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코드·낙하산 인사와 행정시장 공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모 때마다 제기된 '무늬만 공모'였다는 비판을 이번에는 불식할 수 있을까. 민선7기 제주도정 후반기 양대 행정시장으로 누가 발탁될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흔히 ‘코드 인사’는 ‘낙하산 인사’와 거의 동일시된다. 사전적으로 봐도 그렇다. 능력이나 자질, 도덕성 혹은 전문성과 ‘무관’-없다는 말이 아니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둘 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다. 무슨 결사체를 조직하는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들릴 수 있다. 까놓고 말해 제 입맛에 맞는 사람을 쓴다는 의미다. 

먼저 사견임을 밝혀둔다. 정치적 이념 또는 성향을 따지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국정을 뒷받침할 주요 인사들의 코드가 다른 게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정무직도 마찬가지다.  

민선5기 제주도정 첫해인 2010년 12월17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 도정질문 시간에 우근민 지사가 모처럼 속내를 드러냈다. 한 의원에게서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수장(CEO)에 대한 의회 인사청문회 도입 제안을 받고서다. 단명한 전임자의 뒤를 이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공모를 앞둔 때였다. 

우 지사는 “이번에 개발공사 사장을 공모하려고 하는데, (전문 경영인 영입을 위해)제가 할 수 있는데 까지 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발언이 묘했다. 그는 “다만,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 지사의 발언은 코드 인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실시된 공모에서 사장 자리는 오재윤 전 도청 기획관리실장이 꿰찼다. 오 전 실장은 우 도정 체제에서 만개한 공무원으로 꼽힌다. 한 때 도지사를 넘볼 적엔 우 지사의 물밑 엄호가 있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이쯤되면 오 전 실장은 우 지사의 최측근 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당시 해석대로, 둘은 과연 정치적 이념 또는 성향이 비슷했던 것일까.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은 따지지도 않았을까. 오 전 실장은 세간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0년이 흘렀지만, 코드 인사의 사전적 의미를 곱씹을수록 당시 우 지사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 헷갈린다.

민선시대도 연륜이 쌓이면서 어느덧 공모는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공모 때마다 어김없이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아니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예상은 늘 적중했다. 결국 ‘무늬만 공모’였음이 드러나기 일쑤였다. 

누구랄 것도 없이 도지사들이 그 여지를 제공했다. 이른바 ‘제주판 3김’ 뿐만 아니라, ‘3김 청산’ 주역으로 등장한 원희룡 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굳이 차이점을 든다면, 원 지사는 인사청문 대상을 크게 늘렸다. 민선6기 도정 첫 해인 2014년이었다. 그 때까지 청문 대상은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 2명 뿐이었다. 제주특별법에 그렇게 규정됐다. 

이를 행정시장과 산하 기관장 ‘빅5’까지 확대했다. 10년 전 도의원의 제안이 뒤늦게 실현된 셈이다. 누가 시킨 것도, 법적 의무사항도 아니었다. 더구나 청문대상 확대는 최소 2009년부터 몇몇 국회의원 및 도의회 차원에서 시도됐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던 차였다. 이를 도의회 의장과의 정치적 합의로 단박에 돌파했으니, ‘협치’를 앞세운 도백의 파격적인 결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인사청문 확대는 양날의 칼이었다. 의회가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냈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여러차례 발생했다. 인사청문회가 통과의례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나왔다. 미리 특정 인사를 낙점해놓고, 공모를 통해 민주적 절차를 가장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일부에선 인사청문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임명직 행정시장의 한계가 극명해지고 있는 와중에 제주도가 또 한번 시험대에 섰다. 민선7기 후반기 제주·서귀포시를 이끌 행정시장 공모를 지난 18일 마감했다. 각각 3명, 5명이 응모한 가운데, 이번에도 특정인사 내정설이 돌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구설에 오른 인사도 비중있게 거론된다고 한다. 

혹자는 ‘도청 과장만도 못한 시장’이라고 푸념했다지만, 벼슬은 벼슬인가 보다.  

탕평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백번 양보해 코드를 ‘맞춰보는’ 것도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결코 지나쳐선 안되는 지점이 있다. 능력과 자질, 도덕성이다. 이게 부족해 빚어진 폐단을 그동안 익히 봐왔다. 

제주에는 결과적으로 들러리가 된 응모자를 비꼬는 듯한 표현이 있다. 그런 사람을 가리켜 ‘올레를 못찾는다’고 한다. ‘떡 줄 사람’과 어떠한 교감도 없이 나름 의지를 갖고 도전한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숨은 보석도 있을 법한데 예외없이 떨어졌다. 

이들의 자질과 능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는게 못내 아쉽다. 이번에도 항간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제주에서 만큼은 공모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할지 모르겠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