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면 소상공인들의 따뜻한 ‘휴먼 브랜딩’...곽효정·황영혜·공지은 씨가 제작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의 표지. ⓒ제주의소리

제주시 서부 ‘한경면’ 사람들의 담백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잡지가 발간됐다. 단순히 동네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를 재조명하는 ‘브랜딩’(Branding)까지 추구하는 ‘LOCAL MAGAZINE HANKYUNG x 삶, 사람 SARM’(이하 매거진 한경)이다.

제주 읍면 지역을 소개한 매체의 시도는 이미 여럿 존재하지만 매거진 한경은 ‘경제,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적극 앞세운다. ▲농업(와랑농부, 제주동 귤 가게) ▲제조업(우드비앙, 탐나탐라, 목질) ▲술집(요이땅삐삐) ▲책방(소리소문) 등 한경면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을 감각적인 사진과 심층 인터뷰로 보여준다.

독자들은 ‘매거진 한경’을 통해 평소 소비자로서 제품만을 구매하면서 도저히 접하지 못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각과 마음, 자세를 만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감성의 와랑농부 포장이 등장한 배경, 제주동 귤 가게의 다양한 가공 제품 시도, 쓸모 있으면서 아름다운 우드비앙의 나무 제품, 탐나탐라 정선자 대표가 도자기를 빚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펍(PUB) 요이땅삐삐의 매력, 예술과 생활용품의 경계를 넘나드는 목질의 제품, 책방 소리소문을 찾는 주민들의 소소한 사연들…. 잡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가지각색의 매력이 등장한다. 분야를 비교적 골고루 배분한 점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지역에서 열린 소규모 축제 리뷰, 면장과 해녀 할머니 인터뷰, 1948년생 단짝 친구, 올레길 휴게소 주인 부부, 젊은 나이의 식당 사장, 민박집 주인들 같은 ‘삶·사람’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 가운데 일 부분.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이 같은 구성은 상당한 내부 논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4월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해 한경면 구석구석을 누볐고, 세 명의 담당자(곽효정·황영혜·공지은 PD)는 자체 워크숍까지 열면서 심도 깊은 이야기로 서로의 목적의식을 공유했다. 그리고 잡지에 실릴 업체 한 곳 당 많게는 다섯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가를 초청한 브랜드 스토리텔링 강의도 마련했다. 이 밖에 많은 만남과 보이지 않은 작업을 이어가면서 결과물이 탄생했다.

‘매거진 한경’이 비록 정부 지원 사업(지역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이지만, 만드는 사람이나 참여한 사람 모두 한층 더 성장하는 유익한 계기라고 느낀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잡지 안에는 마케팅, 브랜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도 실리면서 정보 전달 기능을 더한다.

책임 편집자 곽효정 씨는 최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주민사업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1차로 모은 질문만 100개에 달한다. 개인 사업을 ‘휴먼 브랜딩’ 한 적이 없어서 우리도 그들도 고민이 많았지만 접근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덕분에 돌이켜보니 우리도 주민사업자들도 함께 성장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서울 중심, 대기업 중심의 획일적 한국 경제 구조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지역 곳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탄탄하게 살아남는 경제 구조가 갖춰진다면 집중 문제가 분산되면서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매거진 한경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업에 참여한 7곳의 주민사업자들이 각자 협업하는 사례가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소소하지만 그런 연결고리들을 잇고 푸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거진 한경은 작은 단추라고 보면 된다. 오랫동안 잘 살기 위해서는 각자 도생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다. 매거진 한경을 읽는 독자들은 ‘이렇게도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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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매거진 한경 x 삶, 사람'의 책임 편집자 곽효정 씨. 제공=곽효정. ⓒ제주의소리

곽 씨는 자신들의 작업을 한경면이 아닌 다른 지역까지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매거진 한경은 최초 500부를 제작해 관련 기관, 단체에 배포했다. 일부는 잡지에서 소개한 한경면 책방 소리소문, 펍 요이땅삐삐에서 판매 중이다. 늦어도 3월 부터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매할 전망이다.

문의 : www.instagram.com/jeju3pd
blog.naver.com/bab3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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