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26. 삼성 무노조 경영? 反노동 경영!

출처=오마이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지난 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가 있었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로 촉발되어 삼성이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재용의 구속까지 이어졌던 상황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 발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따른 조치라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재판을 앞두고 감형을 위해 진행한 형식적인 사과라는 평가부터 경영권 승계 중단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 평가가 많다. 

몇 가지 주요한 발표와 사과가 있었으나 그 내용 중 무노조 경영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사과에 대하여 언급코자 한다. 법원의 권고사항으로 구성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무조노 경영’의 포기를 직접 밝히라고 주문했고, 6일 이재용 부회장의 발표 내용 중 ‘무노조 경영을 중단’함이 포함되었다. 

삼성은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실질은 무노조 경영이 아닌 反노동 경영이라고 말하고 싶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으로 운영되는 단체이다. 헌법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사업주에 대항하여 약체인 개별 노동자들에게 단결권을 보장함으로써 노동과 자본 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도록 함에 있다. 또한 노동자의 요구를 노동조합을 통해 교섭을 하고 그 관철을 위해 단체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를 보장하는 것이다.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에 대해 그동안 삼성은 경영 방식이라는 허울로 맞섰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온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은 무조건 막고 보자는 사용자 

일을 하다보면 경우에 따라 개별적인 대응보다는 집단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근로 계약을 회사에서 개별적으로 체결하려고 시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개별 노동자가 회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 법의 잣대를 들어 기관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 사업장 내에서 노사 간의 협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더 용이할 수 있다. 노동자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기도 하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2013년, 제주한라대학교는 직원의 임금 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했다. 한라대 구성원들은 임금 체계 변경에 반대했고 집단적인 대응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당시 대학 총장은 ‘노동조합을 만들면 지원금이 깎여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 노조를 만들지 말라’ 등의 노조 혐오 발언을 했다. 총장의 발언은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한 것임이 인정되어 2016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학은 이에 그치지 않고 노조 탄압으로 몇 명 남지 않은 조합원을 차별하고 불이익 처우했다. 기존의 업무와 무관한 곳에 배치하고 최하위의 근무 성적을 부여했다. 이와 관련 대학은 2019년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또다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록 벌금형이긴 하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사업주의 혐오 발언과 조합원에 대한 부당 노동 행위는 범죄로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노조 탄압 과정에서 힘겹게 만들어진 이 사례를 통해 최소 지역에서 신규로 설립될 노동조합의 사업장에서는 본보기로 작용되었으면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바람은 그저 바람이었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한림농협의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하여 감사를 실시했다. 작년 8월 한림농협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조합장은 단 한 차례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직접교섭은 고사하고 지난달에는 노조 위원장을 포함하여 조합원 4인을 타 지역 농협으로 전적 조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사자에 대한 동의 절차도 없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교섭 중인 위원장과 노조 간부를 포함한 조합원들을 타 지역농협으로 보내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한림농협은 위원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교섭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조속한 후속 조치를 바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아직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으로 인해 박탈된 인권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삼성은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노동자에게 갖은 탄압과 협박, 회유 등의 방법으로 헌법을 무시하고 인권을 유린해왔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과에는 그간의 피해 당사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나 앞으로 ‘노동3권을 지키기’ 위한 삼성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진정한 사과를 위해 이들에 대한 삼성 측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비롯하여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삼성의 계획이 조속히 제시되길 바란다.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한림농협도 더 이상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노조 탄압은 경영 철학이 아니라 범죄이니 말이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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