에서 땀을 흘린다. 우리사회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수많은 중소기업, 자영업, 농축산어업을 비롯한 1차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릴 정도다. 합법적 이주노동자들은 물론 불법체류 신분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내몰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저성장·저출산 시대에 맞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모든 인간은 보편적 인권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그들이 차별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기여한 노동의 대가로 획득한 권리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설명절을 맞아 외국인이주노동자 실태를 세차례에 걸쳐 심층 조명해봤다. [편집자 글]  

제주사회의 외국인 노동자 수가 약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경제활동 인구의 7.7%를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 이미지 = 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외국인노동자' 이슈를 접근함에 있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제주연구원 등 도내외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결론은 같았다. 지역 내 외국인근로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최근 인력난으로 인해 노동자로서 외국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노동자가 종사하는 영역은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힘들고 어려운 3D업종으로의 분포가 두드러졌다. 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에 대한 관리·단속이 주 업무인 출입국·외국인청조차 '이주노동자는 우리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주요 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 산업의 중요한 구성원이 됐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는 제주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와의 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고있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때마침 지난해 말 제주연구원이 '제주지역 외국인근로자의 경제·사회분야 실태조사 및 대응전략' 보고서를 펴냈다. 이 연구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것으로, 도내 외국인근로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를 강구하기 위해 실시됐다. 

합법적 이주노동자들 마저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내몰린 상황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당한채 살아가고 있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외국인노동자의 실태 전반을 심층 취재했다. 

2019년 6월 기준 제주지역 내 등록외국인은 1만873명이다. 중국국적의 노동자가 약 30%에 이르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인도네시아 15.1%, 베트남 11.5%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치로 드러나지않은 미등록 노동자를 포함하면 외국인노동자는 총 2만9225명으로 치솟는다. 제주지역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7.7%가 외국인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취업비자를 받아 지역에 거주중인 대다수의 외국인 노동력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 등에 분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어업 23.4%, 농축산업 10.7%, 양식업 9.11%, 제조업 8.97%, 음식점판매업 25.59% 등으로, 주로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연구진은 외국인노동자 중 권역별, 국가별 표본구성을 반영해 총 550명의 표본을 추출하고, 이들에 대한 1대1 직접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직접 사업장을 찾아가서 조사하거나 일과 후 시간을 조율해 면접조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2개월 여에 걸쳐 진행됐다.

그 결과 고된 업무환경과 부당대우 노출 등의 이유로 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73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150~200만원 미만의 노동자가 67.1%로 가장 많았고 200~250만원 10.7%, 100~150만원 4.2% 순으로 분포됐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8.4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이 173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들도 38.2%로 나타났다. 노동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 혹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 이미지 = 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실제 근로시 부당대우를 경험했냐는 질문에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았다'는 응답이 38.2%에 달했다. 열명 중 네명 가까이가 외국인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노동자의 1인당 월평균 생활비는 평균 47만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25~50만원을 소비한다는 응답이 48.2%로 가장 많았고 50~75만원 16.4%, 25만원 미만 12.9%로 뒤를 이었다.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 종사자는 소비액수가 비교적 큰 반면, 농축산업과 어업 종사자의 경우는 한 달에 50만원도 채 되지않는 소액을 지출하고 있다. 지역별 생활비의 편차도 컸다. 25만원 미만의 소액지출은 서귀포시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집중돼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임금은 고스란히 본국으로 송금됐다. 도내 외국인노동자의 74.7%는 임금의 절반 이상을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금 횟수는 1년에 약 8.8회, 금액은 평균 1000만원 가량이었다. 대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이 '가족 부양'을 목적으로 타지에서 고된 생활을 하고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다수의 외국인노동자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3.8%가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병원을 못가는 가장 주된 이유로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서' 48.4%, '시간이 없어서' 16.7%, '어느 병원에 가야될지 몰라서' 9.7%, '치료비가 부담스러워서' 8.1% 순이었다.

정서적인 문제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생활의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28.7%)가 '외로움'이라고 답했다. '언어문제'라는 응답자는 24.2%, '외국인에 대한 오해와 무시' 20.7% 순으로 응답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외로움과 언어적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제주시보다 서귀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외로움 정도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노동자의 생활상을 유추하면 '외로움'과 '언어문제'에 대한 어려움은 별개로 분류하기 어렵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휴식시간 중 즐기는 여가생활의 패턴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응답자의 40.4%는 'TV시청', 17.6%는 '게임·인터넷 검색'이라고 답했고, 문화예술 관람은 9.8%, 자기계발 활동 6.4%, 여행 4.9%에 불과해 사실상 사회활동에 대한 시간 투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조로운 휴식시간이 정서적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제주의 외국인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수월할 수 있으나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으며, 휴식시간 역시 단순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대부분이 오로지 임금을 벌기 위해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타 지자체와 달리 지역 내 외국인 커뮤니티가 열악한 외국인노동자들은 외로움과 언어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근로자들이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 인권과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며 "단조로운 한국생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외국인문화교류 및 증진을 위한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인노동자 인권활동가 A씨는 "현재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은 30~4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힘든 일을 견뎌온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불성실할 것'이라는 색안경을 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게으른 사람이 이 먼 곳까지 일하러 오겠나"라며 "제도적인 틀 안에서 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된 노동과 부당한 대우, 조롱과 차별을 묵묵히 견뎌내는 이주노동자들의 소리없는 외침이 제주사회 곳곳에 잠재되어 있다. “우리도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있다”는 이주노동자들의 호소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