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군도 89호선 세화~좌보미 구간 농로 확장, 주민·오름 탐방객 편익 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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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 북쪽 진입로에 설치된 공사안내문. 올해 12월까지 예정돼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민 A씨는 다랑쉬오름 인근 도로를 지나가다 스코리아(scoria, 유리질의 화산쇄설성 화성암)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도로 확·포장 공사 현장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

지면이 노출될 정도로 양옆 둔덕을 깎아내리고 주변 식재를 벌목하면서까지 확·포장 공사를 해야만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제주의소리]에 제보와 취재를 요청했다. 

독자제보를 받고 취재한 결과 해당 사업은 교통 원활과 도로 이용객 편익 증진, 농촌 지역주민 생활 향상 등 목적으로 한 ‘군도 89호선 세화~좌보미 도로 확·포장’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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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구간은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 오름 사이 도로 3.1km다. 빨간 선으로 표시된 지역이 공사 구간. ⓒ제주의소리

제주시는 올해 12월께 마무리를 목표로 군도 89호선 세화~좌보미 3.1km 구간에 총 사업비 50여억원을 투입해 도로 확·포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애초 제주시는 사업을 위해 2006년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제출하고 협의를 마쳤으나 사업비 반영 등 문제로 면적 5만5922㎡(추가면적 7181㎡), 총 5.27km 구간 중 2.2km 구간만 준공했다.

이어 2017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남은 약 3.1km 구간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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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구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양옆으로 둔덕이 깎여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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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구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송이 등 퇴적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제주의소리

실제로 공사 현장을 방문해 보니 기존 시멘트 길을 갈아엎어 길을 만드는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왕복 2차선으로 보이는 도로 옆 깎인 둔덕에는 스코리아(scoria)층과 잘려나간 수목이 발견됐다.

제주시는 농기계 차량이 대형화돼 기존 농로를 활용하기엔 위험성이 따르는 만큼 도로를 넓히는 것은 불가피한 공사라는 입장이다.

사업을 위해 2017년 8월 진행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군도 89호선은 폭이 협소한 콘크리트 농로로 이뤄져 농지 경작을 위한 차량이나 다랑쉬오름을 이용하는 차량이 증가해 통행 불편 및 안전사고 위험이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전인 2016년 10월 작성된 제주도 오름종합계획에 따르면 ‘다랑쉬오름 진입로는 농로이기 때문에 대형차량 이용 시 교행에 따른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나 진입로 확대에 대한 필요성은 낮다’고 나타나 다랑쉬오름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대한 제주도와 제주시의 상반된 입장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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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확장을 위해 깎여나간 둔덕. ⓒ제주의소리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은 “도로가 넓어지는 만큼 생태계·축 단절 등 생태환경이 악화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인공물이 없는 지역이라 족제비, 노루 등 포유동물과 양서·파충류 등 동물이 많은데, 도로 직선화로 차량 속도가 높아지는 만큼 로드킬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굳이 공사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 접근성이 좋아지는 만큼 주변 개발행위가 일어날 수 있고 사람이 많아져 탐방객에 의해 오름이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2013년부터 추진해왔으며, 미확장 도로구간을 확·포장해 원활한 농산물 수송으로 농업생산기반시설 확충과 대형화된 농기계 차량 이동 편의 증진, 오름 탐방객 보행 안전 확보 등을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농경지를 편입해서 기존 농로를 확장하는 사업이다. 오름을 깎아내거나 무리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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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에는 덤프트럭을 비롯한 중장비가 오가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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