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3) 제주사랑농수산 제주이야기 ‘양경월’ 대표 “제주 담은 ‘화산송이’ 아시나요?”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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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월 제주사랑농수산 제주이야기 대표.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며 제주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화산송이 화장품 알죠? 그 화산송이 제가 시작했습니다”

‘제주이야기’라는 이름 그대로 제주의 자연을 담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산업인 양경월(58) 대표.

양 대표의 회사는 화산송이가 들어간 화장품을 만들어 낸 원조 회사로 제주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자체 화산송이 팩으로 시작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제품군 런칭을 이뤄내기까지 수 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했다.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양경월 대표를 만났다.

양 대표의 고향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다. 제주스러운 것, 제주에만 있는 것들을 다루고 싶어 고향 특산품인 손바닥 선인장으로 시작했다. “IMF를 겪고 제주시 구좌읍 공장을 경매로 사들여 농수산물 동결건조업을 시작하려다 제주 토산품을 다루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손바닥)선인장”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제주다운 것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한 끝에 육지에도 없고 제주에도 흔치 않던 것, 화산송이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화산송이 팩을 만들고 개발을 시작해 제주지역 최초 화장품 기업(광주 제17호)으로 등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송이는 화산 폭발 시 점토가 고열에 탄 화산석인 돌숯으로, ‘가벼운 돌’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어다. 한라산 중산간 오름 등 제주에 널리 분포하는 독특한 천연자원으로, 천연 필터링 기능이 탁월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면서 이니스프리에 마스크팩 등 송이 제품과 원료를 납품했다.

그러나 2000년 11월 회사 설립 이후 첫걸음은 순탄치 않았다는 그녀는 “후발주자가 등장하면서 많이 고발당했다. 견제와 딴지가 많았다”라며 “덕분에 화장품 관련 법과 허가, 원료 등 공부를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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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소재 제주이야기연구소에서 실험중인 연구원. ⓒ제주의소리
제주 화산송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군. 제공=제주사랑농수산.
제주 화산송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군. 제공=제주사랑농수산.

열정 하나로 버텨왔다는 그녀는 당시 수많은 난관에 굴하지 않고 공부하며 회사를 지켜냈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제주 천연 추출물을 연구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고용하고 부설 연구소도 설립했다.

그녀는 “처음엔 추출물 연구만 하다가 직원 월급 해결과 규모 확대를 위해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화장품 제조를 시작했다. 화산송이에 그치지 않고 제주 꽃을 활용한 화장품, 꽃차, 향수 등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회사라 품질이 안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이겨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인증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갖추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알아주듯 회사는 제주스타기업 선정, 이달의 6차산업인 선정, IP STAR기업 선정, 장관표창장 수상, 수개의 특허 등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의 성과를 올렸다.

또 제조와 함께 제주를 알리기 위해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꽃을 이용한 화장품, 향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아 중고교 수학여행, 홍콩 관광객 등 연 5만명 이상이 방문한단다.

“한번 다녀가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니 자연스레 제주의 것을 알릴 수 있겠구나 했다. 탄탄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여행사 체험 만족도 1등을 차지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수학여행 계획을 짤 때 여행사 패키지에 방문 일정이 없으면 직접 추가하기도 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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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통해 제주의 특색을 지닌 꽃으로 향수, 화장품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구좌농공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사랑농수산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구좌농공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사랑농수산 전경. ⓒ제주의소리

양 대표는 꽃을 수매해 농가를 돕고 제품을 만들며 프로그램으로 제주를 알리는 6차산업 최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와중에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장애인을 고용해 함께한다. 제주사랑농수산은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 인증서를 받았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34명의 직원들 덕분이라 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한다. 다들 자기 회사인 것처럼 열정을 가지고 그만두려 하지도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양 대표는 코로나19 직격탄에 대해 “관광객이 줄어드니 매출도 자연스레 줄었다. 가족 같은 직원들과 공장을 가동하며 겨우 버텨내고 있다. 지금 시기가 관광객이 많이 찾을 시기인데 90%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제주의 자원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제주 관광상품인데 육지나 중국에서 만든 것이 많다. 제주에서 생산된 ‘진짜’ 제주 상품을 찾아 내세우면 좋겠다”며 “제주도가 숨어있는 토종 기업을 찾아 도와줬으면 좋겠다. 제주도가 힘들 때 곁에서 돕는 건 ‘내 새끼’ 토종 기업이다. 육지에서 들어오는 대기업도 좋지만 취약한 제주 제조업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제주가 없으면 자신의 생명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양 대표는 “만족을 넘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경영 방침이다”라며 “백년대계를 세워 튼튼하고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양 대표는 제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으로 한 걸음씩 시나브로 내딛고 있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국제적인 것’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 바람이 제주 너머 세계로 불어가길 기대해본다.

제주 화산송이를 활용한 제품. 제공=제주사랑농수산.
제주 화산송이를 활용한 제품. 제공=제주사랑농수산.

주식회사 제주사랑농수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13길 66(구좌농공단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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