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제주의소리 공동기획] 제주도 해안사구 이야기(2)...해안사구가 위험하다

제주의 자연생태계 중에서 무관심과 보전의 사각지대에 오랫동안 놓여있었던 곳이 있다. 바로 해안사구이다. 해양생태계의 시작점이자 끝 지점이면서도 연안 습지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육지로도 인정받지 못한 곳. 그야말로 중간지대에 있는 곳이라 할만하다. 그렇다 보니 제주의 해안사구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 국립생태원의 2017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해안사구의 82.4%가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부터 도내 해안사구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해 오는 12월까지 매월 2차례씩 총 16회에 걸쳐 도내 해안사구의 가치와 관리실태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누구나 TV에서 한 번쯤은 사구(砂丘)를 보았을 것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고비사막에서, 칼라하리사막에서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을 본적이 있는가? 그것이 바로 내륙 사구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구라는 것을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구는 모래의 이동으로 만들어진 모래언덕으로, 해안뿐 아니라 내륙에도 많이 분포하고 있다. 사막이 없는 한반도에서는 내륙에 사구가 없지만, 해안에는 풍부하게 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와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모래 해변(사빈)에서 날린 모래가 육지 쪽으로 쌓인 모래언덕을 말한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듯한 해안사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안사구
▲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해안사구 지도. 출처 :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 연구’(2017)

해변의 모래를 저장하였다가 다시 이를 돌려주면서 모래 해변을 지속하게 만드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해안사구가 하고 있다. 즉, 해안사구가 없이는 모래 해변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천연 방파제로서 인간의 거주지역과 농경지를 보호해주고 있다. 사구의 방파제 기능을 높이기 위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사구 울타리와 사구식물 식재를 이용한 인공 사구 조성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확산되는 제주도도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를 필수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생태계이다. 육지도 바다도 아닌 중간지대라고 할 수 있다. 바닷물이 미치지 않는 곳이지만 해안사구 지역은 염분 농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여 육상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염생식물들이 해안사구를 지키고 있다. 통보리사초, 갯메꽃, 갯까치수영 등 사구식물과 모래거저리, 왕명주잠자리, 참뜰길앞잡이 등의 사구성 곤충은 해안사구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표범장지뱀은 서해안 해안사구에 주로 분포하며 흰물떼새는 해안사구의 모래땅에 둥지를 튼다. 

해안사구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원래 국내 최대의 해안사구는 김녕 사구였으나 개발로 축소되면서 신두리 사구가 전국 최대 사구로 인정받았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이처럼 생태적으로 독특한 해안사구는 한반도의 해안지대와 부속섬의 해안에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에도 사구가 있지만, 분단상황인지라 조사를 할 수 없으므로 환경부는 남한에 분포하는 일정 규모(면적 2,900㎡) 이상의 사구를 199개로 정리하였다. 환경부에서 사구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국적인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착수한 것은 2001년부터이다. 다른 연구에 비해 매우 늦게 시작한 것이다.  이미 전국의 수많은 해안사구가 사라진 뒤였다.

최근 국립생태원에서 진행한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 연구’(2017, 박진영 외)에 따르면 무인도서 지역을 제외한 국내 전체 해안사구의 면적은 약 50.4㎢로 해안사구 면적이 가장 넓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면적(79.4㎢)에서 약 36.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 제주도의 해안사구

환경부에서는 우리나라 해안사구를 199개로 목록화했고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14개 지점으로 목록화했다. 하지만 이는 일정규모 이상만 지정한 것일 뿐 현실은 이보다도 더 많다. 해수욕장이 위치한 곳들은 필연적으로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이 중 여러 해안사구가 개발로 인해 사라졌거나 명맥만 남아있다. 환경부가 현재 해안사구 목록에 포함한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이호, 곽지, 협재, 하모, 사계, 표선, 섭지코지, 신양, 하도, 평대, 월정, 함덕, 중문, 김녕이다. 

그런데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 연구’(2017, 박진영 외)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구 면적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은 제주도로서 과거 13.5㎢에서 현재는 2.38㎢로 약 82%에 해당하는 11.17㎢가 감소하였다고 보고되었다.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엄청난 면적의 해안사구가 사라진 것이다. 환경부에 목록화되어 있는 제주도 해안사구의 실태는 다음과 같다.

해안사구
▲ 이호 사구.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다.

제주 시내에 있는 이호 해안사구는 검은 모래와 하얀 모래로 구성된 모래 해변 뒤에 형성되어 있다. 당연히 해안사구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을 이름도 현사 마을과 백개마을로 나뉜다. 현사는 검은 모래라는 뜻이고 백개는 하얀 모래 포구란 뜻이다. 지금 그나마 남아 있는 이호 해안사구에는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다.

해수욕장 이용객들이 캠핑도 하고 산책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이호분마랜드가 이곳에 유원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안사구도 훼손과 함께 사유화 될 위기에 놓였다. 

곽지 해안사구의 경우, 인공구조물과 도로로 상당히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사구는 단절되어 있으며 섬처럼 남아있다. 다행히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협재 해안사구는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다.

해안사구
▲ 섭지코지 사구. 알오름처럼 아기자기하게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대형 숙박시설이 있어서 마치 뒷마당처럼 이용되고 있다. 사구의 사유화의 한 사례이다.

표선사구도 많이 훼손되었으나 서쪽에 사구가 일부 남아있고 상록활엽수림이 작게나마 분포해있다. 신양해안사구는 길이 3000미터로 긴 띠 형태를 보인다. 사구의 원형이 잘 남아있고 아름다워 제주올레길의 명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구의 훼손을 막을 제어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섭지코지 사구는 신양해수욕장 뒤편의 사구와 섭지코지 안에 형성된 사구이다. 이곳의 특징은 섭지코지의 중앙부에 2차 사구지대가 알오름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해안도로 개설과 함께 섭지코지 안에 대규모의 관광위락시설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사유화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계 해안사구는 매우 긴 해안사구로서 검은 모래로 구성이 되었다. 1차 사구 지대의 염생식물 초본지대와 2차 사구 지대의 숲이 울창하다. 환경부에서는 사계 사구를 도내 최대 해안사구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해안도로로 반으로 절단되어 있고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중문 해안사구는 높은 절벽이 병풍처럼 막혀 모래가 넘지 못하고 경사도가 큰 해안사구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폭이 좁은 해안사구가 형성되었다. 기울기가 높은 사구지역은 식생이 빈약하지만 나지막한 사구에는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되어 있어 해수욕장 이용객들과 호텔 이용객들의 산책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김녕 사구의 경우, 매우 광활한 사구였으나 농경지와 해안도로, 건물 등으로 상당히 훼손된 상태이다. 예전에 환경부는 김녕 사구를 전국 최대의 해안사구로 지목했었으나 현재는 소형 사구로 전락하였다. 해안사구 훼손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도 철새도래지 부근의 하도 사구는 해안도로 등의 개발로 인해 현재는 폭 50m, 길이 500m 정도의 사구만 남아있다. 규모는 작지만, 돈나무 등 바닷가에 자라는 나무 위주로 조그만 숲이 형성되어 있다. 배후 해안사구는 농경지를 일구면서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해안사구
▲ 평대사구. 마을의 집들이 해안사구에 의지해 지어져 있다. 해안사구를 마을의 뒷동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구를 오름이라 부른다고 한다.

평대사구는 해안사구 사이사이에 집들이 있는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집들이 해안사구를 바람막이로 하여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안사구를 이용하여 마을을 형성한 것이다. 어떤 곳은 해안사구 위에 잔디를 깔고 체육시설도 해 놓았다. 뒷산 놀이터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안 해안사구들은 훼손이 덜된 거로 보인다. 평대주민들은 해안사구를 오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해안사구와 마을이 공존하고 있다. 

월정사구는 카페거리로 유명한 해안에 있다. 그러다 보니 해안도로와 숙박 단지 건설 등으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이다. 해안도로로 인해 모래가 도로 턱을 넘지 못하고 도로 위에 쌓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사구가 침식되면서 모래 아래 묻혀있던 빌레 용암도 드러나 버렸다. 앞으로도 계속 모래유실이 일어날 것이다. 부동산 광풍과 그로 인한 개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하모 사구는 하모해수욕장 뒤에 형성된 사구이다. 하지만 부근에 방파제가 설치되면서 해수욕장의 모래유실이 심하게 일어나 해수욕장의 기능이 상실 지경에 이르렀다. 해안사구 또한 도로로 단절되어 있어 사빈으로의 모래 보충이 어렵다 보니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해안사구
▲ 월정사구. 해안도로와 상업시설로 인해 사구 파괴가 심각하다. 또 사구 파괴로 인해 해변의 모래유실이 심화되고 있다. 해안도로 건너에 있는 사구에도 월정지역의 부동산값 폭등으로 대규모 숙박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 환경부가 빠뜨린 제주의 해안사구

환경부가 일정 면적 이상(2,900 ㎡ 이상)의 사구만 목록화했다지만 제주도의 경우에는 중요한 사구들도 여러 개 빠뜨렸다. 더군다나 2,900 ㎡ 이상인 사구가 여러 개 있음에도 이들 사구는 포함하지 않았다. 황우치 해변, 설쿰바당, 모슬포 사구, 한동 단지모살(사구) 등이 그렇다. 

황우치 해변과 설쿰바당 사구, 모슬포 사구는 송악산에 의해 영향받은 해안지역이다. 불과 수천 년 전에 송악산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공중으로 날리고 바닷물에 의해 이동하면서 오름 양쪽에 광범위한 ‘하모리층’을 만들었다. 즉, 황우치해변과 설쿰바당, 모슬포 사구는 하모리층이 형성된 곳이다. 하모리층은 단단함이 약해서 쉽게 부서지며 이 때문에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기기묘묘한 절경이 되었다. 

이 하모리층 위에 사구가 덮여있다. 하모리층에는 선사시대 사람 발자국이 발견되는 등 고고학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질적 가치와 경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해안사구
▲ 황우치 해변의 현재 모습. 사빈(모래 해변) 의 모래가 사라지고 기존의 해안사구에는 외부에서 가져온 바위들과 모래가 쌓여 있어 옛 모습을 상실했다.

하지만 황우치 해변의 경우, 화순항 개발사업으로 인해 모래가 유실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빈사업(해수욕장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투입해 자연상태와 유사한 해변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모래가 대부분 쓸려나간 상태이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과 지금의 황우치 해변은 상당히 변해있다. 더욱이 양빈사업과 산방산 우회도로 개설공사가 진행되면서 해안사구의 원형은 사라져버렸다. 황우치 해변의 모래유실을 막기 위해 약 17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화순항 개발과정에서 방파제가 건설되었고 이것이 기존의 해류 흐름을 대폭 뒤바꿔 놓으면서 모래유실이 심각해진 것이다.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주변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 어떤 상황을 초래하는지 황우치 해변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구좌읍 한동리에 있는 단지모살 사구는 도내 사구 중에서도 특이한 사구이다. 제주용암 해수단지 앞에 있는 사구인데 바닷가와 거의 1km가량 떨어져 있다. 단지모살 사구 앞으로는 농경지와 도로, 주택가로서 사구의 원형이 남아있지 않아서 내륙에 섬처럼 된 사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해안사구
▲ 학생들이 단지모살 사구에서 야외교련수업을 하는 광경. (출처 : 1942년, 제주도 구좌면 중앙학교 제20회 졸업기념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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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단지모살 모습. 이곳이 사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옛 문헌을 분석해보면 이 사구는 행원 모래 해변에서부터 이어져 있던게 아닌가 싶다. 이로 미루어보아 행원, 월정 등의 해변에서 바람에 날린 모래가 쌓여 내륙방향으로 긴 해안사구를 형성했고 현재의 단지모살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 이후 농지, 도로, 주택 건설로 인해 앞에 있는 사구가 사라지고 현재의 단지모살만 남은 것이란 추론이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실제로 이곳을 최근에 조사해본 결과, 염생식물인 사철쑥, 애기달맞이꽃, 갯메꽃 등의 초본과 바닷가에서 주로 자라는 까마귀쪽나무, 보리밥나무, 사철나무, 돈나무 등 목본이 자라고 있었다.

단지모살 사구는 마을주민들이 협동의 방법으로 숲을 조성하였던 역사가 담긴 곳으로서 제주도 공동자원 창출의 사례가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처럼 단지모살 사구는 자연적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곳으로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상으로 제주도의 해안사구를 개괄적으로 돌아보았다. 3회부터는 사구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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