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25) 제주도민 제2공항 '전면 재검토' 민심 재확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 주요 정당의 최종 후보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4.15 총선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들마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계획에 대한 입장을 제시한다.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 사안 중 하나인 만큼 후보자들의 입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도민공론화 선택한 민심

최근 제주의소리와 제주新보, 제주MBC, 제주CBS 등 도내 언론4사는 설날을 맞아 '제2공항 갈등해법'에 대한 도민들의 민심을 조사 발표했다. 조사결과 제2공항 갈등해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29.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주민투표’ 의견이 23.6%였고, 여론조사 및 숙의형 공론조사도 18.2%로 나와 주민투표든, 여론조사든 도민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갈등해결을 원하는 의견이 41.8%에 달했다. 이에 반해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2.8%에 불과했다.

[제주의소리]와 제주新보, 제주MBC, 제주CBS가 설날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제주 제2공항 갈등해법으로 제2공항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 48.5%, '찬성한다' 47.3%로 반대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1.2%p 앞서며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제주新보, 제주MBC, 제주CBS가 설날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제주 제2공항 갈등해법으로 제2공항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 48.5%, '찬성한다' 47.3%로 반대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1.2%p 앞서며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소리

정리하자면 제2공항 계획의 강행은 지금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도민들은 제2공항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도민 공론화 방안이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제주도의회가 추진하는 도민의견 수렴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76.0%로 ‘반대한다’ 12.4%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민들은 지역의 갈등사안에 대해 도민이 직접 판단하고, 도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이러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듯해 보인다. 유력 후보군은 물론이고, 출마를 공식화한 군소정당 후보들마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갈등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많은 도민들이 지지하는 도민 공론화에 대해서도 선명한 지지 입장을 미루는 모양새다. 이러다 지난 지방선거처럼 정책선거는 실종돼 버리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도민은 지속가능한 제주를 원한다

제2공항 계획의 전면 재검토와 도민공론화 추진에 대한 도민들의 높은 의견은 제2공항 건설 찬반 의견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번 방송·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추진 중인 성산읍 지역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찬성한다’ 47.3%, ‘반대한다’ 48.5%로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여론이 앞섰다. 결과에서 보듯이 제2공항 계획의 반대여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도민여론의 변화추이를 보더라도 제2공항 반대여론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정부와 제주도의 계획과 달리 제2공항에 대한 제주도민의 여론이 이처럼 변화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삶의 질의 유지 문제가 아닌가 싶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활환경의 악화는 도민의 삶의 질 후퇴로 이어졌고, 제2공항 계획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제2공항 건설이 경제적으로도 결코 제주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찬성론자들은 제2공항 건설이 제주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처럼 주장을 한다. 5조원의 공사비용을 감안하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공사과정에 일부 업종의 단기간 호황일 뿐이다. 건설 및 관광 관련 업계와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경제·관광 활성화를 명분삼아 제2공항 찬성 여론을 주도하지만 제주경제의 지속가능성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우선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과잉관광으로 인한 제주사회의 지속가능성 악화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사회는 이미 개발붐에 따른 과도한 지가상승이 주택 및 상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와 영세상인의 몰락을 경험했다. 또한 지가상승에 따른 세금부담 증가로 농지는 난개발의 용도로 매각되기 일쑤고, 생태환경과 관광도시로서 제주의 가치와 매력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제주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부동산 투기와 대자본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제주의 가치 살리는 대안 제시해야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 돌아왔다. 한국 정치의 중심 역할을 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만큼 후보자들을 향한 유권자의 시선은 날카롭다. 총선에 뛰어든 출마자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미루거나 갈등해결을 위한 정책을 거부한다면 결코 기대하는 바의 목표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2공항 계획은 현재 찬반으로 갈린 현안이기는 하지만 찬성, 반대를 넘어 도민사회의 갈등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지역 유권자를 대신하여 국회 의정활동을 펼치게 될 것인 만큼 제주의 가치를 살리고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개발주의가 만연했던 제주개발의 역사를 반성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는 제2공항 건설계획을 비롯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현안들과 관통하는 문제이다. 도민들은 현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길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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