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코로나19 쇼크' 수렁 빠져...지역 주민은 확진자 동선 불안 호소

코로나19 사태로 관광산업인 생명산업이나 다름없는 제주가 딜레마에 빠졌다.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의 잇단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9)씨.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터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인근을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뉴스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한 이후에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평소 식재료를 사기 위해 자주 방문하던 동네 마트가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곱씹어보니 시간차는 있었지만 같은 날 같은 마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씨는 "딸에게 급하게 연락을 받고 뉴스를 보니 (확진자 동선이) 평소에 버스 타고 다니던 곳이었다. 주민들이 누가 감염자인지 어떻게 알고 가려가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요즘에는 돈 벌려고 식당 문을 열어두는 것도 아니다. 손님이 오면 오는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라며 "단골이 찾아오면 반갑지만, 렌터카 탄 관광객이 찾아오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더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지만, 그 이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제주지역 '딜레마'의 단면이다. 음식점과 카페 등 일부에선 '렌터카 타고 온 손님은 정중히 사절 합니다'란 안내문이나 '이런 시국에 무슨 여행이랍니까? 여행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내붙기도 했다.    

◇ 관광객, 외국인 '바닥'-내국인 '반토막'..."빚 내고 급한 불만 꺼"

코로나19 쇼크로 관광제주는 신음하고 있다. 항공편, 숙박업, 음식업 할 것 없이 모조리 바닥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관광협회가 발표한 '제주 관광객 입도현황'에 따르면 11일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6명이다. 지난해 같은시기 하루 3995명이 다녀갔던 것을 비교하면 97.3% 감소했다. 사실상 외국인 관광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세도 만만치 않다. 11일 기준 내국인 관광객은 1만7209명으로, 3만774명이었던 지난해 같은날과 비교해 44.1% 감소,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 9일까지 도내 관광업계의 109개 관련 업체가 휴업을 신고했고, 276개 업체가 제주도고용센터로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했다. 또한 682개 업체가 1041억원 상당의 제주관광진흥기금을 신청했다. 빚을 내 급한 불만 끄고 있는 형국이다.

역설적이지만 관광업계는 코로나19를 활용한 판촉을 벌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염가에 제주행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고, 유명 호텔 등도 제주여행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해외로 나가기 여의치 않고,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위기에서 자유로운 제주로 찾아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못가 제주로 오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바닥 난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세는 그나마 선방한 수준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관광객 기피하는 지역여론 "이 시국에 무슨 여행?"

관광업계와는 달리 지역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제주시내 모 카페 안내문.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여행자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내 모 카페 안내문.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여행자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제주의소리

현재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4명이다. 이중 두 번째 확진자는 완치 판정을 받았고, 상태가 호전된 첫 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모두 격리해제됐다. 3~4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아직 격리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지역 확진자의 공통점은 대구 등 모두 타 지역을 통해 유입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타 지역 관광객을 기피하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지금도 제주지역 맘카페 등에는 'OO에 대구 관광객이 다녀갔다더라', '지인의 친척이 한달살이하러 내려왔다'며 타 지역 방문객을 경계하는 게시글들이 다수 올라온다. 

실제 제주시에서 '한달살이' 민박을 운영중인 김모(41)씨는 "어디에서 걸려온 연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한달살이를 문의하는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 이미 방이 나간 상태여서 받지를 못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물어보는 것 보면 어느정도 결심이 선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코로나 기간 동안 제주도 한달살이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청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하루에도 몇 백명이 추가확진을 받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피해를 지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간의 이동을 최소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시국에서 업무관련이 아닌 단지 제주도를 '피난처'로 생각하면서 코로나를 피해 한달살이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SNS만 봐도 제주 여행은 기본이고 제주도로 코로나를 피해 왔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더 충격적인건 제주에 상황을 물으며, 본인들도 제주 한달살이를 계획중이다라는 많은 댓글들이었다"며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병상부족 등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한 직후 거주지로 돌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근무자들이 연이어 제주를 방문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동선은 제주지역 유명 관광지에 분포돼 있다. 열흘간 제주에 머물렀던 대구 확진자의 동선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철저한 방역체계, 관광객 사전예방 공존 필수적"

단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도민들의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이 확보돼야 하는 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관광서비스업에 관계된 수많은 도민들의 생계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두 차례나 확진자가 다녀갔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조천읍 함덕리의 한명용 이장은 "큰 딜레마다. 오늘도 날씨가 좋아서 관광객들은 찾아오는데 막상 상가에는 안들어온다. 저희들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에게 무조건 오지 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 이장은 "함덕 주민들도 거꾸로 똑같은 입장이 됐다. 함덕 아이들이 다른 동네 독서실을 가면 '당분간 오지마라' 하고, 주민들이 옆 마을 목욕탕에 가도 입장을 안 시켜주더라"며 "입장이 바뀌어보니 느낀게 많았다. 주민들도 이제 밖에 나가면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관광업계와 주민들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에서의 철저한 방역과 관광객 스스로의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협회는 공영 및 사설 관광지 등에 손세정제와 감염예방 홍보 포스터 등을 배부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에 대해서는 수시로 공동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문성환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처장은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선의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광객 스스로 불안한 환경에 있다거나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면 여행을 자발적으로 자제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제주를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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