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3) mannerism 매너리즘

mannerism [ˈmænərɪzəm] n. 매너리즘
‘매너리즘’을 튼내며
(‘매너리즘’을 떠올리며)

mannerism은 manner ‘방식/태도’와 –ism ‘(보통 못마땅한 의미로서의) 주의(主義)’의 결합이다. manner(독일어의 manier, 이탈리아어의 maniera, 스웨덴어의 maner 등)에서의 man-은 ‘손(hand)’을 뜻하는데, 그 어원적 의미는 손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방식(method of handling)이나 태도(attitude) 등을 뜻한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이나 태도가 말 그대로 손에 익어가면서 일정한 틀(rut)에 박혀버리면 고유의 신선함(freshness)이나 독창성(originality)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바로 그러한 상태가 mannerism인 것이다.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 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 中에서-

어쩌면 코로나19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와 친자연적이었던 인간의 초심을 회복하라는 인류를 향한 대자연의 경고일지 모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코로나19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와 친자연적이었던 인간의 초심을 회복하라는 인류를 향한 대자연의 경고일지 모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mannerism을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타성적 습관(habitual routine)’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 습관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해도 또 빠지게 되는 걸 보면, 매너리즘은 분명 인간 본성(human nature)의 문제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장 쉽고,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그런데 그런 방식이 일상의 삶속에서 고착화되고 무사안일주의(無事安逸主義)로 흐르게 되면서 종국에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다. 매너리즘 속에서는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없다. 주인의 삶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중독(中毒)된 노예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온 인류를 향한 대자연(Mother Nature)의 엄중한 경고일지 모른다. ‘문명의 발전(progress of civilization)’이라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와 친자연적(eco-friendly)이었던 인간의 초심(initial resolution)을 회복하라는.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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