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문고 캠페인] 민간·기업 함께 만드는 '씨앗문고 캠페인' 향후 3년간 진행...“아이들 삶 바꾸는 씨앗될 것”

제주에서 새로운 독서 운동의 바람이 분다. 사회공헌 책임이 있는 기업은 희망하는 제주도내 초등학교 모든 학급과 지역아동센터 등에 도서 구입 '씨앗 바우처(voucher)'를 제공하고, 학교는 가까운 마을책방에서 책을 구입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일선 교사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독서 교육 기회도 마련하는 ‘학급 문고 씨앗 기금’(씨앗문고) 캠페인이다. 

올해부터 우선 3년간 진행할 씨앗문고 캠페인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동네책방이라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로운 한 단계 진보한 선순환 독서 운동으로 불릴 만 하다. 사업 진행에 앞서 학부모, 교사, 책방 주인, 시민운동가 등 평소 책 읽기 문화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은 씨앗 기금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기회가 책으로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소중한 씨앗이 되길 당부했다.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허순영, 백금아, 안명희, 이진 씨. ⓒ제주의소리

앞서 롯데관광개발(대표 김기병 회장)과 제주도서관친구들(대표 허순영)은 지난 17일 제주시 애월읍 노란우산 그림책방에서 제주 어린이 독서교육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의 밝은 미래를 책임질 씨앗을 일찍 심는다는 취지하에 제주 전체 초등학교 학생들과 지역아동센터 등에 총3만권의 책을 기증하고 독서 교육도 병행하는 ‘씨앗문고’ 캠페인에 뜻을 모은 것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학급 문고 씨앗기금 지원 ▲책읽기 활성화를 위한 독서 교육 연수 프로그램 지원 등에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4일, 경마장 가는 길목인 제주시 애월읍 하광로 515에 위치한 그림책방 노란우산에서는 한 바탕 수다가 벌어졌다.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 허순영, 세 아이의 엄마 백금아, 제주도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 안명희, 양영심 제주북초등학교 교사, 이진 그림책방 노란우산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면서 씨앗문고 캠페인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관광개발(대표 김기병 회장)과 제주도서관친구들(대표 허순영)은  지난 3월17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노란우산 그림책방에서 제주 어린이 독서교육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의소리
롯데관광개발(대표 김기병 회장)과 제주도서관친구들(대표 허순영)은 지난 3월17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노란우산 그림책방에서 제주 어린이 독서교육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의소리

2020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3개년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인 씨앗 기금은 기업→학급→교사→학생→동네책방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 속에서 이뤄진다. 

학급 담임 교사는 정산이나 보고 없이 자유롭게 씨앗 기금 바우처로 책을 구입하는데, 반드시 학교 근처 동네 책방에서 사용한다. 그렇게 채워진 학급 문고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교사 역량 강화 독서연수를 병행한다. 독서 운동에 매진하는 독서운동 시민단체는 추천 도서 리스트, 독서 교육안 같은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더욱 활발한 학급 문고 활용을 기대한다. 

사업의 원활한 진행은 2014년 출범한 비영리민간단체 ‘제주도서관친구들(회장 허순영)’이 돕는다. 제주도서관친구들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주민이 도서관 운영과 활동을 돕기 위해 스스로 모인 시민단체다. 회원수는 280여명이다.

이날 노란우산에 모인 엄마들은 씨앗문고 캠페인이 제주의 책 읽기 문화를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 허순영 “25년간 활동하며 가장 해보고 싶은 것”

허순영 회장.

허순영 회장은 제주 출신의 도서관 문화 운동가이다. 1998년 제주 최초의 민간 어린이 도서관인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을 설립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3년 11월 개관때부터 10년간 순천 기적의 도서관 관장을 역임하면서, 전국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관-독서 문화 운동에 매진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국내 기적의 도서관 1호다. 

허 회장은 씨앗 문고 사업을 두고 “25년간 이 마당(독서 운동)에 있으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허 회장은 “그 동안 공공, 민간 가리지 않고 독서 운동을 해왔는데 가장 좋은 방향은 학교에서 교실에서 모든 아이가 참여하는 방식”이라면서 “책 접근성에 있어 도서관이 중요하지만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아이들 손에 좋은 책이 놓이려면 학급 문고가 우선 잘 갖춰야 한다. 교사와 아이가 책을 읽고 나누는 시민운동을 오랜 시간 꿈꿨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주는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좋고 작은 도서관도 구석구석에 마련돼 있다. 더 놀라운 일은 동네 책방이 많아져서, 책방을 거점으로 ‘책 읽기 사랑방 운동’을 하기에 딱 좋다. 동네 책방 운영이 상당히 어려운데 씨앗 문고는 반드시 동네책방에서 구입해야 하니, 좋은 책을 만나는 아이들이나 책을 판매하는 책방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다. 씨앗 문고가 점점 진행될수록 도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강조했다.

# 백금아 “학급문고, 교사에 따라 아이들의 책읽기 습관 달라져”

백금아 씨.
백금아 씨.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백금아 씨는 아라초등학교 운영위원이자 교내 ‘책 읽는 학부모 선생’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책 읽는 학부모 선생은 일주일에 30분 가량 주어진 봉사 활동이다. 봉사를 계속 하면서 우리가 하는 이런 활동이 교실 안에서 꾸준히 이뤄진다면 정말 좋겠다는 아쉬움과 바람이 커졌다”면서 “더 많은 책 읽기 방법을 시도하고 싶었지만 학교라는 현실적인 틀 안에서 제한도 많았다. 씨앗 문고를 접하니 학부모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 반가웠다”고 환영했다.

백 씨는 “책 읽는 학부모 선생에 참여했던 부모들이 학교 운영위원에 참여하면서 학교 도서관 기금도 축소되지 않았다. 제주지역 동 지역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도서관 사서도 아라초등학교에 생겼다”며 “학급문고에 관심 있는 교사를 만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이 무척 다르다.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지, 안 가지는지 여부가 학급문고, 그리고 교사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을 직접 체감했다. 씨앗 기금은 제주지역 모든 학급을 대상으로 삼으니 학부모 입장에서 안심되고 기대가 된다. 아이들의 학급이 좋은 환경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 안명희 “책 읽기 문화 정착하는 계기 되길”

안명희 회장.

제주지역 65개 지역아동센터를 대표하는 안명희 연합회장은 삼도2동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자녀를 북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이기도 하다.

안 회장은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현실에 쫓겨 아이 양육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문화가 부족한 가정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센터에 있는 우리 아이들만 잘 키우는 것이 아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책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제주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책 문화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씨앗 기금은 그에 부합하는 정말 좋은 사업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동네책방은 대부분 이로운 책을 알려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어느 정도 검증된 책을 구비하니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동네책방은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아이들과 책을 연결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책 구입에 그치지 않고 일선 교사들을 위한 연수까지 더하면서 사업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 양영심 “나만의 책 찾는 작은 씨앗 되길”

제주북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양영심 교사는 평소 독서 교육에 관심이 높아, 주변 교사들에게도 필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양 교사는 “저 스스로는 책 한 권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일어섰던 경험이 있기에 책 한 권이 아이들의 삶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만의 책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책은 자기 이야기뿐만 아니라 상대 이야기까지 연결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씨앗 문고는 말 그대로 발전한 책 읽기 문화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씨앗 문고는 일선 교실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도 중요한 기회라고 본다. 교사라면 아이들이 보다 잘 성장하길 바라는 목표는 모두 동일하나 그 방법과 도구는 제각기 다르다. 마찬가지로 책을 사용하는 방법도 모를 뿐”이라며 “책을 계기로 선생님과 보다 가까이 호흡하며 소통한다면 학생, 부모 모두 환영할 것”이라고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가 교실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봤다.

# 이진 “전국 책방들이 부러워하는 씨앗 문고”

이진 대표.

아이를 키우면서 동네책방을 통해 본인의 꿈도 이루는 이진 대표는 2년 전부터 학급문고와 동네책방을 연결하는 방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지만 실천에 옮기는 지역이 바로 제주라는 사실이 너무 반갑고 기쁘다.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책방과 연계하는 소비가 이뤄지면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침 전국 동네 책방들이 모인 동네책방네트워크가 ‘Buy Book, Buy Local’이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씨앗 문고는 캠페인과도 방향이 잘 맞는다”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동네책방에 대한 학교의 관심이 늘고 있다. 실제 나에게도 교사가 찾아와 책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소통하는 학급을 만들지 개인적으로 문의가 왔었다”면서 “학급문고가 잘 갖춰지면 교사와 아이들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씨앗 문고가 학교 현장에 꼭 필요한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씨앗문고는 학교 교실과 교사, 학생, 학부모와 동네책방이 함께 독서운동을 향해 도전하고, 향토기업이 기업 이윤을 지역 교육사업에 환원하는 선순환 상생 방식의 모델이자 캠페인인 셈이다. 기업의 지원으로 민간이 자발적으로 꾸려가게 될 씨앗문고 캠페인이 이룰 '조용한 기적'에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