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22) 다가온 총선, 냉소주의를 넘어서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테이블 위가 수입맥주들로 가득찬 적이 있었다. 한 분이 왜 우리나라에는 맛있는 맥주가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또 다른 지인이 주세법 때문이라고 했다. 주세법에서는 맥주의 주요 원료인 싹을 틔운 보리 씨앗(맥아)의 비율로 세금이 매겨진다. 2012년 한 영국기자는 한국 맥주 맛을 따분하다고 기사를 쓰기까지 했다.

각자의 평가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맥주의 맛은 맥아의 비율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 독일의 경우는 맥아비율이 100%까지, 일본은 66.7%인 반면 한국의 경우 10%가 그 기준이다. 그렇기에 국내 맥주제조사들은 맥아를 덜 쓰면서 맥주를 만들게 된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즐겨마시는 맥주의 맛도 법의 영향을 받는다.

맥주뿐 만이 아니다. 지금 큰 이슈가 되는 코로나19처럼 우리 생명과 밀접한 감염병에 대한 관리, 최근 무죄로 판정을 받았지만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타다’처럼 국가의 미래산업도 법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법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법을 만들고, 바꾸고, 없애는 국회의원을 뽑는 21대 총선이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떤 때보다 높다. 최근 이루어진 대선(2017년), 총선(2016년), 지방선거(2018년)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곧 있을 21대 총선 투표율도 만18세 첫 투표와 20대 국회의 여러 이슈로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관심이 높은 만큼 그 어떤 때보다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도 최고조다. 최근 이루어진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이 30%를 육박한다. 심지어 무당층이 제1 야당의 지지율보다 높다. 2016년도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여론조사에서의 무당층이 9.9%임을 보면 약 3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관심은 높지만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는 지난 20대 국회를 보면 얼추 이해가 된다. 촛불집회 이후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20대 국회는 동물국회, 식물국회로 불리며 역대 최악의 국회로 불린다. 지난 연말 국회는 민식이법, 청년기본법 등과 같은 우리 일상의 중요한 사안을 두고 정치셈법을 가동하며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정치’는 빠지지 않는 안줏거리이다. 그만큼 정치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확실하다. 다만 그 이야기의 끝이 허무하거나 남의 일처럼 마무리할 때가 종종 있다. 심지어 ‘000는 정치적이야’라는 말은 비꼬거나 부정적 의견으로 대표된다.

정치발전소의 박상훈 학교장은 반정치주의란 “정치를 경멸하고 조롱함으로써 시민들이 정치에 기대를 걸지 못하게 하거나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냉소주의 강화시키는 태도나 경향”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에 따르면 아마도 많은 기성정치인들은 반정치주의자가 아닐까.

박상훈 학교장은 저서 '정치의 발견'에서 정치는 인간의 상황 내지 인간이 만든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매우 유력한 수단이자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란,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하다 해도 정치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한 체제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부분은 맥주의 맛부터 우리의 생명, 그리고 ‘타다’처럼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까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을 하는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이며,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시민은 정치에 대해서 광의의 범위에서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21대 국회의원들은 정치와 시민의 일상을 연결해주길 바라며,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박경호(34)는?

"제주 청년, 사람을 연결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이다. 2015년 제주사람도서관, 제주청년협동조합을 함께 하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과 함께 재미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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