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옥 교사 즉시항고 포기 교육감, 직무유기 성립 안돼"

헌법재판소가 2017년 검찰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수사 내용만으로는 이 교육감의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검찰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교육감이 청구한 '위헌심판 청구' 인용을 결정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도교육청 소속 진영옥 교사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2013년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교원징계위원회는 진 교사의 유죄판결을 이유로 2013년 11월 해임 처분을 의결했고, 당시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은 진 교사를 해임 처분했다. 이듬해 진 교사는 해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제1심 법원은 '재량권 일탈'을 이유로 해임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4년 취임한 이 교육감은 제주지검의 항소제기 지휘에 따라 행정소송에서 항소했으나 제2심 법원은 이 항소를 기각했다. 이 기간 중 진 교사는 해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2015년 제2심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복직에 이르렀다. 

이 교육감은 집행정지 인용결정에 대한 상고·즉시항고 포기 의견을 광주고검에 제출했으나, 검찰은 다시 상고·즉시항고 제기를 지휘했다. 이 교육감은 본안 소송에 대해서는 상고했지만, 가처분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하지 않았고, 대법원은 같은해 12월 상고를 기각했다.

상황이 정리되려던 찰나 검찰은 '이 교육감이 즉시항고를 제기하라는 취지의 소송지휘를 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고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교육감의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해 2017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사안이 경미해 재판에 넘기지는 않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되는 처분을 뜻한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청구인(이 교육감)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법령·내규 등에 의한 의무를 태만히 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 구체적 위험성이 있고 불법과 책임비난의 정도가 높은 법익침해의 경우에 한해 성립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든 직무집행의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경우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청구인의 즉시항고 포기가 위법하게 평가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청구인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방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직무유기죄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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