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민주노총 등과 비공개 면담 "강제철거는 지양" 입장

제주도청 앞 천막동.
제주도청 앞 천막동.

제주 제2공항 반대와 노동자 처우개선 등 주요 갈등현안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 온 제주도청 앞 천막촌의 철거 여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제주시가 이달 말을 기한으로 하는 자진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강제철거 방식을 지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다.

24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최근 고희범 제주시장과 면담을 갖고 제주도청 앞 천막 자진철거와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고 시장은 "자진철거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천막을 강제철거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강제철거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특별히 대응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주도청 맞은편 보도에는 제주 제2공항 반대단체인 '도청앞천막촌사람들'이 운영중인 천막 2동을 비롯해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와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등 공공사무의 제주도 민간위탁을 촉구하며 설치한 천막 3동까지 총 5동이 설치돼 있다.

천막촌은 2018년 12월 제2공항 반대 천막으로 시작된 이후 1년 4개월여간 장기간 운영되고 있다. 한때 설치된 천막이 10동까지 늘기도 했지만, 장기전을 고려해 최근에는 천막 운영을 간소화했다. 당번제로 운영되는 천막촌은 매일 아침마다 제2공항 반대집회를 이어가고 있고, 민주노총 역시 낮 시간대를 이용해 정문 앞 피켓시위를 전개중에 있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제주시가 해당 천막의 위법성을 강조하며 천막을 자진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불가피한 충돌이 1년 여 만에 재현될 것이 우려되기도 했다.

제주시는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제주녹색당 등 2개 기관에 "도로를 무단 점유한 사실이 도로법 제61조 제1항 및 같은법 제75조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이를 방치함은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관련 법조항에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즉각 천막촌의 반발을 샀다. 천막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라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시법 제3조(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 1항에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근거다.

제주시는 지난해 1월 7일 공무원·청원경찰 등 300여명을 비롯해 경찰·소방인력 등 유관기관 100여명을 투입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천막촌 사람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철거 하루만에 천막촌이 재건되면서 무위에 그쳤지만, 이 충돌로 인해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이하 제주도인권위)가 "제주도는 도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공문을 보내기는 했지만, 지난해와 같이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철거 계획은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제주도의회 자문기구 성격의 옴부즈맨에서 천막 철거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됐고, 도의회 의장 명의로 제주시에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공식 민원이 접수됐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해당 천막이 영리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집시법에 의해 지역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철거를 권고하는 수준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시와의 간담회를 통해 '민원에 따른 형식적 행정처리의 일환이었다'는 답변을 전해들었다. 지난해 강제철거 당시 제주도인권위의 권고사항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며 "현재로서는 굳이 일을 키울 이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별개로 제주도에 문재 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든지 교섭이 이뤄진다면 당장에라도 천막을 접을 수 있는 사항이지만, 제주도는 전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제주시가 단순 행정적인 입장이 아닌 정치적·정무적 입장에서 중간다리 역할에 나서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도청앞천막촌사람들 관계자 역시 "천막촌에 들어올 때부터 문제 제기했던 것은 제2공항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도민의견을 수렴하라는 것과 강제철거 과정에서 집시법 위반에 대한 사과하라는 요구 등 두 가지 뿐이다. 460일이 넘게 천막이 운영되는 동안 제주도는 단 한 차례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무더위와 추위를 감내하며 누군들 천막에 머무는 것이 좋아서 남아있었겠나. 제주도는 바로 도청 앞이 갈등현안의 현장이었지만 직접적 소통보다는 무시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민들을 길거리에다 내팽개쳤기 때문에 두고볼 수 없었고, 끝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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