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한영진 제주도의회 의원(예결위 부위원장)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영진 의원(비례대표)은 “2차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은 소득에 구분 없이 전 도민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1일 열린 제3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을 의결하면서 “2차 지원금은 1차 지급액의 잔액과 2차 지급액(468억)을 포함해 모든 도민에게 지급할 것을 강구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부대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없어 허명의 문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도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건 도민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도정을 압박했다.

제주도가 2차 추경 편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지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직격했다.

제주도 예산부서는 올해 초 민간보조 등 700여개 사업을 대상으로 세출예산 효율화를 통해 470억원을 확보했고, 2차 추경을 위해 최소 2300억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강도 높은 지출 구고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2차 추경을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생하기 위한 것인데, 민간에 직접 지원되는 보조금을 일괄 삭감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격”이라며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도지사 공약사업 예산부터 구조조정애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진 제주도의회 예결위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한영진 제주도의회 예결위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Q. 예결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1차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제주형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쟁점이 됐다. 결국 부대의견을 달고 통과됐는데, 부대의견이 뭔가.

1차 지원 때는 중위소득 100% 이하에 대해서만 지급을 했다. 그러다보니 받은 사람, 안 받은 사람 간에 위화감이 많았다. 그리고 선정기준이 2018년 건강보험 기준이다 보니 2019년, 2020년도에 변화한 환경에서 누락 된 부분이 많다. 또 5600건에 달하는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2차 지급 때는 전 도민에게 확대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부대의견을 달고 통과시켰다.

Q. 부대의견이라는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 아니지 않나. 허명의 문서가 되는 건 아닌가.

법적, 의무적 성격을 갖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정이 의회를 경시하거나 의견을 무시한다면 이는 도민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도의회는 도정이 도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의회 본연의 도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이라고 본다.

Q. 추경예산안 심사 때 또 다른 쟁점이 제주도의 지출 구조조정이다. 불요불급한 사업 예산을 아껴서 급한 곳에 쓰겠다는 것인데, 뭐가 잘못인가.

한영진 예결위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한영진 예결위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행정 내부경비를 줄여서 급한 곳에 쓰겠다면 환영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집행되지 않은 예산이 많다. 그런데 이번 제주도의 지출구조조정은 행정 내부 경비 감액이 아니었다. 민간에 직접 지원되는 민간경상 보조나 민간자본 보조금이 10% 일괄 삭감됐다. 사업이 여러 유형이고 대상이 다양하지만, 일괄 10% 삭감이 문제다. 2차 추경을 준비하면 또다시 삭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민간보조금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민간단체,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들어가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돈이다. 아무런 기준 없이 일괄 삭감한다는 것은 제주도가 예산 집행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보조금심의위원회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삭감할 수 있다는 것은 의회보다 보조금심의위원회가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구조적으로도 옳지 않다. 예결위에서도 지적했고,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한 만큼 감사위원회가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Q. 문제는 재원 아닌가. 그렇다면 2차 추경 재원마련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본예산에 편성된 예산 중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 기본이다. 그리고 원 도정이 지출 구조조정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원희룡 지사의 공약사업부터 재검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취임한 지 2년이 되고 있는데, 공약 이행 상황 등을 면멸히 고려해 폐기할 건 폐기하고, 축소할 건 축소해야 하는 등의 공약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도지사의 공약사업 예산부터 절감하면서 나머지 예산들까지 절감하자 한다면 도민들이나 의회가 도정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Q. 지출 구조조정의 내용도 문제지만, 형식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의회가 의결한 예산을 집행부가 마음대로 삭감할 수 있나.

도민들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집행부는 예산편성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의회는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의결한다. 엄연히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가 보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은 도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원희룡 도정이 보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의회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의회 의결을 무시한 보조금 삭감에 대해서는 향후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강력 대처할 방침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한영진 제주도의회 예결위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한영진 제주도의회 예결위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Q. 예산안을 편성한 지 한달만에 재정진단을 하고, 이를 토대로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인데, 애시당초 제주도의 예산편성이 잘못됐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공방도 하면서 많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러한 의견들이 반영돼 예산안이 최종 확정된 것인데, 예산안이 확정된 지 한달 만에 재정진단을 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지출 구조조정도 코로나19 이전에 시작된 것이라 이후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도정 스스로 자신들의 재정운용의 미숙함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Q. 사실 제주도의 재정위기는 이미 예견됐던 것 아닌가.

맞다. 그동안 제주도는 이주열풍에,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사람들 서너명만 모이면 ‘기-승-전-부동산’ 얘기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보니 세수입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원 도정은 늘어난 세수를 밑천 삼아 ‘돈잔치’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회는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향후 부동산 거품이 빠질 것에 대비한 재정정책을 주문했지만, 제주도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세수입이 확대될 때 부족할 때를 대비한 재정계획을 수립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미래 대책 마련보다는 돈을 펑펑 썼다. 이렇다보니 지금은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지금의 재정진단과 지출 구조조정은 의회의 지적을 무시했다가 일이 벌어진 뒤 수습하기 바쁜 일종의 뒷북행정이다. 제주도가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Q. 예결위 부위원장으로서 제주도 재정당국에 하고픈 말이 많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의 재정정책과 관련해 당부할 말이 있다면 해달라.

저비용 고효율 행정을 위해 4개 시․군을 없애면서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것 아닌가. 그런데 행정조직이 슬립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비대해졌다. 인건비 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지출 구조조정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민간에 지원되는 보조금부터 삭감할 게 아니라 공무원 인건비와 행정내부경비를 줄이기 위해 공직부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도지사 공약사업도 구조조정하는 등 행정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만한 태도는 너무 아쉽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