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 "허술한 인사시스템" 질책...부교육감 "책임 통감, 사과"

18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재번복 사태에 따른 현안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18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재번복 사태에 따른 현안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제주도교육청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중등교사 임용고시 합격자가 두 번이나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와 관련, 제주도의회로부터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단순한 착오나 실수가 아닌, 도교육청의 허술한 인사 시스템이 부른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강시백)는 18일 제379회 임시회 폐회중 교육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합격자 번복에 따른 대처방안 및 향후 추진계획’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현안보고는 지난 7일 도교육청이 중등 체육교사 합격자를 번복한데 이어 13일 또 다른 업무 실수로 합격자를 재번복한 사태에 대한 인사업무 처리 문제점과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받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위는 지난 14일 도교육청과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추진 경위를 보고받았지만, 검토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 재차 꼬집고 나섰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경희 도교육청 부교육감은 “교육청의 거듭된 업무 실수로 인해 중등교사 합격자를 재변경하게 됐다. 응시자와 가족 도민 의원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부교육감은 “업무처리 착오와 평가과정 검증시스템 부실로 판단하고 있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도 깊게 통감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면밀히 조사하고 시스템 개선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장영 교육의원은 “이번 채용 시험은 불합격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그냥 묻힐뻔한 사건”이라고 전제하며 “7일 오전 체육교사 첫 공고때 합격선이 144점이었고, 같은날 오후 162점, 내부감사를 거쳐 166점으로 상향되지 않았나. 이게 문제가 없는 점수였나”라고 지적했다. 합격선의 차이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상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냐는 추궁이다.

또 김 의원은 “음악, 미술, 체육 등 실기시험과 관련, 최초 응시자들에게 공고했던 유의사항과 시험 당일날 평가기준이 달라졌다는 의혹이 응시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응시자가 자신의 실기점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알 길이 없는 구조다. 이번 기회에 심사원을 익명으로 표기하되 응시자에게 부여된 점수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8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현안 업무보고에 출석해 중등 임용교사 합격자 재번복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이경희 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
18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현안 업무보고에 출석해 중등 임용교사 합격자 재번복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이경희 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도의회가 도교육청에 요청한 것은 5가지다. 교육감 사과, 전반적 감사 요청, 책임지는 모습, 피해응시자 적정 조치, 익명평가제도 개선 등인데, 어떻게 조치되고 있나. 당장 교육감의 사과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화두가 공정이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지고, 교육청 행정정책에 대해 불신할 수 밖에 없다”며 “실무자 책임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청의 책임이다. 시스템이 이렇게 엉망이면 절대절명의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기시험 심사를 외부 전문가 등을 도입하고,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김창식 교육의원은 “임용고시 장소에 부교육감 관계 국장도 한번 다녀가지 않았다. 장학관이 맡는데, 사실상 주무관이 맡아서 지시하는 구조였다. 성적을 입력하는데 있어서도 모든 부분이 주무관이 맡아서 하고 있다”면서 “검사하는 것은 사실상 장학관 이상이 책임져야 했다”고 질책했다. 

김 의원은 “실기평가위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중요하다. 해당 종목별 전공자가 반드시 있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부공남 교육의원은 "사전에 공지된 평가기준과 다르게 평가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응시자로부터 나왔다. 사전에 평가기준이 안내되지 않거나,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아주 큰 문제"라며 "이번 사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체감사를 통해서라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 의원은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소재가 파악되고, 징계위원회도 열리겠지만, 현재 도민 정서는 결제 라인에 있는 분들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며 "감사 결과 전에라도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이 보여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은실 의원(정의당)은 실기평가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응시한 이들은 대부분 대학교 등에서 충분한 자격을 숙지한 이들”이라며 “세부적인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체육회 전문지도자 뽑을 때도 지도자자격증으로 뽑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을 교육할 때 정말 중요한게 무언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충룡 의원(무소속)은 “인사 문책만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다. 담당자 한 두분이 그만두고 징계를 받고 끝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 문제는 공정성에 대한 도교육청의 신뢰도 하락이 문제인데, 도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이유는 공정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실기나 면접 과정에서 내부 인사 개입에 따른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대익 교육의원은 “승진 시험이나 전문직 시험의 경우 별 문제 아니다. 임용시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다. 교원 임용고사에 떨어져서 그 사람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에 대해 가볍게 여기거나 단순 실수가 용납된다면 이 세상에 누가 어떻게 공무를 담당해야 하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 의원은 “더이상 꾸물거릴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사과하고, 잘못 인정하고, 외부감사 의뢰해서 먼저 치고나가야 할 일인데, 교육청이 미적거리고 잇다. 자체감사 해봤더니 문제가 생겼다면, 바로 외부감사 요청해야 한다”며 “이걸 못하면 무너진 신뢰 회복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위원회는 이날 보고를 받은 직후 해당 사안과 관련한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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