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5) 김한상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대표...제주 ‘최초’ KF80, KF94 등급 마스크 자체 생산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제주에서 최초로 생산을 시작한 마스크를 들어 보이는 김한상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에서도 KF80, KF94 등급 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제주 향토강소기업인 농업회사법인 제우스(대표 김한상, 45)다. 첫 생산된 마스크를 들어 보이는 김한상 대표. ⓒ제주의소리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3월, 육지서 제주로 와야할 공적마스크가 배송사고가 나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십시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다른 질병 발생시 혹시라도 배나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 제주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반드시 제주 자체의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주형 방역체계 구축의 선두 기업을 자처한 제주향토강소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농민의 마음을 대변하고 농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으로 2009년 설립해 첫 걸음을 뗐고, 조용하지만 탄탄한 성장과정을 거쳐 현재 35명 정규사원들이 땀 흘리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제우스(대표 김한상, 45)다. 

농업과 ICT를 융합해 스마트팜 등 첨단농법을 선도하고, 농산물 품질과 생산효율을 높이는데 기여 중인 제우스가 최근 제주형 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교두보이자 상징성을 갖는 마스크 생산에도 돌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제우스는 제주에서도 마스크를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KF80, KF94 등급 마스크에 대해 각각 5월28일, 6월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으로부터 인증받아 6월 부터 본격 생산에 나섰다. 69만 전 도민이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를 대표하고, 제주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김한상(45) 대표. 가장 차별적이고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은 농업이자 1차 산업이다. 김 대표는 농업과 1차 산업이야 말로 제주의 미래이자 식량 무기화 시대의 필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를 대표하고, 제주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김한상(45) 대표. 가장 차별적이고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은 농업이자 1차 산업이다. 김 대표는 농업과 1차 산업이야 말로 제주의 미래이자 식량 무기화 시대의 필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토박이인 김 대표는 대학에선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으로 농업회사에 취업한 계기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제주의소리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제우스 전경. 제공=제우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제우스 사옥 전경.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초입에 위치해 있다.  

창업 11년째의 청년CEO인 김한상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대표는 지난해 11월, 황사와 미세먼지 등 매년 3~4월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을 막기 위해 감귤 향을 입힌 황사마스크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불쑥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감귤 황사마스크 연구를 중단하고, 코로나 방역 마스크 생산으로 발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상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큰 제주도민들을 보면서 마스크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제주 자체의 마스크 공급능력을 하루빨리 갖춰야겠다는 노력 끝에 드디어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제주산 첫 마스크 출시까지 성공했다. 

향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각종 재난과 질병사고 등 미증유의 사태에 따른 도민 불안을 해소키 위해 도민 전체가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게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했다. 하루 생산 가능한 물량은 총 20만 장이다.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안 마스크 생산 설비. ⓒ제주의소리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안 마스크 생산 설비. ⓒ제주의소리
김한상(45)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대표가 제주형 방역체계 마련을 돕기 위해 생산에 들어간 마스크 생산 라인에서 설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한상(45)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대표가 제주형 방역체계 마련을 돕기 위해 생산에 들어간 마스크 생산 라인에서 설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농업 발전을 위해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겠습니다. 제주를 대표하고, 제주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제주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표입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 토박이로 건강한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한상 대표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제주는 지난 3월 10일 마스크 대란이 한창일 때 공적 마스크 배송사고로 물량이 크게 줄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김포공항에서 오기로 한 물량이 제때 실리지 못하면서 당일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 때문에 약사회는 도내 약국 294곳 중 148곳에 대해서 250개가 아닌 100개만 판매하는 등 구매 경쟁이 치열해져 도민들은 마스크가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제주가 환경·지리적 요인으로 구호물자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 준비하고 있던 마스크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며 “마스크에 감귤 향을 입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전면 중단하고 급히 생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공적마스크 공급과 함께 여름용 비말 차단용 마스크 개발을 끝내고 하루빨리 생산해 도민을 위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우스의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검사와 인증 절차만 남겨뒀다.

또 6월에 생산하는 마스크를 제주의 취약계층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량 기부할 생각이라고 했다. 

농업회사법인 제우스가 생산에 나선 KF80, KF94 마스크. 빠른 시일 안에 비말 차단용 마스크도 생산할 계획이라 밝혔다. 제공=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농업회사법인 제우스가 생산에 나선 KF80, KF94 마스크. 빠른 시일 안에 비말 차단용 마스크도 생산할 계획이라 밝혔다. 제공=농업회사법인 제우스.

김 대표는 감귤 건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아까워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제주 대표상품인 감귤 향을 입힌 마스크를 출시하면 어떨까 생각했단다. 미세먼지 등 마스크 생활화에 대비하면서도 제주를 알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마스크를 통해서도 제주를 생각하는 김 대표는 감귤 등 농업과는 조금 거리가 먼 건축공학과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산업이 제주의 미래라는 일념으로 건강한 농가, 기업을 만들고자 청년 시절 무작정 2009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11년 전 길을 가던 중 서귀포시 남원의 한 농가가 우연히 건축 자재인 타이벡을 밭에 깔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생겼단다. 농가 주인과 감귤연구소에 물어보니 타이벡 자재는 방수와 통기성을 지니고 있어 일본서 감귤 당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당시 FTA가 체결되는 상황에서 타이벡을 활용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한다면 농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다 생각하고 호기롭게 시작했다. 하지만 20~30년 이상 농사를 지어온 농민에게 농법을 바꾸라는 권하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농민에게 농법을 바꾼다는 것은 습관을 바꾸라는 것과 같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해마다 500여개 농가를 방문하면서 무리하게 타이벡을 권유하지 않고 환경에 따라 컨설팅해 진심을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농가의 어려움을 듣고 발전 방안을 꾸준히 찾아 나갔다.

김 대표는 “수많은 농가를 만나보니 노력에 따라 감귤 가격을 잘 받았으면 하고, 비상품 감귤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고 싶어했다”며 “고품질 감귤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농민 어려움 해결의 첫 번째이자 승부처라 생각해 타이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제우스의 건조 과일 칩. 귤, 사과, 배, 파인애플 등 특허 건조기술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공=제우스.
농업회사법인 제우스의 건조 과일 칩. 귤, 사과, 배, 파인애플 등 특허 건조기술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공=제우스.

또 비상품 감귤 활용방안을 생각하다 감귤 건조 칩을 생각했다. 기존에 있던 칩은 맛이 없어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탓에 제주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없다고 판단해 건조기술 연구를 시작했단다. 

제주대, 제주테크노파크와 협업한 끝에 단시간 저온에서 수분만 날리고 당분과 영양소를 남기는 기술을 개발, 2017년 특허를 등록해 홍콩 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원물 간식이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라 예상하고 생산 설비를 늘리는 등 노력했다.

김 대표와 35명의 직원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구슬땀을 흘린 노력 끝에 2017 고용우수기업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장관상은 지역특화사업육성사업을 통해 3년 이상 공적을 쌓아 인정받은 것이다.

김 대표는 “장관상은 전국 회사와 경쟁해 기술을 인정받은 것이라 뿌듯하다. 고용우수기업 선정은 지역 발전을 위해 꾸준히 직원을 고용해 왔음을 인정받은 것이라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회사 직원을 위해 사옥을 신축해 구내식당을 마련하고 사내 벤처 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등 직원복지에 상당 부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는 직원 가족을 모두 회사로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가족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자신 있게 보여주고 제우스라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서다.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이런 생각은 당연하단다.

ⓒ제주의소리
제주향토강소기업, 고용우수기업, 성장 유망 중소기업 등 다양한 성과를 올린 김 대표의 회사는 제주의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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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2028년 제주 향토기업 최초의 상장회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직원을 끔찍이 아끼는 김 대표는 직원이 생각해낸 아이템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내 벤처를 통해 ㈜오더밀리를 탄생시켜 ‘감탄상자’ 서비스 출시를 도왔다. 앞으로의 시대는 6차산업이 필수라는 그는 6차산업을 통해 제주를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감탄상자는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방문지의 특산품을 식탁까지 전달해주는 구독 서비스다. 평소에도 느끼고 싶은 제주를 매달 선물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여러 단계에 걸쳐 있는 유통시스템을 개선해 합리적 소비환경을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고민이 녹아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안전한 울타리가 돼 사내 벤처가 하나의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타트업의 힘든 점을 회사가 지원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게 돕고, 나중에 스타트업이 다시 회사를 돕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경험, 안전성과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템이 만나 제주 전체 발전을 이룬다면 많은 대학생과 기업가들이 연결돼 자주적인 제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이제까지 발자취를 돌아보니 나도 모르는 새 농업의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해오고 있었다. 타이벡을 보고 뛰어든 일이 지금은 제주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로 성장했다”며 “자만하지 않고 농민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꾸준히 성장해 2028년 제주 향토기업 최초의 상장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차산업이 결국 제주의 미래라는 김한상 대표는 농민이 없으면 소비자도 없고 소비자가 없으면 농민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농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지금 제주가 자립할 수 있도록 제주형 방역모델 구축에 힘을 보태고 싶단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안전한 제주를 만드는 향토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농민이 살기 좋고 도내 청년인재들이 계속해서 제주에 머무를 수 있도록 회사를 제주 대표 기업으로 만들어 제주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도 했다. 제우스(jeju+us)라는 기업명처럼 함께하는 제주를 만들어 갈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제우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첨단로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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