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20) principle 원칙

prin·ci·ple [prínsǝpəl] n. 원칙(原則), 원리(原理)
원칙, 우로부터 직허여사
(원칙, 위에서부터 지켜야)

principle은 pri(n/m) ‘제 1의, 최초의’와 cip ‘차지하다(=to take)’의 결합에서 도출되었다. 이 pri(n/m)에서 나온 낱말로는 priority  ‘우선’, prince ‘왕자’, primary ‘첫째의’, primitive ‘원시의’ 등이 있는데, principle의 어원적 의미는 ‘가장 첫 번째의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원칙이라고 하는데, 이 원칙에는 사회적인 원칙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원칙'도 포함된다. 또한 어떠한 일을 할 때 이러한 원칙을 따져가며 일하는 방식을 원칙주의라고 하는데, 그것이 공평하고 논리적인 것인지를 따지는 것도 원칙주의에 해당된다. 

한번은 영국 처칠 수상을 모시는 운전기사가 운전 중 속도위반을 했다. 급하게 국회에 가던 길이었기 때문에 운전기사는 교통경찰에게 “처칠 수상이 탄 차이니 한 번만 봐 달라”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그 교통경찰은 차 안의 처칠 수상을 들여다보고도 원칙대로 자기 일을 수행했다. 그는 “속도위반을 한 건 처칠 수상이 아니라 당신이니 어쨌든 당신 면허증을 내놓으시오”라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일개 교통경찰의 모습에 처칠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그날 경시청에 연락을 하여 그 교통경찰을 승진시키라고 말했는데, 경시청 총장은 수상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경찰 관련법에 그에 해당하는 조항이 없으니 원칙에 의거해 수상의 이례적인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처칠은 “오늘 경찰에게 두 번이나 당했다”라고 하면서도 기분 좋게 껄껄 웃었다. 

- 김종수의  ‘리더의 격’ 중에서 - 

오늘 우리 사회에는 ‘적폐(deep-rooted evils)’나 ‘개혁(reform)’이란 말만 난무할 뿐 그 기준이 되어야 할 원칙이 없다. 무원칙의 사회이고, 이른바 내로남불의 사회이다. 아직도 지역, 학연, 혈연 등의 인맥(personal relationship)이 강한 사회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원칙을 내세우면 “융통성이 없다”,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고,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으면 “주제 파악을 못한다”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민원(civil complaint)의 최전선에서 원칙을 제일 지키기 어려운 하위공직자들이 가장 먼저 책임을 지게 되는 게 현실이다.

ⓒ제주의소리
원칙의 일관성을 위해선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에게 먼저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본질적으로, 원칙이란 고위공직자들이 위에서부터 지켜야 하는 게 원칙이다. 중요한 사안이나 공적인 일을 다룰 때는 고위공직자들이 먼저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주어야 그 일관성(consistency)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원칙을 적용시키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 타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원칙주의자가 아니라 위선자,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물론, 원칙주의란 원래 이상주의적(idealistic) 사고관이어서 이를 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지각하지 않기’ 같은 원칙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지키지 못하다가 결국엔 현실과 타협하고 말지 않는가. 그래서 더더욱 위에서부터 지켜 내려와야 하는 게 원칙이고, 원칙 그 자체가 개혁인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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