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감량기 인사사고 잇따라...사고 후에도 기계 추가설치

제주도내 각 급 학교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1년 사이에 네 차례나 절단·골절 등의 인사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문제의 기계는 최초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하나둘 늘어나더니 현재까지 46개 학교에 설치돼 교육당국의 '안전불감증'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주요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조속한 구성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0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과 지난해 5월, 12월, 올해 5월에 제주도내 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로 인해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0월에 부상을 입은 노동자는 검지가 베였고, 이듬해 5월 부상을 입은 노동자는 각각 중지가 절단됐다. 손가락 봉합도 불가능해 평생 장애를 입고 살아가게 됐다. 이 급식노동자는 가운뎃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의 길이가 엇비슷해진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해 12월 골절상을 입은 또 다른 급식노동자도 평생 중지와 약지가 구부러진 채 생활해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학교급식소에 근무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달 22일에도 급식노동자의 손가락이 감량기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이물질이 끼어 막힌 감량기 배출구를 뚫는 과정에서 손가락 하나가 잘리고, 3개의 손가락이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 경과는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문제는 최초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같은 종류의 기계에서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는데 있다.

사고가 난 음식물감량기는 '제주도 음식물류폐기물의 발생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역내 학교에 보급된 기계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면적 330㎡ 이상의 학교 급식소에 음식물감량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수십kg의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갈아 건조시켜 중량을 줄여주는 기계로 가격은 500~600만원 선이다.

노조 관계자는 "기계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중을 묻고, 제품에 대한 안전성도 검증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 감량기의 종류가 몇 십 가지가 될 정도로 아주 많다. 과정은 모두 생략되다보니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 타 지역의 경우 사고가 난 음식물감량기에 대한 철거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반면, 제주의 경우 사고가 난 이후에도 꾸준히 감량기 기계를 설치하는 학교가 늘었고, 현재는 46개까지 확대됐다.

노조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도 부족하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제대로 안전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9일) 성명을 통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공약했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용자인 도교육청과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져야 노동환경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호소였다.

노조는 "올해초 산업안전보건위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위원회 개최도 연기됐다. 노사는 다시 실무협의를 통해 5월 말까지 위원회를 설치키로 했지만 끝내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며 "이미 17개 시도교육청 중 과반수가 넘는 10개 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산업안전보건위 회의를 개최했다. 코로나19는 더이상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사고가 발생해 현장확인을 했고, 구체적인 부분을 개선하기도 했다. 각 감량기마다 '사람이 직접 손을 넣지 말라', '쇠솔 등 도구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을 붙였고, 기계의 덮개 부분을 별도로 개선 조치했다. 급식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학교가 조달을 통해 기계를 들인 것이어서 일괄적인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다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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