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극단 노뜰, 8일 전쟁연작 두 번째 ‘침묵’ 쇼케이스 제주서 개최

제주4.3을 주제로 음악과 몸의 언어가 큰 줄기를 이루는 새로운 컨템포러리 연극이 제주에서 첫 발을 뗀다. 

극단 노뜰(대표 원영오)은 2월 8일 오후 6시 제주시 신촌 문화의 집에서 전쟁 연작 두 번째 작품 '침묵'의 쇼케이스 공연을 연다.

1993년 창단한 노뜰은 강원도 후용공연예술센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이다. 스스로를 ‘실험적인 공연과 새로운 연극 언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한다. 국적, 언어, 문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공연 언어를 탐구하며 발견하는 노뜰 만의 작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2002), 이탈리아 유럽연극센터(2003), 북경 동방선봉극장(2007), 페루 100% CUERPO 페스티벌(2018) 등 전 세계 20여개국 50개 도시를 누볐다. 원영오 대표는 2013년 국내 공연예술전문 비평지 계간 '공연과 리뷰'가 제정한 '올해의 연출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침묵'은 노뜰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전쟁 연작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국가'는 독일의 극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Wolfgang Borchert)의 소설들을 원작으로 한다. 국가의 부름에 응해 참전해서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남자 주인공의 절망적인 시선으로 국가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8일 열리는 '침묵' 쇼케이스 공연은 제주에서 머물면서 자신들이 탐구한 작업물을 도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노뜰은 1월 13일 제주로 와서 4.3평화공원, 4.3유적지를 둘러보고 연구해왔다. 이 과정에는 김경훈 시인, 최상돈 가수 등 제주 예술가들이 동행했다. '침묵'은 ▲광풍 ▲순례자들의 합창 ▲침묵 등 네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순례자들의 합창은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Wagner)의 오페라 ‘탄호이저’에 등장하는 노래다.

노뜰은 몸짓, 음악 등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4.3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무엇보다 쇼케이스 공연은 완성한 무대가 아닌 미완성인 상태로서 제주도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주 목적이 있다.

원영오 대표는 “전쟁 연작 첫 번째 작품을 마치고 두 번째인 '침묵'은 국가를 통해 누가 침묵을 강요받는지, 아직도 침묵하는 전쟁은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원 대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 과정에서 나치가 '순례자의 합창'을 들려주며 유태인 학살을 자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순례자들의 합창'은 지금까지 학살의 상징적인 곡이며, 학살이 반인륜적인 행동임을 배가시키는 예술적인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그래서 '침묵' 작품에서 바그너의 음악, 강요배 화백의 4.3연작을 연결 지었고, 음악을 통해 피해자의 침묵과 고통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도 벌어지는 폭력적인 학살까지 담아내고자 한다”는 연출 취지를 밝혔다.

원 대표는 “작품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솔직한 반응을 꼭 듣고 싶다. 쇼케이스 참가자들에게는 9월 이후에 있을 제주 초연 공연에도 초대하겠다. 공연의 완성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참여를 당부했다.

8일 오후 6시 제주시 신촌 문화의 집에서 열리는 '침묵' 쇼케이스는 관심 있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30분 가량 공연이 끝나면 배우, 제작진과 관객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는 자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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