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제주문화예술재단] ① 산적한 현안 뒷전, 인사 조치 논란 등 5개월 공백 후유증 심각

전임자의 사퇴 이후 공백이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자리가 5개월 만에 채워졌다. 신임 이승택 이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지만, 조직에 대한 각종 문제들이 해결 없이 쌓이기만 해온 상황에서 새 이사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제주의소리]는 지난 5개월 간 이사장 공백 상태로 표류해온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나아가 대안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공백 5개월 만에 새로 임명됐다. 해묵은 현안들은 쌓여있고, 코로나19로 예술인들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등 위기 상황에서 문화예술재단이 제자리를 찾아갈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지난 5개월 동안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무정부상태였습니다.”

“세상은 바뀌는데 문화예술재단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머물러 있고… 많이 답답합니다.”

고경대 전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난 1월 10일부터, 한 차례 재공모를 거쳐 이승택 신임 이사장에 대한 임명장이 수여된 5월 28일까지 140일. 조직 안팎에서 이런 목소리가 흔하게 회자될 만큼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찍었다.

조직 안으로는 합리적이지 못한 인사 조치 논란 등의 불씨를 그저 덮기에만 급급한채 다음 수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답답한 사태가 지속됐다. 결국 문화예술 현장을 지원하는 제 역할을 수행할 동력이 상실됐다. 산적한 현안은 당연히 제자리 걸음이다. 

밖으로는 미증유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속에 문화 예술인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체 재단이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 조직이 코로나19 상황에 맞서 실현 방안을 검토해도 모자랄 시기에, 재단은 5개월 동안 리더십 공백 상태로 운영돼 왔다. ‘측근 인사’ 논란을 자초한 제주도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문화예술재단의 인사 문제는 이사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원 간 성희롱 사건으로 촉발된 조직 혁신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채, 오히려 전임 이사장 퇴임 하루 전, 벼락치기처럼 발표된 유례 없는 인사 조치로 인해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재단은 1월 9일자로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 갤러리, 예술곶 산양, 김만덕 객주를 ‘공간사업기획단 TFT’로 묶는 조직 개편과 함께, 보직 해임 상태였던 본부장과 팀장 직원을 각각 공간사업기획단 TFT 단장과 팀장으로 발령한다. 두 사람은 사실상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미흡한 후속 조치에 따른 문책성 조치로 3개월 전 보직이 해임됐다. 

재단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어떤 이유나 설명도 듣지 못한 인사”, “원칙과 기준 없는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상식적인 인사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인사 발령은 시행 1개월 전에 직원들에게 방향과 기준을 알리겠다’고 굳게 약속한 고경대 전 이사장의 공언은 허언으로 돌아갔다. TFT 역시 특히 체계적인 공간통합운영 시스템 구축에 역행하는 억지춘향식 개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해당 직원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특히 단장과 팀장이 임명 이후 TFT 직원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이번 인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상세한 공간 운영 계획 없는 고압적인 자세, 계약직 직원에 대한 어떤 검토도 뒷받침 되지 않은 ‘계약 연장’ 발언 등을 꼬집는 목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인사, 정책에 있어 구멍이 이곳저곳에 뚫렸지만 이사장 역할을 대신 할 권한대행과 이사진들의 역할도 사실상 방관자에 그쳤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결국 지난 5개월 동안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무정부' 상태였다는 내부 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 문화예술재단은 이르면 2월부터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재단과 제주도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고, 4월 27일에야 지원 대책을 공식 발표한다. 그 마저도 추경에 얽매였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재단의 핵심 현안으로 꼽히는 제주 아트플랫폼 사업은 지난해 11월 검토위원회 구성 이후 8개월 넘게 실효성 있는 활동도, 명확한 결과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내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승택) 신임 이사장 임명 한참 전부터 '이승택'이란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간 행보를 보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임명된 이상 풀리지 않은 현안과 허물어진 조직 분위기를 추진력있게 수습하고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선장 없이’ 표류해온 지난 5개월, 그 이전부터 찾아온 리더십 실종, 조직기강 해이 등 숱한 논란의 연속인 문화예술재단은 내부 기강 해이는 물론 일선 직원들의 무기력감도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창작지원, 예술인 복지, 생활문화·청년문화 지원 등 제주문화예술 플랫폼 역할을 맡는 재단의 정상화가 더 늦춰져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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