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제주문화예술재단] ③ 패거리·줄서기 폐단 깨야...원칙 위해 '총대 메는' 리더 필요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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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의 사퇴 이후 공백이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자리가 5개월 만에 채워졌다. 신임 이승택 이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지만, 조직에 대한 각종 문제들이 해결 없이 쌓이기만 해온 상황에서 새 이사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제주의소리]는 지난 5개월 간 이사장 공백 상태로 표류해온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나아가 대안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공무원 아닌데 공무원 흉내 내는 회사, 공무원 아닌데 공무원 눈치만 보는 회사

· 폐쇄적인 구조라 상사와 소통 불능이지만 책임도 덜함

· 생긴 지 오래됐지만 생각보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오래된 기관이지만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구인·구직 겸 기업 정보를 소개하는 모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제주문화예술재단(문예재단)에 대한 의견이다. 재단에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사람들이 작성했다. 물론 주관적인 평가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리고 익명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문예재단 관련 리뷰 가운데 다수가 부정적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2001년 4월 출범한 문예재단은 20년 역사가 무색할 만큼 불안정하다. 지난 5개월간의 이사장 공백을 통해 이 불안정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문예재단의 이같은 문제에 대해 직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는 현재 재단에 근무하는 직원 여럿으로부터 문예재단의 문제점, 향후 과제, 신임 이사장이 보여줘야 할 리더십의 방향 등을 물었다.

재단 직원 A씨는 “재단 설립 초기부터 입사해 십 수 년에서 최대 20년 가까이 몸 담은 직원들 상당수가 서로 패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당연히 서로 심각한 갈등 관계 속에 있다. 이런 ‘고인물’ 간의 갈등 구조 속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고참 직원들이 그 동안 관행처럼 해오던 자기 생각만을 강요하는 일이 너무 많다. 서로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반목과 갈등만 재생산하고 있다”며 “부하 직원들은 새 이사장이 부임할 때마다 마주하는 고인물들의 기관장 줄서기, 세력 싸움, 이간질과 헐뜯기를 그냥 적당하게 맞춰주며 감내하는 부끄러움 속에 산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A씨는 “새 이시장이 의사 결정이나 인사권 행사 등 고유의 권한을 행사할 때 일부 의견과 요구에 기대지 말고 직접 결정하고 소신 있게 해야 한다. 관행에 억매이지 말고 조직 전반에 대해 강한 개혁과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 B씨는 “1990년대를 지나온 직원들과 1990년대 태어난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한 회사가 바로 문예재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B씨는 "말단부터 중간급 직원들이 윗선 눈치를 보는 재단 대신, 정 반대로 아래 여론이 위로 올라가는 ‘Bottom-up’이 실현돼야 한다. 운영진은 문예재단이 왜 이직률이 높은 기관이 됐는지 그 이유를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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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인 리더십과 동시에 대다수의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직 안에서 나온다. ⓒ제주의소리

이사장 공석 5개월이란 긴 방황에 하루 속히 종지부를 찍고 체계적인 조직 운영, 사업 순항을 정착시키는데 집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직원 C씨는 “올해 상반기는 이런 저런 사건이 얽히면서 재단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나 다름없다. 당연히 많은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무력감 속에 시간을 보내왔다”며 “인사, 조직 등 재단 운영에 있어 빠른 정상화가 필요하다. (신임 이사장이) 명확하게 시스템에 근거한 리더십을 보여야 직원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젊은 이사장의 리더십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원 D씨는 “제주도 문화정책과의 도를 넘는 재단 운영 간섭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이사장 공백 시기의 간섭은 더욱 심했다. 조직 내부의 주체적 운영 의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언론 보도에서도 재단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 실정에 재단 일원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D씨는 “신임 이사장은 몇몇 소수가 아닌 다수의 직원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소통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통은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권위적인 리더십은 더 이상 공감받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일침을 날렸다.

직원 E씨는 리더가 경영성과를 내기 위한 혁신보다는 눈치보기에 급급한 행태를 꼬집었다. E씨는 “도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태생적 구조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제도와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소신보다 눈치보기가 앞서면 두려워 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씨는 다시 “어떤 사안에 대해 재단과 제주도 간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럴때 정책적으로 옳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면 재단과 직원 편에 서서 흔한 말로 ‘총대’를 매야하는 존재가 바로 이사장이다. 그런 주도적이고 확실한 리더십에 직원들이 목말라 있다. 조례 역시 초창기와 달라진 현실에 맞게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문턱 없는 재단, 제주문화예술 플랫폼’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인사말 게시판의 최상단에 적혀있는 문장이다. 화려한 수사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안티들의 볼멘소리로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무정부상태라는 치욕적인 꼬리표를 떼고 눈치와 침묵, 반목으로 얼룩진 분위기를 타파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역사와 전통 계승과 지역문화예술 진흥’이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미래적인 문예재단을 이제는 도민들에게 보여줄 시기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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