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後] (3) 과실치상 무혐의에 환자들 민사소송...2명 손해배상 판결 ‘2명은 5년째 분쟁중’

<소리後>는 기존 <소리多>에 더해 선보이는 기획 뉴스입니다. 일회성 기사에 그치지 않고 뉴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될 수 있고 우리 생활에 밀접한 정책현안 일수도 있습니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반짝 기사에 그치지 않고 감시하고 살피며 기억하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제보의 문도 활짝 열려있습니다. <편집자 주>

2015년 국내 의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대학교병원 안과 환자 실명 사건의 여파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최근 의료분쟁 회의를 열어 5년 전 수술로 시력이 저하된 환자에 대한 세 번째 배상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실명 논란은 제주대병원이 2011년 4월부터 사용하던 러시아산 의료용 과불화프로판(C3F8) 가스를 2015년 1월20일 느닷없이 중국산으로 교체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가스 교체 다음 날인 2015년 1월21일 망막이 찢어지는 망막박리 증세를 보인 지모(당시 60세.여)씨가 바뀐 가스로 유리체강내 가스주입 수술을 받았습니다.

2월3일에는 이모(당시 40세)씨도 우안 망막박리 진단을 받고 유리체강내 가스주입 수술을 받았습니다. 2월11일 장모(당시 46세)씨를 포함해 한 달 사이 총 4명이 수술대에 올랐죠.

문제는 수술 직후부터 터졌습니다. 퇴원한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시력저하를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씨의 경우 망막괴사가 진행돼 그해 2월17일 실기콘기름을 주입하는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서울대병원을 찾았지만 ‘시신경이 거의 죽어 회복이 안되니 실명에 대한 준비를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이씨는 그해 3월13일 제주대병원에서 실명 진단을 받았습니다.

환자 4명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실명과 시력저하 증세가 나타나자, 제주대병원은 2015년 2월21일 중국산 가스사용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미 3kg의 가스를 대부분 소진된 뒤였습니다. 

환자들은 이에 맞서 제주대병원과 시술에 나선 의료진을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통상 의료행위에 사용하는 산소와 질소 등은 의료용 고압가스로 분류하고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적용해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반면 안구에 직접 주입되는 C3F8 가스 등은 공산품으로 분류돼 시술이 이뤄져 왔습니다. 육불화황(SF6), 플루오린(C2F6) 등의 가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시술에 사용된 가스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양이 적어, 다른 지역에서 유통된 같은 회사의 의료용 가스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였습니다.

경찰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해당 가스에서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C3F8가스는 SF6(육불화황)가스와 함께 유리체강내 가스주입술에 이미 널리 사용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C3F8가스를 생산하지 않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했습니다. C3F8가스는 법령상 의료용과 산업용으로 구분되지 않아 실무적으로 구별한 의무가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제주대병원이 의료용 가스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시술상 과실은 없다고 판단해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당연히 환자들은 반발했습니다. 2018년부터 제주대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연이어 제기했습니다. 결과는 원고 일부 승소였습니다. 

법원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고 의료용도 아닌 C3F8가스를 병원측이 사용한 점에 비춰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비록 법령상 의료용과 산업용 구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중국산 C3F8가스에 대한 인체 무해성에 대한 확인 책임은 전문 의료인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의료과실에 대한 제주대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환자 중한 명은 제주대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1억3000여만원 상당의 배상청구를 이끌어 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전체 환자 4명 중 2명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액 지급을 완료했습니다. 나머지 2명 중 한명은 소송 여부에 관계없이 배상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입니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손질해 C3F8 가스를 의료기기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제주대병원측은 문제가 된 중국산 C3F8 가스 공급업체와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국가지정 의료용 가스만을 공급 받아 사용 중인 만큼 현재는 시술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제주대병원의 설명입니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나머지 환자 한 명에 대해서도 장애진단 결과를 보면서 최종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적극 협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대로 의료 관련 제품에 대한 무해성은 의료진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다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내 모든 의료기관이 안전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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