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봉행된 4.3평화공원 허공에 선 굵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수 김진호의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다. 

멈춘듯 흐르는듯, 가족이 무참히 희생된 그 자리에서 파노라마 사진 속 아내가, 아들·딸이, 동생이, 조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운 마음으로 다시 선 모습들이다. '가족 없는 가족사진'은 추념식장을 찾은 4.3희생자 유족들의 눈가에 사무치는 그리움의 눈물로 다시 흘러 내렸다. 

3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4.3희생자추념식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폭 축소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유족까지 전체 참석 인원을 150명 수준으로 제한했고, 좌석 간의 간격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비치했으며, 도지사 인사말도 취소했다.

출처=kbs유튜브. ⓒ제주의소리
3일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모공연을 선보인 가수 김진호 씨. 출처=kbs유튜브. ⓒ제주의소리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추모 공연은 가수 김진호의 무대였다. 발라드 그룹 ‘SG 워너비(wannabe)’의 멤버 김진호의 추념식 라이브 추모 공연은 이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화제가 됐다.

김진호가 자작곡 ‘가족사진’을 라이브로 열창하는 동안 4.3 유족들의 사진이 현장 대형 화면에 소개됐다. 

화면 속 사진은 지난 2018년 4.3 70주년을 맞아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김은주 작가가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생존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았는데, 카메라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인물과 배경을 함께 담아냈다. 당시 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다시, 봄’이란 제목으로 전시된 바 있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 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띈 젊은 아가씨의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 피우기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 꽃 피우길

- 김진호의 ‘가족사진’ 가운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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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서 등장한 4.3유족 김창옥 씨의 사진. 출처=kbs유튜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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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서 등장한 4.3유족 이사아, 이승례 씨의 사진. 출처=kbs유튜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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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서 등장한 4.3유족 고응칠 씨의 사진. 출처=kbs유튜브. ⓒ제주의소리

제주비행장 활주로가 보이는 곳에서 아내 박인생
옛 농업고등학교에서 아들 김필문, 딸 김을생
연동 남주봉에서 아들 이중흥
청수리 곶자왈에서 동생 강형석
애월면 하수리 옛 집 당산나무 앞에서 피해자 양경숙
동광리 사라진 마을 옛 집터에서 누나 홍춘화
의귀초등학교에서 조카 양인필

- 김은주 작가의 ‘다시, 봄’ 가운데 일부 설명

어릴 적 이별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녹여낸 김진호 씨의 노래, 김은주 작가의 사진으로 만나는 4.3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 모두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특히 비교적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대중가수, 김진호 씨의 4.3 추념식 무대는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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