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육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 삼중고...농민 박태관씨, 안덕 마늘밭 산지폐기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18일 자신의 마늘 밭에서 산지페기되는 마늘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트랙터와 예초기를 동원해 700평의 마늘 밭을 갈아 엎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18일 자신의 마늘 밭에서 산지페기되는 마늘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트랙터와 예초기를 동원해 700평의 마늘 밭을 갈아 엎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애지중지 키운 마늘 갈아엎는 내 마음이 어떻겠어. 마늘은 시작이야. 한번 쓰러지면 제주 농가 다 무너져”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 밭에서 하염없이 흙을 매만졌다. 바로 옆으로 트랙터와 예초기가 쉴 새 없이 마늘 밭을 갈아엎고 있었다.

‘윙’하는 소리에 마늘 줄기가 꺾여 파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뒤이어 농민들이 줄기를 감싸던 농업용 비닐을 걷어 올리자 흙먼지가 밭 전체를 뒤덮었다.

그 뒤로 ‘제주마농 정부가 살려내라’고 적힌 현수막을 단 트랙터 2개가 2000㎥가 넘는 밭을 단숨에 갈아엎었다. 마농은 제주어로 마늘이다.

“매일 새벽 5시30분이면 습관처럼 눈을 뜨지. 여름에는 밤 9시, 10시까지 일을 한다고. 그렇게 애들 키우고 대학까지 보냈지.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배운 것도 농사밖에 없어”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18일 자신의 마늘 밭에서 직접 경운기를 몰아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18일 자신의 마늘 밭에서 직접 경운기를 몰아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18일 자신의 마늘 밭에서 직접 경운기를 몰아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관(59)씨가 18일 자신의 마늘 밭에서 직접 경운기를 몰아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속상한 마음에 박씨가 직접 경운기를 잡았다. 휘청이는 장비를 두 손으로 꼭 잡고 트랙터 앞을 내달렸다. 지난해 8월13일 풍작을 기대하며 밤낮없이 심은 마늘은 그렇게 잘려 나갔다.

“월급쟁이들은 잘 모르지만 어찌 우리는 일을 하면 할수록 힘들어져. 생산비는 오르고 가격은 폭락하고 열심히 땀 흘리고 집에 가도 통장에는 부채만 쌓여. 이젠 이런 일이 반복적이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마늘재배 면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2% 늘면서 제주에서는 13일부터 20일까지 마늘가격 안정을 위한 조기 면적조절 사업(산지폐기)이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35억9900만원을 투입해 101.9ha를 갈아엎기로 했다. 처리 물량만 1만876톤에 이른다. 지원액은 1㎡당 3532원으로 정해졌다. 1평당(3.3㎡)당 1만1677원 수준이다.

제주 농가는 해마다 생산량과 재배 면적을 줄이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재고량까지 쌓이고 중국산 김치까지 대거 수입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이 올해산 마늘가격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심은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소비처마저 줄면서 제주 마늘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이 올해산 마늘가격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심은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소비처마저 줄면서 제주 마늘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이 올해산 마늘가격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심은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소비처마저 줄면서 제주 마늘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이 올해산 마늘가격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심은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소비처마저 줄면서 제주 마늘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실제 도내 마늘 재배 면적은 2014년 2743ha에서 2019년 2024ha로 5년 사이 700ha가까이 줄었다. 생산량도 2014년 5만2201톤에서 지난해에는 3만5766톤으로 끌어내렸다.

반면 전국의 마늘 재배면적은 2015년 2만638ha에서 2019년에는 2만7689ha로 7000ha 넘게 늘었다. 생산량도 2015년 26만6272톤에서 지난해 38만7671톤으로 12만톤이나 증가했다.

육지부 농가에서 벼의 대체 작물로 마늘을 선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산 김치 대량 수입으로 공급처마저 끊기면서 여태 처리 못한 2019년산 농협 수매량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제주에서 생산하는 마늘은 대부분 김치에 사용하는 매운 맛의 ‘남도종’ 품종이다. 올 한해에만 중국산 김치 30만6000톤이 수입되면서 제주산 마늘 가격을 끌어 내리고 있다.

“김치 30만톤이 대체 얼마냐. 5톤 트럭으로 셀 수나 있겠어. 이런 식으로 마늘이 무너지면 앞으로 월동무랑 당근까지 줄줄이 쓰러져. 그래서 농가를 살려야 하는 거야. 더 늦기 전에”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이 올해산 마늘가격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심은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소비처마저 줄면서 제주 마늘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이 올해산 마늘가격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심은 마늘 밭을 갈아 엎고 있다. 육지부 생산량 증가에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소비처마저 줄면서 제주 마늘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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