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유린당한 학생인권...조례 통해 존엄과 가치 보장하라”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제주 고교생들이 비상식적인 교칙이 존재하고, 학생 신분에 얽매여 인권이 무시당하는 등 학생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인권을 보장하라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내 고등학생 9명으로 구성된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문했다.

이들은 “무엇이 학생들을 책상이 아닌 기자회견장에 앉게 했나 생각해봐야 한다. 폭력과 억압, 비상식적인 교칙이 존재하는 학교가 제주학생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17년부터 모은 사례를 인용하며 학생 인권이 유린당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TF팀은 소지품 검사와 관련해 “A학교 학생은 노트북 안에 파일과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개인적인 USB까지 검사받았다. 심지어 새벽에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기상시켜 강제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B학교 교사의 발언에 대해 “선생님은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시청 카페에서 가죽치마를 입고 얼굴에 뭘 바르고 있었다. 학생답지 않은 사례’라는 내 인상착의를 모든 수업에서 공공연하게 말했다”며 “그 당사자인 나는 수업을 마치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TF팀은 “심지어 C학교 교사는 ‘밤에 성매매하러 다녀와서 수업시간에 졸고 있나. 이러면 커서도 밤일을 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성추행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하거나 성소수자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등 서슴없이 인권을 침해하는 교사를 비판하고 부당한 교칙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토로했다.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TF팀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지금까지 제주 교육은 학생을 미성숙한 존재,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겨 모든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 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지금 상황에서 교사가 가지는 권위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고 반기를 드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학생의 권리를 주장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TF팀은 “수업시간 난무하는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는 학생들에게 활기와 희망을 찾겠다는 교육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라고 되묻고 “당선 이후 이석문 도교육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양가 없는 대안들만 쏟아지고 있다. 형식적인 대응을 멈추고 문제의 근간을 파악해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TF팀은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도민 단체와 협력해 나가겠다.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토크콘서트, 캠페인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제주 학생 531명, 일반인 471명 등 총 1002명의 제정 촉구 서명을 제주도의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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