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동서 일주도로 ‘희한한 횡단보도’ 10년 넘게 방치...“도대체 어디로 건너라고?”

제주 곳곳에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도록한 횡단보도가 화단이나 각종 도로시설 등으로 가로막혀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횡단보도가 화단으로 막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6일 익명의 독자제보에 따라 [제주의소리]가 일주도로 곳곳을 현장취재한 결과, 일주 동·서로 곳곳에서 비정상적인 횡단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주동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소재 횡단보도는 진입로 일부가 화단으로 가려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화단 위에 올라선 채 기다려야만 했다. 

심지어 일주서로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소재 횡단보도는 화단뿐만 아니라 거대 도로표지판 쇠기둥이 진입로를 가로막아 보행 어려움을 유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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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일주동로 성산읍 온평리에서 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화단에 올라서서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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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서로 한경면 신창리에 위치한 횡단보도는 화단과 거대한 표지판으로 진입로가 막혀 있다. ⓒ제주의소리

두 곳은 일부만 가려져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소재 횡단보도는 보행로 전체가 화단으로 막혀 있어 길을 건너려면 화단을 넘거나 돌아가야만 했다. 맞은편 보행로 역시 절반이 가려져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휠체어를 타고 길을 건너려면 불가피하게 차도로 진출한 뒤 횡단보도를 이용해야만 했다. 신호등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고 버스, 공사차량 등 고속 주행 차량이 오가는 험난한 환경 속에서 차도로 나가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화단 등 도로시설물을 피해서 건너야 하는 기형적 구조는 악천후 기상상황이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는 대형 인명사고가 우려됐다. 

실제로 기자가 길을 건너기 위해 화단을 넘어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차량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자칫 보행 속도가 느린 노인이나 어린이 등 교통약자가 길을 건널 때 불상사가 일어날 우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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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서로 한림읍 협재리 한 횡단보도는 진입로 전체가 화단으로 가로막혀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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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서로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소재 횡단보도 2010년 당시(사진 왼쪽, 출처=다음 로드뷰 캡처)와 현재 모습. 무려 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있는 화단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어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위성 사진을 통해 과거를 확인해본 결과, 이같은 '희한한 횡단보도'는 10년 넘도록 그대로 방치돼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자전거 전용 도로 신설, 차선 등 정비가 이뤄지며 횡단보도 위치가 일부 조정됐으나, 진입을 위한 보행로는 여전히 장애물에 가로막혀있었다. 수차례 공사 에도 보행환경에는 신경 쓰지 않은듯한 모습이 여실히 나타났다.

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횡단보도에 설치된 화단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는 화단을 돌아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이용자는 위험에 노출되고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까지 민원은 따로 없었다”며 “횡단보도 도색은 도가 담당하지만, 위치 선정은 자치경찰단에서 한다. 또 화단 등 조경은 읍면지역에서 할 수도 있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설령 제기된 민원이 없었더라도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보행자가 불편을 겪지 않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일주도로뿐만 아니라 도내 도로 횡단보도의 전반적 점검을 통한 선제적 조치 등 세심한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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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서로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사동복지회관 앞 횡단보도. 일부가 화단으로 가려져 길을 건너기 위해선 돌아가야만 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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