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기획, 유권자가 묻는다] ② 제주 미래비전

제주의소리 등 언론4사는 4.15총선을 정책선거로 견인하기 위해 ‘제주의 미래, 도민의 손으로’라는 대주제 아래 ‘7대 어젠다(agenda·의제)’를 채택, 이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과 해법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끊임 없이 묻습니다. 조금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후보들의 답변이 ‘2%’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의제를 추려서 한번 더 물었습니다. 참일꾼을 선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는 지난 2002년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을 설정했다. 국제자유도시는 사람과 자본,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를 의미한다.

이 때부터 제주에는 이른바 ‘개발 광풍’이 불기 시작한다. 외국자본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도 전역에서 포클레인 소리가 진동했다. 청정자연을 자랑하던 곶자왈과 중산간은 파헤쳐졌고, 해안가 역시 개발의 몸살을 앓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났고, 외국인(자본)들은 제주 땅을 야금야금 사들였다. 2020년 1월말 기준 제주도 전체 토지 중 외국인 소유는 1만4644필지, 2254만8255㎡에 이른다. 이는 마라도 면적(29만8000㎡)의 75배가 넘는 규모다.

◇ “국제자유도시 비전, 환경-성장 부조화” 제주특별법 제1조(목적) 개정 필요성 ‘대세’

<제주의소리>가 4.15총선 출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제주 미래비전’과 관련해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제자유도시’ 비전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물음에 △유지해야 1명(장성철) △개정해야 5명(고병수, 오영훈, 부상일, 강은주, 위성곤) △기타(유보) 3명(송재호, 박희수, 강경필)으로 의견이 갈렸다.

앞서 <제주의소리>와 제주新보, 제주MBC, 제주CBS 4사가 실시한 ‘7대 어젠다’에 대한 입장을 조사할 때 ‘유지’ 입장을 밝혔던 송재호, 강경필 후보가 신중론(유보)으로 선회했다.

2019년 12월10일 개정된 제주특별법 제1조(목적)는 이렇다.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해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밑줄 친 부분이 추가로 개정된 내용)

법으로 규정된 제주의 비전은 ‘국제자유도시’다.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적인’ 문구를 넣고 ‘도민의 복리증진’을 목적에 추가했지만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주에서 난개발과 대형 토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주시갑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는 ‘유지-개정필요’ 입장을 유보한 대신 “국제자유도시는 목적이 아닌 방법”이라며 “국제자유도시의 궁극적 종착지는 도민합의로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일하게 ‘유지’ 입장을 밝힌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는 “친환경적인 국제자유도시로 가야한다”고 전제한 뒤 “외부세계와의 개방과 교류를 바탕으로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고병수 후보는 “생태환경과 제주도민을 중심으로 하는 선언적 의미가 더 강해야 한다”고 했고, 무소속 박희수 후보는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틀은 놓아두되 생태와 환겨을 적극 반영하는 제주특별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시을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는 “제주공동체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증진을 위한 목표로 재설정돼야 한다”며 생태․환경보존의 지향과 4.3의 비극을 승화시킬 수 있는 평화․인권의 가치를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부상일 후보는 “국제자유도시를 10여년간 운용한 결과, 중국자본 등 투자의 편중과 부동산 개발 집중, 도민소득 향상 불균형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제주현실에 맞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중당 강은주 후보는 “생태와 문화, 공동체 문화 중심의 자치분권 섬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국제자유도시 비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제, “개발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법률 명칭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미래통합당 강경필 후보는 별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언론4사 7대 어젠다 입장 조사 때는 “세밀한 보완을 통해 제주를 명실상부 세계 속의 국제자유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민주당도 “원희룡 도정 제주미래 핵심가치 ‘청정-공존’ 찬성”…고병수․박희수 ‘유보’

막개발에 대한 각성일까.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라는 제주미래비전을 새롭게 설정, 민선 7기까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의 핵심가치로 설정된 ‘청정’과 ‘공존’은 청정자연, 자연경관 등 자연요소와 관련된 청정과 미래세대, 자연, 세계인과 더불어 살자는 의미다. 기존의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개선하겠는 의지가 강하다.

여·야 공천장을 받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들도 원희룡 도정이 제시한 ‘청정’과 ‘공존’이라는 핵심가치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9명 중 7명(송재호, 장성철, 오영훈, 부상일, 강은주, 위성곤, 강경필)이 ‘찬성’했고, 2명(고병수, 박희수)은 입장을 ‘유보’했다. 공개적인 ‘반대’ 입장은 한 명도 없었다.

제주미래 비전 및 제주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 후보들은 다양한 정책․공약을 제시했다.

송재호 후보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한 내생적 성장체계 구축 △환경자원총량제 구체화 및 계획허가제 도입 △제주형 환경생태서비스 지불제 도입 △도민자본을 토대로 한 ‘제주형 제조업’ 육성 등을 공약했다.

장성철 후보는 제주서부권 국가식품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특례를 제주특별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병수 후보는 환경영향평가를 공탁제로 제도개선하고, 제주입도객을 통해 환경기금을 확보해 제주생태환경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의 경제산업을 그린뉴딜(녹색경제) 정책과 도민주도 성장 시대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박희수 후보는 “생명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이를 제주미래 비전 전략에 맞추겠다”며 이를 위해 ‘생명산업 육성법’ 제정을 약속했다. 제주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국제자유도시 틀은 유지하되 생태․환경을 적극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고 했다.

오영훈 후보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제2공항 건설 등 산적한 현안을 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법률적 체계 정비를 공약했고, 부상일 후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지방분권 개헌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은주 후보는 생태와 문화, 공동체 문화 중심으로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제2공항 건설 저지, 난개발 반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위성곤 후보는 “제주를 동북아 환경도시를 지향하는 국제도시로 변화시키야 한다”며 제주특별법 명칭 변경을 포함한 전면개정을 공약했다.

강경필 후보는 제주의 환경보존을 위해 입도객들에게 환경보전부담금(입도세)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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