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코로나19 여파, 등교개학 재개에도 다중이용시설 썰렁…학교별 지도단속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순차적인 등교개학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방과후 다중이용시설 이용 지도에 각 학교가 비상이 걸렸다. 

21일 오후, 하교시간에 맞춰 찾아간 제주시청 인근과 고마로 근처 등의 PC방-노래방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학생들이 주로 드나드는 곳임에도 교복 차림의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자리를 채운 이들도 미성년자로 보긴 어려운 이들이었다.

거리에는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그 뿐이었다.

각 학교에서는 방과후 PC방이나 노래방 등 평소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엔 얼씬도 말라는 지도·감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내 모 고등학교 교사는 "첫날 언론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PC방-노래방에 가득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각 학교마다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오늘은 학생들이 밖으로 나다니지 않도록 더 강하게 일러뒀다"며 "요즘 아이들이 곧이곧대로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일탈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한 한 자제를 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찾은 제주시내 모 PC방. 등교개학이 시작된 이후에도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21일 오후 찾은 제주시내 모 PC방. 등교개학이 시작된 이후에도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정부 차원에서도 학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자신과 친구들의 건강을 위해 노래방, PC방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 관련 업주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강력한 방역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도통 나아질 기미가 없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애로점을 호소했다.

제주시 일도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고모(53)씨는 "그동안은 손님이 끊겼어서 '언젠간 끝나겠지'하고 견뎠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PC방을 가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듯한 분위기가 되더라. 적어도 누구에게 해를 끼치고 살아온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데 요즘은 한 것도 없이 죄인으로 몰리는 기분"이라며 고충을 전했다.

고씨는 "(등교개학이 시작된)어제도 별로 손님도 없었는데, 뉴스를 보면 등교개학하고 나니 PC방이며 노래방이 교복입은 손님이 바글바글 거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체 어디에 가면 손님이 바글거리는지 보고 싶을 정도"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도동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중인 한모(35)씨도 "안그래도 손님이 없었는데, 이태원으로 시작해 노래방에서 감염이 됐다는 소식이 들리고는 그나마 오던 손님들 발길도 뚝 끊겼다"며 "아르바이트 2명도 그만두게 하고, 지금은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직접 카운터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씨는 "(강력한 지도단속이)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다"며 "이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그다지 없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자리까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한산한 제주시내 모 코인노래방.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한산한 제주시내 모 코인노래방. ⓒ제주의소리

실제 지난 20일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2020년 1분기 제주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제주지역 소매판매지수는 정보통신(-28.0%)을 비롯해 예술·스포츠·여가(-22.4%) 분야의 하락 폭이 컸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다중시설은 거리두기에 취약한 점이 많다. 방역조치도 결국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며 "아직 등교개학이 시작된 것은 고3뿐인데, 차차 다른 학년의 등교도 시작된다면 지도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주들도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은 모두가 코로나19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강력한 방역으로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역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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