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온라인 수업' 병행 사실상 불가피...31일쯤 추가 연기 여부 나올듯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전국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4월 6일로 개학을 세차례나 연기했던 교육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벌써 네번째 추가 개학 연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우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교육부는 27일 코로나19로 인해 교실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온라인 수업운영 기준안'을 발표했다. 오는 31일쯤 추가 개학 연기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개학하더라도 '온라인 수업' 병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지역의 경우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20일 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지역 내 4명의 확진자가 모두 완치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코로나 제로'를 외친지 불과 하루 만에 외부에서 제주로 들어온 5~7번째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며 다시 위기감에 빠졌다. 

제주도 교육당국은 타 지역에 비해 방역체계가 제대로 가동되면서 다른 지역상황과 별개로 4월 6일 개학 강행을 한때 유력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5~7번째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개학 강행에 대한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백신 개발 이후까지 개학을 미뤄달라', '온라인 개학시스템을 체계화 해달라', '개학을 무기한 연기해달라', '4월 6일 개학은 무리다'라는 내용의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해당 글에 동의한 청원인 역시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개학을 강행했다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진 싱가포르의 사례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3일 개학하자마자 한 유치원에서 18명의 원아가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모든 공립유치원이 도로 집단 폐쇄 조치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개학 연기에 대한 제주도 교육당국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개학 연기에 대한 제주도 교육당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교실 방역 활동 모습.  ⓒ제주의소리

◇ '9월 신학기' 공감대 부족...개학 강행시 '온라인 수업' 병행

4월 6일 '등교 개학'이 불가능하다면 온라인 수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상 법정 수업일수는 유치원 180일, 초·중·고 190일이다. 교육부는 4월 개학이 현실화되자 이 법정 수업일수를 10% 범위에서 감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육계는 당초 4주였던 여름방학을 2주로 줄이고, 각 학교장에게 부여됐던 재량휴업도 없애는 등 학사일정을 최대한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12월 20일에서 25일 전후로 이뤄졌던 학년말 종료 일자 역시 12월 말일로 미루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이 역시 4월 6일 개학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가정이다. 개학일이 이보다 더 미뤄져 4월 20일, 또는 5월까지 넘어간다면 최소한의 법정 수업요건까지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일각에선 '9월 신학기 개학' 필요성도 새로운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지만, 전국에서 아직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한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5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개학 시기와 관련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4월 개학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9.0%로 '9월 개학에 공감한다'는 응답 32.4%에 비해 16.6%p 높게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결국 교육계는 개학일을 4월 6일로 결정하되 직접 등교는 하지 않는 '온라인 수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4월 6일 이후 추가 개학 연기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4월 6일 이후 추가 개학 연기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실시간 쌍방향-콘텐츠 활용-과제 수행' 등 온라인수업 기준안 확정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온라인 수업 운영 기준안'은 코로나19 상황에 한해 교실수업이 불가능한 경우 한시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른 온라인 수업의 개념과 수업운영 원칙, 출결, 평가 등의 기준을 정했다.

교육부의 기준안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은 크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3가지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원격교육 플랫폼을 활용해 교사‧학생 간 화상수업을 실시하며, 실시간 토론 및 소통 등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라인 웍스, 구루미, 구글 행아웃, MS팀즈, ZOOM, 시스코 Webex 등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은 '강의형'과 '강의+활동형'으로 구분된다. '강의형'은 학생이 지정된 녹화강의 혹은 학습콘텐츠를 시청하고 교사는 학습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또한 '강의+활동형'은 학습콘텐츠 시청 후 댓글 등으로 원격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콘텐츠는 EBS 강좌를 활용해도 되고 교사 자체 제작 자료 활용도 가능하다.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은 교사가 온라인으로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라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내용을 맥락적으로 확인 가능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독서감상문, 학습지, 학습자료 등 학생 활동을 수행토록 하고, 학습결과가 제출되면 교사가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단위 수업시간에 준하는 적정 수업량을 확보해야 한다. 출석 수업 단위 수업시간은 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이다. 다만 학교급, 학습내용의 수준, 학생의 학습부담, 학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 "컴퓨터 없는 학생은 어떻게?"...'정보격차' 해소 핵심과제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시도교육청은 학교와 학생 여건에 따라 교육과정과 수업 방법 등 세부운영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수업계획 수립은 각 학교의 몫이다.

교육부의 기준안은 확정됐지만, 제주도 교육당국의 고민은 온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정보 격차'다. 컴퓨터 구입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교육당국의 역할은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컴퓨터의 성능이나 와이파이(Wi-Fi)의 유무 등도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게 됐다. 출발선에서부터 보편적인 학습이 어려운 구조다.

부랴부랴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지만, 각 학교의 고민 역시 마찬가지다. 선택지는 줬지만 모든 방안이 생소하다. 온라인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젊은 교사들과 달리 연차가 높은 교사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시 모 초등학교 50대 교사 A씨는 "인터넷으로 누군가 보내주는 영상을 볼 줄이나 알았지 직접 송출해야 하는 상상은 해보지도 못했다. 단순 수업 준비와는 아예 다른 개념이어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제주도 교육당국은 오는 30일까지 개별 학생에 대한 전산기기 소유 여부, 통신망 구축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후 학업에 지장이 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할 수 있는 예산 규모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교사에 대해서도 다음주부터 각 학교별 희망 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범 운영키로 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가정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학 연기는 물론, 코로나19가 퍼져 학교 자체적으로 휴교를 해야 할 상황까지 가정하고 있다"며 "우선 기초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용재원을 동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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