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읍면지역 우체국 마스크 6300개 배포...일선현장 '혼란'

28일 오후 선착순으로 찾아온 주민들에게 마스크 70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조천우체국. ⓒ제주의소리
28일 오후 선착순으로 찾아온 주민들에게 마스크 70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조천우체국. ⓒ제주의소리

[기사수정- 오후 9시00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의 우체국에서 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첫 날, 제주에서는 일선 현장의 혼란으로 인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제주지방우정청은 28일 오후 5시부터 동지역을 제외한 제주도내 읍면지역 18개 우체국(취급소 제외)에서 마스크 6300개를 일시에 판매했다. 한 묶음에 마스크 5개가 들어있어 판매된 물량은 총 1260세트다.

마스크는 오후 2시 여객선을 통해 제주항으로 들어오고, 분류작업을 거쳐 20개 우체국 중 18곳으로 향했다. 

제주시 김녕, 세화, 신창, 고산, 조천, 하귀, 함덕, 한림, 애월, 협재우체국 등 10곳과 모슬포, 위미, 고성, 안성, 성산포, 안덕, 표선, 남원우체국 등 8곳이다. 추자도와 우도 등 도서지역의 경우 물량 배송 문제로 다음주부터 판매가 진행된다.

가격은 공급 최저가인 800원에 판매됐다. 5개 들이 1세트의 판매가는 4000원으로, 1인당 1세트만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마스크의 가격조차 2000~3000원을 넘어가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가에 판매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각 읍면지역 우체국에는 이른 시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조천우체국에는 밀려든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량의 한계로 인해 각 우체국에 배분된 마스크는 70세트로 제한됐다. 판매 순서는 선착순이었지만, 첫 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현장에는 큰 혼란이 빚어졋다.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우체국을 드나들었고, 하루 종일 수백통의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때마침 이날 오후부터 비 날씨가 겹쳐 좁은 우체국 창구로 주민들이 들어섰다. 평소 직원이 3명인 사정으로 인해 오후 2~3시께에 이르러서는 통상적인 우정 업무를 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혼란을 막기 위해 뒤늦게 명단을 작성한 것이 화근이 됐다. 

28일 오후 선착순으로 찾아온 주민들에게 마스크 70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조천우체국. ⓒ제주의소리
28일 오후 선착순으로 찾아온 주민들에게 마스크 70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조천우체국. ⓒ제주의소리

시민 A씨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오전에 찾아왔다가 '5시부터 판매한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돌아갔는데 어느새 명단이 작성돼있더라.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줄을 서고있든지 했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시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 조천까지 찾아왔다는 시민 B씨도 "누군들 시간이 남아돌아서 왔겠나.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마스크를 사려한 것인데, 아무런 사전 대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처리를 하려고 하니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분을 냈다.

좁은 우체국 창구는 고성이 오갔고,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여러 주장이 뒤엉켰지만, 결국 마스크 70세트는 명단을 작성한 이들이 차례로 구매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판매는 오후 5시 정각에 시작됐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완료됐다. 마스크를 구매한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이게 뭐라고..."라는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한 때 내일 판매되는 마스크 물량을 허탕 친 이들에게 먼저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내일 찾아오는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무산됐다. 이로 인해 또 한번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당초 각 지역 우체국은 주말에도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우정사업본부의 방침에 따라 주말엔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주중 일정이 시작되는 3월 2일부터 마스크가 판매될 예정이다.

조천우체국 관계자는 "사람이 가득 차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고, 노인분들도 계셔서 편의를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시간을 허비한 분들도 모두 피해자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같은 문제가 반복하지 않도록 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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