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제주도내 초1~2, 중3 등 순차적 등교수업 시행...교육현장 방역-생활지도 만전

아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오늘, 송진아(38)씨는 인파 속을 서성이며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미뤄지고 또 미뤄지던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 수업이 시작된 27일 오전, 제주시 한 초등학교 운동장과 교문에는 아이를 맡긴 후에도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 부모들로 붐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송씨는 "등교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집에서 '학교 가면 손 잘 씻어야 한다', '마스크 꼭 쓰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아침에 나오는 길에 아이가 먼저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의젓해졌구나' 싶으면서도 너무 안쓰러웠다"며 "부모 마음이 다 똑같겠지만 전 세계가 어수선한 이 시국에 아직 어린 아이를 집 밖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편치만은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생, 중학교 3학년생 등교수업이 시작된 도내 각 급 학교는 설렘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의 손을 붙잡고 등굣길에 올랐다. 특히 처음 반을 배정받고 새 친구, 새 선생님을 만나는 1학년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학년생들은 예년처럼 학부모와 선배들의 환영 속에 치러져야할 입학식도 갖지 못했다.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초등학교 1~2학년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된 제주시 남광초등학교에 등교한 학부모-학생들. ⓒ제주의소리

신발주머니며, 악기며, 준비물 등을 아이 손에 쥐어준 부모들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학교에서 주의해야 할 사안에 대해 거듭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이후에도 양 손 가득 짐을 지고 뒤뚱거리며 학교 문에 들어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발열체크와 손소독 등의 방역작업이 부지런히 이뤄졌다. 아이들도 당황하지 않고 교사들의 지도에 당차게 응하는 모습이었다.

1학년 자녀를 들여보낸 학부모 김병찬씨는 "아이가 학교에 가는데 부모님이 더 긴장하는 것 같다"며 "제일 걱정되는 것은 아무 탈 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맞벌이 부부다보니 기존에 돌봄교실을 보내고 있었어서 선생님들이 많은 고생을 해온 것을 알고 있다. 더 잘 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지은씨도 "제주는 아니라고 해도 육지는 산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 않나. 무증상 감염자도 있다고 하는데 제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며 "선생님들도 모든 아이들을 일일이 케어하긴 힘들긴 할거다. 서로사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1학년 한도윤 군은 "처음보는 친구들과 친해질 생각을 하니 떨린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EBS로 강의를 들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 과정까지 완료했다"며 "선생님 말씀 잘 들어서 코로나19가 친구들에게 전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1학년 4반 담임 이현지 교사는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모둠활동이나 짝활동을 못하는 점은 걱정이 된다. 특히 1학년은 함께하는 놀이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져왔는데, 그런 것들을 할 수 없게 돼 어떻게 해야할지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쉬는 시간이나 급식시간에도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들을 많이 구상하고 있다. 학교 적응을 위해 학부모와 소통을 꾸준히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7일 오전 등교개학이 시작된 제주시 이도동 남광초등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개학이 시작된 제주시 이도동 남광초등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개학이 시작된 제주시 이도동 남광초등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개학이 시작된 제주시 이도동 남광초등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개학이 시작된 제주시 이도동 남광초등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개학이 시작된 제주시 이도동 남광초등학교. ⓒ제주의소리

길목 건너편 제주제일중학교에서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부지런히 등굣길에 올랐다. 교사들은 교문 앞에서부터 학생 간 거리두기를 누차 강조하며 생활지도에 매진했다.

교내 중앙 입구에서는 손소독과 함께 열감지 카메라로 발열체크가 이뤄졌다. 무심한 듯한 청소년기 남학생들도 교사의 지도에 따라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방역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가볍게 반가움을 표한 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조회 시간을 기다렸다.

오동협 군은 "오랜만에 아이들과 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건 좋은데, 아무래도 좁은 교실에 있다보니까 코로나도 조심해야하고, 마스크도 하루 종일 벗으면 큰일 나니까 많이 불편할 것 같다. 온라인 수업을 들어왔지만 시험을 보는 것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혁 군도 "이제 학교에 나오는 것인지 신기하면서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놀 수 있는 것들은 기대되고 즐겁지만, 걱정이 많이 된다. 아이들이 PC방을 많이 다니는 것도 걱정되고, 학원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생활했는데 학교에서는 5~6시간씩 끼고 있으려면 많이 답답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3학년 4반 담임인 김누리 교사는 "아이들 처음 만나는 날이어서 설레는 마음이 크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된다. 아이들이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걱정이 되고, 남자 아이들이라 활동적인 것을 제재해야 하는 점, 마스크 착용 등의 지도에서도 걱정이 된다"며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불편함을 감수해서 잘 정리된 후에 자유롭게 생활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역에서는 이날 총 3만3208명이 등굣길에 올랐다. 유치원생 6324명, 초등학교 1~2학년 1만3764명, 중학교 3학년 6213명, 고등학교 2학년 6430명, 특수학교 477명 등이다.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등교수업이 실시된 제주시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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