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합격자 번복 18일만에 사과...코로나 브리핑과 병행

제주도교육청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중등교사 임용고시 합격자가 두 번이나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역내 모든 이슈가 잠식된 터라 '뒷북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됐다.

이석문 교육감은 25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대책 및 중등임용시험'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중등 임용시험 재번복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육감은 "최근 우리 교육청의 거듭된 업무 실수로 인해 공립 중등교사 임용 과정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 도민과 당사자, 응시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교원들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드렸다"며 "교육 행정의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허리를 숙였다.

문제가 최초 불거진 것은 지난 7일이었다. 당시 발표된 공립 중등교사 임용합격자 선정경쟁시험에서 체육교사에 대한 채점이 잘못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시험과목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실기평가' 항목 대신 '실기시험' 항목을 선택했고, 대다수 응시자의 실기 점수가 반영되지 않았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3일 벌어졌다. 홍역을 치른 도교육청이 중등교사 임용시험 교과 성적 처리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한 결과, 같은 업무자가 같은 과목에서 실수한 것이 추가로 드러나면서다. 감사결과, 담당자는 체육교과 실기평가 5개 항목 중 선택항목 1개 성적을 완전히 누락시켰다.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 미숙해서 벌어진 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었다.

이로 인해 응시자 A씨는 최초 '불합격'에서 재공고를 통해 '합격' 통보를 받았다가 재재공고를 통해 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석문 교육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7일 문제가 불거지자 주말을 거쳐 10일 첫 브리핑에 나선 것은 교원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의 과장이었다. 6일 후 합격자가 다시 재번복된 낯 뜨거운 현장에는 자체감사를 주도했던 감사관이 브리핑 자리에 섰다.

결국 교육감이 사과를 위해 브리핑장에 들어선 것은 최초 문제가 발생한지 18일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중등교원 신규 임용장 수여식에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지만, 이는 엄연히 내부 구성원에 대한 사과였다.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감 명의의 대도민 사과문을 게재했다고는 하지만, 진정성이 의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최근 국내 모든 이슈를 잠식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묻혀버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 대책 및 중등임용시험'을 다루는 자리였다.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중등 임용시험 사태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학교현장의 대응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간간이 임용과 관련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곧 묻히기 일쑤였다.

실제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을 장식하는 등 제주를 넘어 전국적인 논란을 샀던 이번 인사 사태는 뒷전으로 밀린 듯한 모습이다.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이 교육감의 선택은 주효했다.

공개 사과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교육감의 답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교육감은 이 같은 질문에 "충분히 그런 지적을 받을만하다. 1차 조사 당시 (임용시험에 대해)전면적으로 재조사하고 발표했어야 했는데, 서두르다보니 그걸 놓쳤다. 2차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면 재조사 감사를 지시했고, 그 결과가 나와서 오히려 안정적으로 책임있게 답변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열흘 전 감사관이 재번복에 대한 사과를 한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담당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실수를 두 차례나 반복한 담당자는 보직이 변경됐을 뿐이다. 실의에 빠진 '재번복' 응시생에게 찾아가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며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내뱉은 장학관은 "이 사안이 발생하기 전 일선 학교장으로 발령된 후여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영전을 앞두고 있던 부서장만이 좌천 성격의 인사발령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마저도 '강등' 조치가 아닌 '강등에 준하는' 내지 '강등에 해당하는' 조치였다. 추후 감사를 거쳐 추가적인 문책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교육감이 브리핑 일정을 조율할 만한 분기점은 없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브리핑 날짜가 의도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문제가 커지면서 더이상 중등교사 임용에 대한 사과도 늦출 수 없어서 결정된 것"이라며 "이 문제가 묻히지 않도록 도교육청 자체 감사와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등을 통해 잘잘못을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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