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50여개 업체 비대위 결성 호소문 발표...“도정 일방적 삭감 대신 대안 먼저”

상반기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시국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제주지역 문화행사 업계들이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종사자 수 천 명의 생계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일방적인 예산 삭감이 아닌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가자고 대도정 호소문을 발표했다.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행사대행업 비대위)는 11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자신들이 처한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한 현실임을 강조했다. 

행사대행업 비대위는 “올해 상반기 제주도내 90% 이상의 관련업계 기업과 종사자들이 대다수의 행사 취소로 매출액 0원이라는 도산 위기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면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집계로 개최 예정이었던 전국 문화관광 예술축제는 총 968개다. 그 중 상반기 개최예정이었던 358개 중 취소 확정이 185개, 개최 연기는 128개, 취소 검토가 44개에 이른다”고 나열했다.

행사대행업 비대위는 “제주행사대행업에는 법인, 소상공인, 1인 기업, 프리랜서 등 약 1000여개의 사업자가 활동 중이며 해당 기업 종사자만 하더라도 수 천 명에 이르고 있다”며 “무대, 음향, 조명, 영상, 디자인, 문화예술인, 아티스트, 공연단체, 제작물, 렌탈과 항공, 수송, 방송, 광고, 호텔, 전시분야 등 각종 인력 고용을 통한 운영 등 낙수 효과가 큰 산업으로 고용 창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하지만 수 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해 왔던 행사들이 불과 수 일 만에 축소, 연기, 취소가 돼버리는 현실에서 관련 업계의 기업과 종사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연관 단체들은 현재 실업. 폐업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심각성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제주도는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투입을 이유로 올해 계획한 문화 행사나 축제를 대부분 취소할 방침이다. 

행사대행업 비대위는 “제주도정 차원에서의 문화 행사 예산 재검토와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줄 수 있도록 요청 드린다”고 도청에 요청했다. 

특히 “문화 행사는 단순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관련된 산업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관장하는 중요한 생활문화라는 인식의 재확립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사대행업 비대위는 “국가재난발생상황에 있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예산 삭감, 행사 취소를 논하는 것 보다 국가 재난 대비 문화·축제 행사 운영에 따른 명확한 행정 지침과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변경과 삭감의 기준이 무엇인지 확인과 지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어려운 국가적 위기 상황에 행정과 함께 보다 성숙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사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현장에 있는 문화행사업 종사자들의 호소에 지역 예술 단체들도 연대의 뜻을 밝혔다.

(사)제주민예총, 제주작가회의, 탐라미술인협회, 탐라사진가협의회, 민요패소리왓, (사)마로, 제주대중음악협회, 제주춤예술원, 아트세닉, 사우스카니발, (사)국악연희단 하나아트, 제주음악공동체는 이날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는 문화행사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도 예술 단체나 문화 예술가들과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셧 다운 수준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문화 예술 종사자들의 의견조차 듣지 않은 것은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문화 예술 행사에 대한 예산 지원은 일회성이거나 소비적인 지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도민들의 문화적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공익적 지원이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삭감 결정을 내린 제주도를 비판했다.

특히 “각 예술 단체와 문화 예술 종사자들이 코로나 19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역 대책 마련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 우려를 위해 문화예술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자체가 문제라면 왜 문화 예술 관련 행사만 문제 삼는 것인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만 시급한 것이 아니다. 지역 문화 예술인들에게 무대는 생존이자 생계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제주도의 이러한 결정은 가뜩이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역 문화 예술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무대가 없어지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점포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로나 19사태로 지역 상권 자체를 셧 다운 하지 않는 것처럼 지역 문화 예술 생태계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이번 제주도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지금이야말로 팬데믹 이후 문화 예술과 문화 정책에 대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민·관 협치와 소통의 필요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번 주 내로 각 부서가 판단한 지출 구조 조정 안을 예산 담당 부서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행사대행업 비대위와 문화정책과도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 행사 업계의 절박한 호소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제주도 문화정책과, 예산담당관실의 판단에 종사자 수 천 명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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