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22) 콜센터, 마스크 공장, 공무원, 택배기사, 그리고 돌봄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역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역사 방역을 하고 있다.출처=오마이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노동의 영역에도 많은 고민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역에서 진행하는 방역 장면. 출처=오마이뉴스.

#1. 

얼마 전 법무부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를 포함한 자가격리자 1만 3000명에게 출국금지를 안내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통지서가 등기우편으로 발송되었고 등기의 내용을 모른 채 업무 중이었던 집배노동자들이 확진자를 포함한 자가격리자와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등기우편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직접 대면하여 PDA에 서명을 받아야 하고, 이 PDA는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역사회 감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에 대하여 물량이 특히 많았던 대구지역의 집배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였고 법무부는 준등기우편제도를 활용해 면대면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미 1만 3000개의 등기우편 중 8100개가 발송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일상의 모든 이슈가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고자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을까? ‘코로나 19로 인한 자가격리자에게 출국금지 통지문 등기발송’을 계획하면서 실제 등기를 다루게 될 집배노동자의 안전과 노동의 영역은 소외되어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2. 

전국 초중고교 개학연기로 인해 올해부터 전 사업장에 시행된 가족돌봄휴가제도가 현장에서 많이 알려지고 있다. 가족돌봄휴가(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휴직·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업장에서 가족돌봄휴가 등이 거부될 사항을 대비하여 가족돌봄휴가 미부여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신고창구가 신설되기도 했다. 사업주가 가족돌봄휴가 등을 거부하는 경우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익명으로 신고가 가능하고 해당 사업장에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족돌봄휴가를 사업장에서 유급으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 정부가 1일 5만원씩 수당으로 지급하는 긴급수당도 신설되었다.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연기와 가족돌봄휴가의 활용을 위한 노동부 차원의 정책이지만 이에 대하여 한편으로는 그동안 전업으로 아이돌봄 등 가사노동을 하던 부모는 또다시 본인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소외됨을 느낀다는 탄식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3. 

3월 6일자로 근로기준법상의 연차휴가제도가 변경되었다. 1년 미만 근무자의 한 달 만근시 발생하는 월 1일의 연차휴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입사 후 연차를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만근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1년을 근무한 경우 매달 1개씩 총 11개의 연차가 발생한다. 또 입사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1년차에 대한 15개의 연차가 추가로 발생했다. 매달 발생한 11개의 연차의 소멸시점은 각각의 휴가가 발생했을 때로부터 1년 후였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1년차에 발생한 연차의 소멸시점이 입사일 기준 1년으로 변경되었다. 또 1년차에 발생한 연차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법상 절차를 갖추어 시기를 지정하여 사용 촉진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1년이 지나면 사용자는 1년차에 발생한 미사용 휴가에 대하여 사용촉진을 하여 사용하도록 하거나 1년이 지난 시점에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변경된 연차제도를 살피며 현재 관광업계의 타격으로 도내 곳곳에서 제보되는 노동자의 사례가 떠오른다. 관광업에 대한 타격이 장기화될수록 각 업장에서는 강제적으로 연차소진, 휴업, 권고사직 등이 진행되고 있다. 1년 미만자의 연차사용에 대해서 사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니 현장에서 강제 연차에 대하여 노동자가 대응 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이 후퇴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노동의 영역에도 많은 고민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집단감염을 통해 밝혀진 밀집된 작업공간에서 휴게시간도 지키지 못하고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 24시간 마스크 생산을 위해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초과하면서 근무하는 노동자, 공무원으로서 매일 야근 중 과로로 사망한 전주시의 공무원 노동자, 새벽 택배배송 중 사망한 쿠팡 노동자, 그 외 코로나19의 방역, 진단, 예방 그리고 치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안전과 노동환경에 대한 것이다. 또한 위급하고 광범위하게 시행되어버린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 또한 새로운 고민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자와 확진자에게도 투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코로나19관련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도 거소투표를 통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부디 거소투표 과정에 연관될 집배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에 대하여 법무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래본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