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20일 제주도내 고교 등교수업 일제히 시작, 방역체계 일사불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 차례 미뤄지던 등교수업이 20일 제주도내 30개 고등학교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80일 만에 닫혔던 교문이 열린 학교현장은 설렘 속에서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른 아침 등굣길에 오른 고3 학생들로 인해 분주해진 제주시 아라동 소재 제주여자고등학교. 

불과 몇달 전 겨울방학에도 거의 매일 드나들던 길이었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 여부와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안내가 교문 앞에서부터 분주하게 이뤄졌고, 종전과 달라진 풍경으로 어딘가 어색했는지 쭈뼛거리는 학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80일 만에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여파로 등교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80일 만에 등굣길에 올랐다. ⓒ제주의소리

도로에는 교통경찰이 투입됐다. 학생 중 상당수가 대중교통 대신 학부모 개인 차량을 이용할 것을 우려해 통학로 확보를 위한 조치다. 실제 대다수의 학생들은 부모의 차량을 이용해 등교를 했지만, 우려됐던 교통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시 아라동 소재 제주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차에서 내려 등교 중인 모습. 우려했던 교통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소재 제주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차에서 내려 등교 중인 모습. 우려했던 교통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교문에 들어선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체육관에 설치된 발열감지기를 통과하도록 했다. ⓒ제주의소리
교문에 들어선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체육관에 설치된 발열감지기를 통과했다. ⓒ제주의소리

자녀를 바래다 준 학부모 김홍주(46)씨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든 이겨내보겠다고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언론 기사를 보니 학교 안에서도 여러가지 방역수칙을 따라야 하고, 시험도 연이어 치러야 하는데, 우리 딸도 딸이지만 아이들이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문에 들어선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체육관에 설치된 발열감지기를 통과하도록 했다. 앞머리에 가려진 이마가 보이지 않아 열이 감지되지 않은 학생은 재차 발걸음을 되돌려 다시 센서를 지나도록 했다. 학생들도 교사의 지도 하에 일사불란하게 발열검사에 응했다.

김도현(18)양은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까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친구들 보는 것 때문에 설레고, 교실에 들어가도 여러 제한이 있을 것 같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이 된다"며 "어려움이 있어도 일단 학교에 오는게 우선이었다. 불안한 마음도 내일이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음 지었다.

이지이(18)양도 "3월에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컸는데, 온라인 수업을 하고, 친구들과 카톡도 주고받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불안하진 않는다"면서도 "수시로 대학 진학할 생각인데 시험이 계속 있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하다보니 불안감 보다는 많이 답답할 것 같다. 빨리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실에 들어선 학생들. 각각의 책상에는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비치됐다. ⓒ제주의소리
교실에 들어선 학생들. 각각의 책상에는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비치됐다. 교실안 방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고3 학생들. ⓒ제주의소리

학생들은 다소 어색했던 등굣길과는 달리 교실에 들어서니 금세 활기를 띄었다. 반가움에 못이겨 얼싸안으려다 이내 "1미터! 1미터!" 외치며 화들짝 떨어지는 학생들, 차마 서로 다가서지는 못하고 어쩔수 없다는 듯 손바닥을 격하게 흔드는 모습은 가련하기까지 했다. 

각각의 책상에는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비치돼 있었고, 책상 간 간격도 1m 이상 떨어져 있었다. 학생들도 저마다의 방역에 신경을 썼다. 자신만이 아닌 친구를 위해, 서로 배려해야 하는 시기임을 인지하는 모습이었다.

3학년 3반 담임인 백일화 교사는 "설레고 걱정됐지만, 모든 학생들이 출석해 얼굴을 보게 돼 너무 뿌듯하다. 등교가 더 기다려졌는데, 걱정이 많겠지만 앞으로 남은 일정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을 격려했다.

ⓒ제주의소리
보급받은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등 학생들도 저마다의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의소리

30명 이상의 과밀학급인 경우 별도의 특별실을 활용해 분반 수업을 진행토록 했다. 이동 중에도 '학생 간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학생이 밀집한 학교의 경우 △학년별 격주제, 격일제 등교 방안, △미러링 동시수업 방안(일부는 교실에서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직접 듣고, 일부는 별도의 교실에서 화상 중계를 보는 방식), △급식시간 시차운영, 간편식 제공, 한 개 층 내 복수학년 배치 방안 등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사실상 '학생 간 거리두기'를 어떻게 지켜내는가가 등교수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별 특성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3의 등교가 일단 시작됐지만 고1~2, 초·중학교의 등교 역시 곧바로 이어지게 되는데, 교육도 교육이지만 방역이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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