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2월18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방불명인과 생존수형인 341명에 대한 2차 재심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조속한 재심 개시 결정을 촉구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2월18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방불명인과 생존수형인 341명에 대한 2차 재심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조속한 재심 개시 결정을 촉구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의 광풍 속에서 사라져 간 행방불명인(이하 행불인)에 대한 심문 절차가 72년 만에 이뤄진다. 유족들이 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한지 꼬박 1년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한 故 김병천씨 등 행불인 수형자 10명에 대한 심문기일을 6월8일 열기로 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생존수형인 18명에 대한 사상 첫 재심 개시 결정에 이어 사실상의 무죄를 의미는 공소기각 판결이 나자 2019년 6월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올해 2월18일에는 행불인 수형인 393명이 추가로 재심을 청구했다. 1차 재심 10명을 포함해 재판을 요구한 행불인 수형인은 모두 403명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생존수형인 신분이다.

행불인 수형자는 4.3사건이 불거진 1948년과 이듬해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아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후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2월18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방불명인과 생존수형인 341명에 대한 2차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2월18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방불명인과 생존수형인 341명에 대한 2차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체 행방불명 희생자 3000여명 중 1949년 7월까지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수형자는 2530명이다. 이중 상당수가 제주로 돌아오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다.

과거 개인이나 일부 단체를 통해 함께 재심 청구에 나서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400명이 넘는 인원 한꺼번에 국가공권력을 문제 삼아 재심청구에 나선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다.

청구인들은 재심청구서를 통해 ‘피고인들이 무장대와 내통한 것이 아니냐는 가정 아래 영장도 없이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불법적인 군법재판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 403명 중 14명에 대해서만 우선 심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행불인인 피고인들이 존재하지 않아 유족인 재심청구인의 진술을 순차적으로 듣기 위한 조치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 제7호에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를 재심 사유로 명시했다.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이 2019년 6월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불인수형자 대표 10명에 대한 재심청구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이 2019년 6월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불인수형자 대표 10명에 대한 재심청구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재판부는 수형인 명부와 재심청구인의 구술을 토대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재판부가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 70여년 전 불법적 재판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정식재판이 열린다.

행불인과 별도로 또 다른 생존수형인 8명도 2019년 10월22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현재까지도 재판 일정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재판이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올해 2월7일에는 2차 재심청구자 8명 중 故 송석진 할아버지가 향년 94세로 영면에 들었다.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1차 재심청구자 18명 중 故 현창용, 故 정기성 할아버지와 故 김경인, 故 김순화 할머니도 별세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청구인들이 살아 있을 때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서둘러 재판을 진행해 정의가 살이 있음을 보여달라”며 조속한 재판 절차 진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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