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도의 자연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지구는 사용 가능한 자원과 쓸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된 고립된 섬이다. 지구의 기후위기,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은 임계점에 다다라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경고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있었다. 1972년 3월에 발표된 로마클럽보고서는 인구증가, 환경오염, 자원남용이 지속 되면 100년 이내에 성장의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성장주의와 인간의 무한한 탐욕에 경종을 울렸다. 

바로 그해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첫 번째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세계환경의 날 지정, 인간환경선언 발표, 유엔 산하 환경 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 설치 등이 이루어졌다. 이후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대국들이 개발과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도, 국가도, 지방정부도, 기업도 ‘환경이 중요하다’고는 하면서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지구와 제주도의 환경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일부 학자들은 신종 감염병의 원인을 기후 온난화와 환경파괴에서 찾는다. 기후 온난화로 수천 수만년 동안 동토에 묻혀있던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환경파괴로 서식처가 줄어든 동물들이 인간들과 접촉이 빈번해지게 되면서 그들을 숙주로 살아가던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옮겨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코로나19보다 훨씬 독한 감염병이 많이 창궐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명적인 신종바이러스나 슈퍼박테리아는 핵이나 전쟁보다 무섭다. 핵폭탄이 터지거나 핵사고가 나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입지만, 신종 감염병은 국경을 초월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고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4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2차세계대전 때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과 2011년 동북대지진 희생자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이다. 그리고 미국의 코로나19 희생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희생된 미군들의 수를 넘어서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지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교통량이 감소되고, 공장가동률을 줄이면서 미세먼지가 많이 사라졌으며, 생산과 소비가 위축으로 폐기물 배출이 많이 줄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감기 환자도 많이 줄었다는 보도도 있다. 기후와 환경위기가 인간의 탓임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동안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사회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되묻고 있다.

인간은 깨끗한 물을 먹어야 하고,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하며, 건강한 토양에서 생산된 것을 먹어야 한다. 그 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보다 환경위기에 취약하다. 오늘날 지구적 차원에서 청정자연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부자들이 코로나19를 피해 자연환경이 좋은 청정한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우리는 늘 제주 자연이 청정하다고 자랑하지만, 과연 제주의 자연이 청정한가, 제주의 흙, 물, 공기는 살아있는가, 제주 자연의 탁월성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가를 물으면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산야와 바다가 오염되고 파괴되고, 지하수가 오염되고 고갈되며, 미세먼지가 다른 곳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 굳이 제주도를 찾는 이도 없을뿐더러 제주도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큰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다.

성산일출봉.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우리를 지켜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소중한 자산이자 복지시설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는 개발할 수 있는 공간에 한계가 있고, 뽑아 쓸 수 있는 지하수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고, 도민과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용량에 한계가 있다. 환경을 얘기하면 ‘환경이 밥 먹여 주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 잘 보전된 환경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잘 보전된 자연환경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강력한 무기이자, 우리를 먹여 살려주는 소중한 자산이자, 삶의 질을 높여주는 복지시설이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 거의 70만명에 이르고, 제주도가 모델로 삼던 하와이보다 훨씬 많은 1500만명 내외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양적 성장을 하는 동안 폐기물과 오수와 하수가 넘쳐나고, 교통체증이 심화되고, 지가상승과 주거비폭등이 이어지고, 지하수 고갈이 우려되는 등 도민들의 삶의 질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제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개발은 멈춰야 한다. 10년 전 계획된 사업이라 해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에, 그 사업이 과연 제주도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제주도에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자연적 문화적 측면에서 제주다움이 남아 있는 경쟁력 있는 지역이다. 그 지역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자연, 문화, 생활 유산의 발전과정을 연구하고, 그것들을 현지에 보존하고 활용함으로서 해당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지주민이 당당한 주체가 되고, 그들의 삶과 문화 자체가 체험과 교육의 장이 됨으로서, 생태와 산업을 동시에 살려야 한다. 그리고 개발보다는 보전에 방점을 두면서, 일촌일품(一村一品) 특산품을 개발하여 경제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요구되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토목과 건설이지만, 그것은 제주의 생명줄인 자연환경을 파괴되고 생태계를 훼손시킨다. 따라서 제주도에서 더 이상 대규모 토건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해서는 안 된다. 경제와 생태를 동시에 살리고,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녹색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제주도정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그린뉴딜’ 정책을 과감하게 선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해양쓰레기 가운데 외국에서 밀려온 것들도 많지만, 제주도의 하천이나 산야에 몰래 버려진 가구, 스티로폼, 폐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비가 많이 와서 냇물이 넘칠 때 떠밀려간 것도 상당하다. 우리 농업 대부분이 비닐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폐비닐을 잘 수거하여 활용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제주의 산야, 하천, 바다를 청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산업폐기물,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스피텔나우처럼 쓰레기 소각장이 혐오시설이 아니라 도심지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도정에서는 폐기물 정책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

제주도의 난제는 지하수 고갈과 오염을 방지하는 것이다. 화학비료, 농약, 양돈폐수 등이 숨골과 동굴로 숨어들면서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지하수가 오염되는 순간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기에 지하수질 관리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하수위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물 부족 사태가 올 것이다.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는 농업용수과 골프장에서 빗물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제도장치를 마련하고, 경제적 지원도 해야 한다. 일반 가정이나 기관, 사업체 등에서도 빗물을 생활용수로 쓸 수 있도록 중수도를 보급하는 것도 환경과 경제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사실, 경제와 생태를 뜻하는 에코노미(economy)와 에콜로지(ecology)는 둘 다 ‘에코(eco)’라는 어원에서 나왔다. 경제는 작은 살림살이를, 생태는 큰 살림살이를 뜻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생태를 망가뜨리거나 생태를 살리기 위해서 경제를 죽여선 안 된다. 경제와 생태는 우리에게 둘 다 필요하다. 경제와 생태를 동시에 살리려면 생태계의 원리를 우리의 삶과 제도 속에 적용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체와 개인 간에 역동적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폐기물을 자원으로 순환시키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생태사회를 만들고 거기서 생태적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아름다운 경관은 제주도의 중요한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한라산, 오름, 중산간, 곶자왈, 해안 등지에서 제주 경관을 파괴하거나 사유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오름들 사이의 고압선 철탑이나 전봇대를 지중화한다면, 아름다운 경관도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가치는 생명 종 다양성, 청정한 지하수,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생태문화에 있다. 그러나 개발의 시대를 거치면서 그것들이 많이 훼손되었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는 ‘청정 제주’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제주’ ‘환경수도’ 등을 구호로 내세우면서도 항상 자연과 환경은 우선순위에서 경제와 개발에 밀렸다.

지금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환경보전이 절박하다. 도정을 책임진 공무원이나 도의원들, 그리고 도민들이 그 절박함을 인식해야 한다. 유능한 지도자는 생태와 경제를 모두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 윤용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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