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68. 시집 장가 안 가서 살면 저승 가서 망데기 쓴다

* 씨집 장게 : 시집 장가
* 안 강 : 안 가, 아니 가서
* 망테기 : 항아리보다 길이와 통이 작아 배가 나오지 않은 오지그릇

남녀 불문하고, 사람이 자라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남자는 장가 들고 여자는 시집을 간다. 그게 순리이고 정도다. 이왕이면 천상배필을 만나 혼인해 가정을 이루고 아들 딸 낳아 키워 학교에 보내 교육시키고 훈육해야 한다. 일가를 이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게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도리요 기본 방식이다.

남들이 다 하는 혼인을 하지 않고 홀로 산다면 사정이 여하튼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실은 장본인도 거북하고 불편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장가 안 가 혼자 총각으로 살다 죽은 사람을 몽달귀신이라 했을까.

옛날에도 흔치 않았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 몸으로 살던 총각 처녀가 있었다는 얘기다. 아마도 장애를 가졌거나 몹쓸 병으로 혼사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였을 것이다. 그런 부득이한 처지였음에도 주위에서 그다지 좋은 눈길을 보내지 않았음을 몽달귀신이란 말에서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출처=오마이뉴스.
그래도 지금은 풍요의 시대다. 사람으로 태어나 결혼해 가정을 이뤄 아이 낳고 키우며 보람된 생을 누리는 게 정상적인 인생의 길일 것이다. 출처=오마이뉴스.

그런 좋지 않은 감정은 생시(生時)에 그치지 않고 사후에까지 따라갔다. 죽으면 머리로부터 항아리를 써서 제 몸뚱이만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갑갑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한 것이다. 속박을 떠나 이만저만한 형벌이 아니다. 하늘에서 내린다는 천형(天刑)이 따로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삼포니 오포니 칠포니 하며 결혼을 포기하는 예들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자녀도 없다. 가정을 이루지 않으니 자기 집이 없어도 그만이다. 얼마나 외롭고 허전할까. 이런 비혼(非婚) 문화의 확산으로 저출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출산률이 0.98로 34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난 세태를 반영해, 대중가요 아모르파티에서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 불러대고 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김연자가 대학축제를 휩쓸다시피 절정의 인기를 누린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정녕 그럴진대, 아모르파티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한 말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곧 운명애(運命愛)를 뜻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고 등져 버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운명의 하나로 받아들여 사랑하라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현실 속의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자신에게 닥쳐오는 운명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꼰대라 해도 달게 듣기 작정하고 말하건대, 예전에 삼시세끼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 살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풍요의 시대다. 사람으로 태어나 결혼해 가정을 이뤄 아이 낳고 키우며 보람된 생을 누리는 게 정상적인 인생의 길일 것이다. 

장가 시집 안 간 사람이라 흘겨보는 주위의 시선이 왜 따가운지도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왜 없을까. 꿈과 생명의 계절 4월이 저물고 있다. 봄의 신명에 저기 언덕 넘어 풀밭을 맨발로 달려 보면 어떨까.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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