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45) 킹덤 2(Kingdom 2), 김성훈․박인제, 2020

 드라마 ‘킹덤 시즌 2’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음력 3월 22일

봄인데 눈이 내렸다. 기이한 일이다. 산간 마을에는 많은 눈이 쌓였다. 우마가 다닐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평화로운 때의 춘설이라면 흥취가 있겠지만 오늘의 춘설은 불길하다. 하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바닷가 마을에는 벚꽃이 폈는데, 이계에서 흩날려 날아온 듯한 눈꽃이 이 땅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저녁이면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으로 귀가한다. 봄은 여전히 멀리 있는 걸까. 언제면 떳떳하게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음력 3월 24일

역병이 그치질 않는다.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갔다. 이웃이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기에 서로 경계를 한다. 역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굶고 있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당쟁에 빠져 있어서 역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뒷전이다. 오늘 밤은 달이 붉다. 먼 산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그래도 돌담 아래 심어둔 연산홍이 활짝 폈다. 

음력 4월 1일

전염병이 잠잠해지다 다시 기세가 등등하다. 산 너머 마을에 사는 벗에게 보낸 편지에 답장이 왔다. 내용은 이렇다. 석 달 동안 일이 없다. 저자에 나가면 사람들이 서로 피하고 다닌다. 이러니 내게 일이 있을 리 없다. 존버 선생의 가르침을 모르는 것 아니나 기간이 계속 길어지니 방도를 찾아야 할 텐데 딱히 없다. 그의 편지를 잘 접어 서랍에 넣어두었다. 암흑기가 지나고 다시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이 편지를 다시 꺼내 읽어보리라. / 현택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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