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뇌사 판정 받은 화북초 고홍준 군 장기기증 결정...8일 부민장례식장 발인

고홍준 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고홍준 군의 생전 모습. 휘파람을 잘 불렀던 홍준 군이 휘파람으로 민들레 홀씨를 불던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못해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던 열살 소년은 일곱명의 새생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토록 기다리던 개학과 친구들은 끝내 만나지 못하고 떠났지만, 청량한 휘파람 소리에도 허공을 나는 민들레 홀씨처럼 가족들 보금자리를 떠나 하늘의 별이 되었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지난 5일 뇌사판정을 받은 고홍준(2010년생) 군의 가족이 홍준 군의 장기 기증을 최근 결정했다.
 
제주 화북초등학교에 다니던 고홍준 어린이는 3형제 중 막내다. 

홍준이는 지난 1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홍준이는 이날 119에 의해 제주대학교병원으로 긴급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나흘만인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면 가족들 모두 단박에 홍준이가 오는 것을 알아차릴 만큼 흥이 많은 친구였다. 

평소 음악에도 관심이 컸다. 화북초에서 관악부 활동을 했고,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도 호른을 연주하는 등 음악적 재능도 뛰어난 아이였다. 

여느 사내아이들처럼 축구 등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고, 재밌는 게임이나 맛있는 과자가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나누곤 했다. 또박또박 조리있게 말도 잘해 친구들 사이에 이래저래 인기가 많았던 친구다. 

가족들은 홍준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한없이 슬픔에만 잠겨있는 것이 결코 홍준이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홍준이의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막둥이 아들을 가족들 곁에서 떠나 보내는 것이 너무나 슬펐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홍준이가 이 세상 어디선가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평소 자신이 가진 것을 친구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의로운 아이였기에 홍준이도 얼마든지 동의해줬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홍준 군의 심장과 신장, 간 등 장기는 새로운 장기가 필요한 7명의 생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내 아들로 태아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거고 평생 기억할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홍준이의 엄마가 홍준이를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가족들도 “장기기증이 처음에는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는데, 병원 의료진과 KODA 코디네이터가 정성으로 보살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홍준이를 위해 많은 분이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홍준이의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준 의료진에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준 군의 발인은 오는 8일이며, 빈소는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 절차가 끝난 뒤 홍준 군은 양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홍준 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고홍준 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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