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로컬푸드 요리연구가 양용진, 64개 제주음식 모은 ‘제주식탁’ 발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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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먹었던 음식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새 책이 나왔다. 간단한 조리법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문화까지 조근조근 들려주는 양용진의 《제주식탁》(재주상회)이다.

이 책은 제주 로컬푸드 요리사 양용진이 <제주의소리> 등에 게재한 제주 먹거리 관련 콘텐츠를 정리해 모았다. 괴기 반, 고사리고기지짐, 보리개역, 마농지, 옥돔미역국, 한치물회, 구쟁기구이 등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는 제주 음식들을 조리법과 함께 소개한다. 

“제주 음식은 매우 단출해 요리책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만큼 조리법은 재료, 만드는 법, 음식 사진을 한 쪽에 정리한 것이 전부다. 물론 꼭 필요한 정보를 요약했기에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지만 《제주식탁》은 요리 하나마다 담긴 제주사람들의 삶과 환경, 문화를 소소하게 녹여냈기에 읽는 맛이 있다. 사진가 김형호 씨가 작업한 식재료, 음식 사진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집안이나 마을의 대소사를 치를 때 괴기(돼지)를 장만하고 그 국물에 모자반을 넣은 ‘몸국’을 하객에게 대접했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게 해조류를 수탈당하고 바다 출입도 통제당해 모자반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도 잔치를 치러야 했기에 대체 음식을 고민하다 육지의 잔치국수에 영감을 받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돼지를 삶아낸 국물에 경사를 상징하는 국수를 말아 하객에게 대접했다.
- <고기국수> 편 가운데 일부 

제주에서는 두부를 둠비라 일컫는다. … 고온다습한 제주의 기후에서는 수분이 많은 가공식품이 빨리 상하는데, 제주 둠비처럼 수분을 많이 제거하면 그만큼 저장 기간이 늘어나는 이점이 생긴다. 다만 수분이 적어 식감이 퍽퍽한 것은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제주 사람들은 괴기 반에 담은 둠비를 따뜻한 몸국에 적셔 먹거나 새콤한 초감장에 찍어 먹었다.
- <둠비적> 편 가운데 일부

먹거리마다 풀어내는 저자의 ‘제주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제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이는 “어머니의 기록 이전에 외할머니가 차려주셨던 밥상과 그 어머니인 큰할머니께서 1970년대에 증손자에게 차려주던 밥상”부터 시작한 가정교육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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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식탁' 가운데 일부. ⓒ제주의소리

저자의 어머니는 제주향토음식 명인 1호 김지순이다. 여기에 더해 “어머니의 스승이자 나를 친손자처럼 아껴주셨고, 내가 왕할머니라 불렀던 왕준련 회장”의 조언과 “가업인 요리 학원과 제과 학원의 살림을 묵묵히 꾸려나가는 아내 조수경”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양용진은 《제주식탁》을 제주 전통음식 문화의 대중화를 위한 발걸음으로 여긴다. “누가 더 먹고 덜 먹는지 따지지 않고 먹을 만큼의 식량을 다 같이 누리는” 제주 고유의 공동체 정신이 녹아든 낭푼밥상과 전통 음식 문화를 제주와 전국, 나아가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원대한 목표의 씨앗이 이 책에 심어져 있는 듯하다.저자는 책 머리에서 “21세기로 접어들며 제주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칭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제주 고유 음식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일반 도민, 평범한 국민이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이 약간의 단초가 된다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양용진은 1965년 제주에서 태어나 어머니 김지순의 뒤를 이어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제주 음식 문화를 공부하며 제주 음식의 원형을 선보이는 향토 음식점 '낭푼밥상'의 오너 셰프다. 동시에 '김지순요리제과직업전문학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을 세웠고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제주지부장'으로 맛의 방주에 제주음식을 등재하는데 노력했다.  

재주상회, 203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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