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고유정 살인 사건이 선고만을 앞두면서 31년 만의 국내 여성 사형수로 기록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여성 사형 선고 사례는 1989년 김선자씨가 마지막이다.

특히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한 국내 미결사형수는 56명으로, 현재 이들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기에 여성 피의자에 대한 사형 판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선고 공판을 열어 1심 형량을 정한다.

고유정은 2019년 5월25일 밤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고 완도행 여객선과 경기도 김포에서 사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살인과 사체 은닉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전 남편의 강압적 성관계 요구에 대응하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왔다.

고유정은 이보다 앞선 2019년 3월1일 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현 남편 홍씨의 친자인 의붓아들(당시 6세)을 침대에서 몸으로 강하게 눌러 질식사 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자신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새벽에 안방으로 이동해 컴퓨터를 작동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접속한 사실을 밝혀냈다.

형법 제250조에 따라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극단적 인명경시에 의한 살인죄는 23년 이상 징역형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강력 범죄로 여성이 사형 선고를 받은 사례는 1989년 김선자씨가 마지막이다.

당시 49세 가정주부였던 김선자는 1986년 카바레와 도박 등으로 300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지인에게 청산가리를 탄 음료를 마시도록 해 살해했다.

이후 범행이 점차 대담해지면서 같은 수법으로 친아버지와 동생, 채권자 등을 연이어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1988년까지 김선자가 살해한 사람만 5명이다.

1989년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김선자는 수감생활 8년만인 1997년 사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첫 여성살인범에 대한 사형 집행이자 국내 마지막 사형 집행이었다.

제주에서 발생한 범행으로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2003년 제주시 이도동 노부부·삼도동 슈퍼마켓 주인 살인사건 뿐이다.

당시 37세이던 이모(경기도 수원)씨는 공범과 함께 제주를 유유히 빠져나간 뒤 절도 행각을 벌이다 2005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에게 검거됐다.

살인 혐의까지 더해져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2005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2009년 형이 확정됐다. 다만 재판은 제주가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고유정에 대해 사형이 선고될 경우 제주지방법원의 첫 사형 선고 사건이자 국내에서 31년만에 여성 피고인을 상대로 이뤄지는 사형 선고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 미결사형수는 56명이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흉기로 찔러 22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이 마지막 사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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