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도민회의 성명...국토부 해명 '전략환경평가 부실-공동조사 요구' 빗겨가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서 발견된 동굴 '칠낭궤' 제2공항 활주로와의 이격 거리가 250m에 불과한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서 발견된 동굴 '칠낭궤' 제2공항 활주로와의 이격 거리가 250m에 불과한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예정지와 그 인근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동굴·숨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시민사회단체의 고발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해명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도내 시민·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29일 오전 '제2차 동굴·숨골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두 차례에 걸친 조사 결과 제2공항 예정지 내에서 총 136곳의 숨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제2공항 예정지에서 북쪽으로 약 250m 이격된 곳에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동굴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칠낭궤'로 불려오던 이 동굴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동굴로, 내부에는 남쪽으로 용암길이 나 있어 가지굴 존재 여부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존 문헌에만 의지하며 형식적인 조사에 그친 국토부가 이 동굴의 존재를 무시했다는 것이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였다. 제2공항 예정지 내 무수한 숨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 이로 인한 비상도민회의와의 공동조사 요구도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같은날 오후 비상도민회의의 기자회견에 대해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내 새로운 동굴 발견, 동굴 부실조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제하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국토부는 이 자료를 통해 제2공항 부지 내 동굴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일부 언론을 인용하며 "비상도민회의 측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동굴(칠낭궤)은 공항 예정지로부터 약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항부지 내 새로운 동굴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동굴은 제2공항 부지 밖에 위치하고 있어 제2공항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추가 현지조사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제주도내 타 SOC사업 사례 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숨골의 지하수계 영향, 시공성, 안전성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해명과는 달리 비상도민회의는 당일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예정지 내 새로운 동굴이 발견됐다'고 주장한 바가 없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 장에 오지 않은 일부 언론에서 '부지 내 새로운 동굴 발견'이라는 일부 잘못된 보도가 나왔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2차 동굴·숨골 조사에서 발견된 제2공항 예정지 내 숨골위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2차 동굴·숨골 조사에서 발견된 제2공항 예정지 내 숨골위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인근에서 동굴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했으며, 별도의 위성사진을 첨부해 제2공항 예정지 북쪽으로 248m 가량 이격됐다는 세부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도 비상도민회의였다.

이에 반해 국토부는 '제2공항 부지 내'라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표현에만 천착해 비상도민회의가 그처럼 주장한것 처럼 다소 본질을 흐트러뜨린 해명만 내놓았다. 숨골의 존재를 추가로 확인하지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과 공동조사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이와 관련 비상도민회의 관계자는 "숨골 조사가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국토부에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발표된 해명자료는 해명이라고 볼 수도 없는 궁색한 입장이다. 사실을 폄하하기 위한 정도의 자료로 밖에 안되는 것 같다"며 "진정성이 있었다면 공동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혔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언론의 오보를 역이용하는 국토부
동굴・숨골조사에 대한 왜곡, 즉각 사과하고 관련자 처벌하라!

국토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상의 동굴지질에 대한 거짓・부실조사를 덮기 위해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동굴・숨골조사 결과에 대한 폄훼를 시도하고 있다. 

4월 29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새로 발견한 동굴입구는 제2공항 예정지에서 약250m 떨어져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예정지 인근 동굴조사 결과는 밝히고 있으나, 거대한 동굴 입구가 육안으로 확인됨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많이 알고 있는 칠낭궤는 언급조차되고 있지 않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신뢰할 수 없는 부실조사라고 밝혔던 것이다. 제2공항 예정지 내에서 숨골 또한 136곳을 추가 발견하여, 국토부가 8개라고 밝힌 숨골 조사결과는 전형적인 거짓・부실조사라는 사실도 지적하였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신규 발견한 동굴은 예정지 밖의 동굴이라며, 마치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예정지내 동굴이 있다고 발표한 것처럼, 동굴・숨골조사 결과가 거짓인 것처럼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일부 언론이 제목에 동굴과 숨골에 대한 구분없이 모두 제2공항 예정지에서 조사된 것으로 오보한 것을 역이용하여 동굴・숨골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언론의 오보를 보면 제목에서는 잘못 표현하고 있지만, 내용에서는 신규 발견된 동굴이 예정지와 250m 떨어져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국토부가 기사 내용 전체를 보지도 않고 이러한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기사들을 비교하였거나, 공개된 기자회견문만 보더라도 일부 언론의 잘못된 제목은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국토부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제목을 역이용하여 제대로된 동굴・숨골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전체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악의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의 비상식적인 반박보도자료가 악의적인 역이용이 아니길 바란다. 일부 잘못된 언론보도 때문에 잘못된 반박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면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같은 잘못을 저지른 관계 공무원을 처벌하라. 만약 여전히 정정없이 그대로 입장을 유지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0년 4월 30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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