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용 전 장군, 첫 장편소설 ‘사랑의 영웅들’ 발간...당시 제주 실상도 상세 기술

제주판 ‘춘향전’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릴 만 한 홍윤애·조정철의 사랑 이야기가 늦깎이 제주 작가의 손에서 소설로 탄생했다. 한철용 전 장군(육군 소장)이 쓴 ‘사랑의 영웅들-탐라 의녀 홍윤애와 유배 선비 조정철’(팔복원, 이하 사랑의 영웅들)이다. 

‘사랑의 영웅들’은 실존 인물이었던 두 사람의 만남부터 사랑, 이별과 수백 년이 흘러 후손들의 추모까지 일대기를 그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독특하게 ‘정헌영해처감록’, ‘증보탐라지’, ‘규창집’, ‘탐라사 Ⅱ’ 등의 옛 사료와 연구 자료를 상당부분 참고했다. 저자 역시 책 머리 일러두기에서 “홍윤애와의 사랑 장면은 소설이지만 조정철에 관한 한은 평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탐라 제주를 알리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과 탐라의 풍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이 소설을 통해 약 240년 전의 탐라 제주의 역사와 풍속, 그리고 인물들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나름의 방침을 강조한다. 보통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안겨주나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열녀 김천덕, 목호의 난 당시 정버들아기, 거상 김만덕, 전복·귤 진상 이야기 등에 대해 홍윤애와 조정철이 대화하는 장면은 옛 제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저자의 목적에 부합한다. 두 사람의 제주목 탑동 바닷가의 수영 장면이나 어린 딸을 돌보는 장면은 작가적인 상상력이 풍부하게 더해졌다. 서로를 아버지, 딸이라 부르지 못하는 ‘한라’와 조정철의 가슴 아픈 사연, 한라의 남편 박수영과 사위 조정철의 우연히 추차도에서 해후한 사연 역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윤애는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몽롱한 상태에서 마지막 꿈을 꾸었다. 꿈이라기보다 환상이었다. 딸아이가 방실방실 웃었고, 조정철은 유배에서 풀려나 한양으로 올라가 다시 복관되었다. 그리고 고관대작이 되어 딸아이와 만나는 것이었다. 자기의 순애가 결실을 맞는 것을 확인하였다. 윤애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죽는 순간에 윤애의 입가에는 한(恨)과 고통보다는 기쁨과 행복의 미소가 번졌다.” 
- '사랑의 영웅들' 가운데 일부.

사랑 앞에 본인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진 홍윤애의 순애보는 독자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소설은 시간이 흘러 조정철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 하늘에서 내려온 윤애와 뒤늦은 재회로 마무리한다. 이어 2013년 홍윤애, 조정철 묘의 합토 사연까지 소개하면서 사랑의 씨앗이 어떻게 싹을 틔워 피어났는지 설명해준다.

저자는 지난해 6월 수기형 소설 ‘유기견 진순이와 장군 주인’으로 등단했다. 작가로서 초년생이지만 홍윤애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는 다짐은 “여기 탐라 제주에서 일어났던 슬프고 희생적인, 그리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제주 사람조차도 처음 듣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전국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람이 잘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준 성산 노인 대학장 김순이 시인과 많은 자료를 지원해준 정수현 제주수필협회 회장, 팔복원 김기제 대표에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고 소감을 내비쳤다.

▲ 한철용 예비후보.

저자는 1946년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6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1970년 26기로 졸업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1971년 월남전 참전, 제1군단 정보참모, 제7군단 참모장, 육군본부 정보처장, 제8사단장,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을 역임하면서 2002년 10월 전역했다. 

군 복무 동안 인헌무공훈장, 천수장, 대통령 표창, 두 개의 미국 근무 공로 훈장, 미육군 공로훈장, 월남동성훈장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진실은 하나’, 소설 ‘유기견 진순이와 장군 주인’ 등이 있다.

300쪽, 팔복원.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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