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주년 맞은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 한방의료, 한약의 육성, 한의약 관련 연구개발과 한의약 관련 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출범한 제주한의약연구원이 올해로 개원 5년째를 맞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연구원장’이란 새로운 직함을 달고 동분서주한 송민호 원장은 “우리 기관의 장단점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 원장이 지난 3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와 만났다. 그는 “내가 연구원에 왔던 시기는 ‘한의약연구원이 제주사회에서 뭘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시기였다고 본다”면서 “도민들과 어떤 공감을 이루고 한의사들과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고민하는 일 년이었다. 조직 진단도 하면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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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일 취임한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이 30일 '제주의소리'와 1주년 인터뷰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송 원장은 1996년부터 20년 넘게 제주에서 세종한의원을 운영해온 한의사다. 사단법인 대한한의사협회 이사, 제주도한의사회 회장을 역임했고 제주한의약연구원 건립추진위원장도 맡으면서 민관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휴양, 관광, 의료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제주 자연·사회 여건을 고려한다면 제주에서 한의약의 경쟁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남은 임기 동안 여러 외부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체계를 갖춰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 일개 팀 수준인 현재 연구원 전체 정원(8명)이나 인프라를 현실화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한의약연구원장에 취임한지 1주년이 됐다. 소감과 함께 그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A. 기관이 처음 만들어 질 때 제주한의사협회 차원에서 힘을 보탰는데 나도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 당시만 해도 솔직히 말해 한의약연구원이 뾰족한 목적성 대신 두루뭉술한 느낌이 강했다. 평소 제주에 한의약을 연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다른 지역은 산업통상자원부나 정부 기관에서 나오는 한의약 과제 예산을 받는데, 제주는 마땅한 기관이 없어 한의사들이 직접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제주 여건에 맞도록 연구소가 산업 부분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밑그림을 그렸는데, 생각만큼 연구원이 잘 하지 못했다. 한의약이 소화하는 분야가 개별 약제 같은 기본부터 임상, 의료 관광까지 상당히 넓은 영향도 있다. 그래서 연구원이 3년을 지날 때 내가 원장으로 왔는데, 돌이켜보면 연구원이 제주사회에서 도민들과 어떤 공감을 이루고 한의사들과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고민하는 시기였다. 특히 개인 의원과 자영업(해이래)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기관과 민간의 의사 결정 속도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이런 간극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정리하면, 지난 1년은 우리 기관의 장단점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무엇을 잘하고 부족한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 지 더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조직 진단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Q. 도민들이 피부에 가장 와 닿을 수 있는 연구원 사업을 꼽는다면? 더불어 중장기 사업으로 연구원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전자는 비만, 청소년 월경통을 위한 제주형 표준메뉴얼을 꼽겠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보건소와 함께 비만 관련 공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했고, 지난해는 서귀포보건소와 함께 ‘한의공공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귀포시민 137명이 참여했는데 6월 24일부터 9월 6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BMI(체질량지수), 체지방, 허리둘레 같은 주요 비만 지표가 감소했다. 만족도 역시 92.7%로 2018년 때보다 약 10% 증가했다. 

월경곤란증을 겪는 제주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의진료 사업을 진행했는데 확실히 월경통이 개선됐다는 반응을 확인했다. 진통제 복용률도 80%에서 40%로 뚝 떨어지고, 만족도 역시 92.4%로 높았다. 청소년 월경 곤란증 치료 지원은 올해로 계속 이어가면서 데이터를 축적해나갈 방침이다.

중장기 사업은 크게 임상과 소재로 나뉜다. 임상은 사료를 모아가면서 효능을 검증하고 이것을 밑바탕으로 자료까지 축적한다. 소재는 제주산 한의약 소재를 발굴해 표준화하는 작업이다. 제주 한의사들의 사례를 보면 어떤 분은 우울증에 탁월한 치료를 보이고, 어떤 분은 건성 아토피, 어느 의사는 노인 질환에 장점을 보이는 식으로 각자 장점이 다르다. 개별 한의원의 특성을 과학적 데이터로 정리하려면 임상 연구가 필수적이다. 연구원은 앞으로 개별 한의원들의 성과를 공인된 의료 체계로 진입시키는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그래야 한의약의 가치, 청정제주의 가치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고 본다. 작은 기관이지만 임상이란 단단한 토대 위에서, 한의약이 매력적인 의학으로 더욱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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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원장은 제주한의약연구원의 임상 연구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Q. 한의사들과의 관계는 우호적인가?

신뢰를 쌓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대한한의사협회 이사, 제주도한의사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회원들과 충분히 소통해왔고 신뢰도 어느정도 쌓았다고 자평한다. 계속 긴밀하게 협조해나갈 방침이다.

Q. 제주에 왜 한의약 연구원이 필요한가?

A.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환경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 난개발을 지양하면서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인 자연 환경을 이용하는 ‘건강’ 특화적인 방향이 주요하지 않을까. 의료 관광·휴양 같은 산업이 섬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지금 이상의 대규모 의료기관이 제주에 생기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자연 환경과 삶에 잘 맞는 의료 형태가 바로 한의약이다. 제주에서 한의약을 잘 연구한다면 타 지역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역량이 높은 조직이 필요하다.

Q.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2등 전략’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의미냐면, 현실적으로 조직, 장비, 예산이 너무 작아서 효율적으로 활동하려면 외부 기관과 굉장히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수행하는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국한의약연구원과 제주산 한약재 연구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한국한의약진흥원과도 공동 임상 연구를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 말뼈를 활용한 관절염 치료보조제 연구도 동서비교한의학회,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진행할 방침이다. 임상 연구의 기반을 견고히 만들고자 한다. 실질적으로 연구를 많이하는 기관들과 함께 하면서 연구소의 역량을 더 많이 키우고 싶다.

내부적으로는 가능하면 임기 안에 독립적인 건물을 가지고 양질의 인력, 장비를 확보하고 싶다. 솔직히 정원 8명은 팀 인원 밖에 안 되는 숫자다. 연구 장비도 마찬가지다. 과제가 산적하지만 단합된 조직 분위기 안에서 진취적이고 발전하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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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연구원 직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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