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류 절차 다 마쳤는데...” 황망함 밝힌 불합격자에 또 시험 권해 “공정성 의혹”

A씨에게 전달된 제주도교육감의 인감이 찍힌 합격통지서. A씨는 서류 절차까지 끝마쳤지만 도교육청으로부터 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A씨에게 전달된 제주도교육감의 인감이 찍힌 합격통지서. A씨는 서류 절차까지 끝마쳤지만 도교육청으로부터 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제주지역에서 시행된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에 응시한 A씨(32).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낙담하고 있던 차에 지난 7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시험 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해 뒤늦게 합격자로 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물론 소식을 들은 가족들도 뛸 듯이 기뻤다. 제주도교육감의 직인이 찍힌 합격통지서까지 받았고, 임용후보자 서류 등록 절차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끝마쳤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다시 지옥으로 오기까지는 불과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A씨는 제주도교육청의 졸속 행정으로 인해 최초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다시 불합격 통지를 받은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다.

A씨에 따르면 제주도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에게 다시 연락을 받은 날은 지난 13일이었다. 오전 9시 연락이 와서는 대뜸 '직접 만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서울에 살고 있는 A씨를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직접 만나서 얘기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상상도 못했죠. 처음에 불합격했다가 합격했을 때도 일말의 사과나 그런 절차가 없었다보니 그에 대한 사과를 하러 왔나 하고 생각했어요."

집이 멀어 공항에서 자신을 찾아오는게 어렵겠다 싶었던 A씨는 굳이 중간 행선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고, 오전 11시쯤 해당 장학관을 만났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다시 '불합격' 처리됐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정말 충격이 커서 한동안 몸에 힘이 다 풀리더라고요. 아무 말도 안나오고요."

힘겹게 당시를 떠올렸던 A씨. 그를 더 황망하게 한 것은 장학관의 이어진 말이었다. A씨에 따르면 장학관은 "다시 한번 제주도로 시험을 보라",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처음 불합격이 됐을 때, 불합격이 합격으로 변경되고 다시 불합격으로 변경된 일주일 간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시험 점수를 다시 확인하고, 제가 객관적인 합산 점수로 불합격을 했다면 받아들여야지요. 그런데, 장학관의 이 같은 발언은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 이번 논란을 거치며 제주도교육청의 임용시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체육 과목의 경우 육상, 수영, 구기종목 등의 실기시험을 거치게 되는데, 심사관이 외부 전문인사가 아닌 제주도교육청 내부 인사로 구성됨에 따른 문제 제기다. 

면접 점수 역시 마찬가지다. 도교육청 장학관과 일선학교 교사들이 참여한 시험에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냐는 의문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속속 번지던 상황이다.

A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겠다는 건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밥사주겠다고 한 소리는 아닐 것 아니냐. 사과와 위로를 하러 온 장학관이 할 수 있는 말인지 분노를 느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수많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는 임용시험에 대한 어떠한 특혜나 혜택을 바라지 않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제주도교육청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수험생 당사자를 만나러 갔고, '다시 시험을 보게된다면 개인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교육청의 실수로 인해 합격했다가 떨어지는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사죄하면서 언급한 것이다. 공적인 사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청렴하지 않은 일이 섞여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겠지만, 그러고 싶어도 특혜를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개인적인 사과의 뜻을 전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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