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귀포시 호텔 20대 직원 '양성' 판정...동선 임시폐쇄, 접촉자 격리

 

청정지역을 지켜오던 제주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습격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최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두번째 양성 판정자가 발생하면서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를 자부하는 서귀포시의 방역망도 여지없이 뚫렸다. 유명 관광호텔 직원이라는 점도 우려를 낳았지만, 대상자가 대형마트·병원 등 도심 곳곳을 누볐다는 기록이 드러나면서 도시 자체도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귀포시 중문동 버스정류장. ⓒ제주의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귀포시 중문동 버스정류장.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회수동 WE호텔 직원 A(22.여)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시점은 22일 새벽 1시45분이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고향인 대구를 방문했던 A씨는 양성 판정을 받자 곧바로 제주대병원 음압병동으로 격리 조치됐다.

호텔 측은 '아닌 밤 중에 날벼락'을 맞았다. 보건당국으로부터 A씨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A씨와 동선이 겹치는 부서의 직원 14명에 대한 자가격리를 통보했고, 날이 밝자마자 A씨와 직접 접촉한 기록이 남아있는 고객 5명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다.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병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병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주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주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이날 오전 WE호텔 로비는 숙박 중이던 고객들을 내보내기에 분주했다. 

호텔 관계자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스럽지만 기존에 묵고있던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를 진행중이고, 찾아오는 고객에 대한 안내도 진행하고 있다"며 "소독·방역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오후부터 호텔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호텔 내부의 테라피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웰니스센터'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런트나 식음 파트가 아니어서 고객과의 직접 접촉이 많지는 않지만, 호텔 측은 불안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A씨가 나흘에 걸쳐 다녀간 서귀포시내 곳곳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17일 다녀갔던 중문동 소재 주점은 이미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가게를 방문해 휴업을 하게 됐다. 임시 휴업기간 동안 가게 내부 소독 및 살균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재정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다녀간 내과병원, 편의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두 문이 굳게 닫겼고, 입구에는 급하게 써내린듯한 안내문만 부착돼 있을 뿐이었다.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이마트 서귀포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이마트 서귀포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편의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다녀간 편의점이 임시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굳게 착용한 모습이었다. A씨의 이동수단 역시 202번, 510번 등 평소 이용객이 많은 시내버스였다.

한켠에서는 담배 한 모금을 태우고 마스크를 올려썼다가 다시 담배를 태우는 다소 이질적인 모습의 흡연자가 보이기도 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정영호(27)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서귀포시에 발생했다는 소문이 오늘 아침부터 급격하게 퍼졌다. 지인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 동선까지 공유가 되더라"며 "일 때문에 나왔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모(80) 할머니는 "마스크 쓰면 숨쉬기도 불편한데, 이거라도 안하면 불안해서 집에서 나오질 못하겠더라"며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싶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지난 20일 A씨가 30여분간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이마트 서귀포점도 임시 폐쇄됐다. 마침 이날은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갖는 휴점일이었고, 내부에선 하얀 방역복 차림의 직원들이 바삐 오갔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A씨의 이동동선을 추적하며 접촉자를 격리 조치하고, A씨가 머문 장소와 버스 등에 대한 소독·방역 조치중에 있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2차 검진 결과는 이날 오후께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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